[기자의 눈] 정치가의 소신이라면

2017-02-10     안혜성 기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최근 조기 대선의 열기가 사법시험 존치 여부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촉발시킨 것은 압도적인 여론조사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다.

지난 6일 노량진 공무원학원을 찾은 문 전 대표는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유지해야 한다는 청중의 의견을 듣고 “사법시험의 존치는 어렵다. 행정고시와 외무고시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대해 명확한 의견 표명은 피했지만 “같이 공무원을 시작해서 승진해 장관까지 가면 좋을 텐데 어떤 공무원은 9급에서 시작하고 어떤 공무원은 하위직 경험 없이 곧바로 간부가 된다”고 발언한 것과 경찰대학에 관해 “어떤 분은 순경에서 시작하는데 경찰대를 졸업하면 바로 간부가 되는 게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고시 제도 전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논란을 빚은 것은 가장 명확하게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낸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관한 부분으로 문 전 대표는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으로서 이제 와서 다시 국가정책을 뒤집어 사법시험으로 돌아가자고 하기 어려운 입장”을 사시 폐지 의견의 이유로 들었다.

사실 문 전 대표가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후보로서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상 경과기간을 지나고 나면 로스쿨 쪽으로 법조인의 충원 창구를 일원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지난 2015년 4.29 재보궐 선거에서 고시촌을 찾은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로스쿨의 취지가 처음에는 좋았지만 이제 있는 집 자식만 가는 것 아니냐. 돈 있는 사람만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고시생의 비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렇지 로스쿨에서 그냥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장학제도가 많다”고 대답했다.

로스쿨 제도로 법조인 배출 창구를 일원화하겠다는 소신을 가지는 것은 좋다. 고시제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소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이유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국민대에서의 발언의 경우 사법시험이 폐쇄적인 선발제도이고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자를 유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이는 로스쿨로만 법조인을 배출해야 하는 이유로는 부족하다. 사법시험과 병존한다고 해서 로스쿨의 장점이라고 제시한 다양성이 훼손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시촌에서 로스쿨의 장학금 제도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로스쿨은 높은 장학금 비율을 자랑하며 기초수급자 등 취약계층에게 법조인이 될 기회를 주고 있다. 이는 분명 로스쿨 제도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치상으로 표현되는 장학금 지급 비율에는 장학금 수혜 여부가 불확실한 계층은 로스쿨에 진입하는 데 장벽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가려져 있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자료에서도 로스쿨 재학생의 3분의 2가 월소득인정액이 1천만원을 넘는 고소득층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재학생의 대다수가 고소득층 출신인 현실은 장학금 지급액의 70% 이상을 경제적 환경을 고려해 지급하도록 하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가장 부적절한 이유는 “로스쿨을 만들었던 참여정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옳지 않은 것은 뒤집을 수 있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법과 제도가 그렇다. 한 나라를 이끌 수장이 되려는 이의 법과 제도에 대한 인식이, 특히나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인 법조인을 선발하는 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도 아쉽다.

문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다. 로스쿨 일원화, 나아가 고시제도 폐지에 대한 소신을 주장하려면 적어도 현재 그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평가, 문제점의 개선방안 등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