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강분의 미국 대안적 분쟁해결(ADR)제도 (13)

2017-01-11     김주미 기자










문강분 행복한 일 연구소 대표
공인노무사, 법학박사 

고용차별법제의 강화와 고용ADR의 확대

우리나라에 당면하고 있는 고용노동 이슈는 아마도 “수저계급론”이라고 정의하여도 무방할 듯하다. 우리 노동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남성이 압도적인 상위수준을 차지하는 가운데, 최근 임금조사를 보면 정규직 남성기준 월급여는 3,024.875원이지만, 비정규직 여성은 1,144,750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기업규모와 고용형태나 성별 등을 이유로 한 심각한 격차가 과연 용인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오랫동안 지적되어왔지만 아직까지 실효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가 명문화되어있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처우도 금지하는 법률이 명백하며, 국가인권위원회나 노동위원회 등의 국가기관에 의한 차별구제를 신청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common law를 통해 employment at will 원칙에 근거해 해고 및 제반 고용관련 처분이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성차별 및 장애 나이 등 제반 비합리적 고용차별에 대한 제정법이 정비되고, EEOC 등을 통해 이에 대한 강력한 집행을 담보하고 있다. 또 법원판결이 이들 기관에서의 결정을 존중하는 관례를 형성하면서 고용차별위반에 대한 기업의 경각심이 크게 작용, 역설적으로 고용ADR의 확산으로 귀결되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에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은 애초에 인종차별이 문제되기 시작했지만 성, 나이, 장애 등 입법을 통해 차별을 금지하는 특별한 법률의 제정으로 이어져왔다. 미국에서 고용차별을 금지하는 법률로는 「시민권법 제7편」(Civil Rights Act Ⅶ)과 「남녀동일임금법」(Equal Pay Act), 「고용기회평등법」(Equal Employment Opportunity Act 등이 있다. 「시민권법 제7편」은 인종, 성별, 종교, 피부색, 출신국을 이유로 하는 고용상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고, 고용상의 평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잠정적 조치인 적극적 평등조치를 채택하고 있다. 「남녀동일임금법」은 실질적으로 같은 기술, 기능, 책무를 갖는 직무수행에서 남녀 간의 임금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고용기회평등법은 성별 등을 이유로 한 고용의 혜택 또는 거부, 해고 기타의 고용조건에 대한 차별대우를 금하고 있다.

이러한 실체적 법률을 실현하기 위하여 연방기구인 EEOC와 FMCS가 강력한 집행력과 판정기능을 넘어서는 자율해결지원 기능을 발휘하여 실질적 차별해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고용차별구제를 위해서는 연방기구인 고용기회평등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EEOC)의 구제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하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즉, EEOC를 거치지 않고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차별 피해자가 EEOC에 사건의 조사를 요청하고 끝나기까지 기다리면, ① 차별 무혐의 ② 차별 발견·조정 실시 ③ 차별 발견·조정 실패 ④ EEOC가 대신 소송제기 중 하나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한편 고용분쟁에 대한 조정 및 알선을 위한 연방기구로서 연방조정알선청(Federal Mediation and Conciliation Service ; FMCS)은 1947년 설립당시에는 노사분규조정을 위해 설립되었으나, 현재에는 단체협약 체결ㆍ갱신과 관련된 분쟁조정기능, 예방적 조정(Preventive Mediation)기능 외에도 연방·주·지방법상 연령, 성별, 인종에 기초한 차별이나 임금 및 근로시간 관련 위반과 같은 차별사건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기관 내에 대안적 분쟁해결기구와 절차를 신설하도록 조력함으로써 사업장에서 고용평등 관련 불만 등을 당사자들이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ADR 서비스 기능을 총괄하고 있기도 하다.

고용상의 차별금지를 위반한 경우, 사용자는 차별로 인한 해고의 경우에는 원직복귀와 함께 소급임금(Back Pay)을 지급해야 함은 물론 그 차별이 고의적이고 의도적인 차별로 인정되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되는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역설적으로 비소송적 분쟁해결방식 즉 조정·중재 등에 의한 대안적 분쟁해결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용자의 선호를 배경으로 EEOC와 FMCS 등 행정기관의 ADR서비스도 확대되고 있으며, 근본적으로 권리분쟁에 대한 판정기능보다 자율해결을 지원하는 쪽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국기가관에 의한 강력한 이행의 담보 그리고 위반에 대한 철저한 제재라는 엄격한 법치의 작동이 비법적 해결의 촉진요인이 되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EEOC와 FMCS가 사업장단위의 자율적 해결노력을 지원하고 연계하여 실효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측면을 자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