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 시국선언 나선 사법시험 고시생 모임

2016-11-20     이성진 기자

19일 광화문 범국민대회에서 시국선언, 설문조사 펼쳐
철저한 수사, 사법시험 존치, 공무원 공채 확대등 주장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를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사법시험 준비생들의 활동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정농단 제4차 범국민대회가 열린 지난 19일 광화문 광장. 통행로에 한 가운데 세워진 무언가를 본 시민들은 “어, 이건 뭐지”라며 호기심 짙은 눈으로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이하 고시생모임’)의 “‘돈이 실력이고, 부모를 원망해야 하는’ 대한민국에 고함”이라는 시국선언문.

“오늘 우리는 참담한 심정으로 이 나라 교육 제도와 법조 인력 및 공무원 선발 제도의 총체적인 개혁을 요구한다”로 시작되는 시국선언문은 교육의 가치와 사회적 사명을 강조했다.

선언문은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에서의 편법과 특혜비리, 사회적 배려 전형을 통한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국제중 입학, 입학에서 졸업 후 진로까지 거의 모든 과정이 불명확한 기준의 로스쿨 등을 지적한 뒤 “각종 특별전형과 특례입학, 로스쿨, 부유층 자녀들을 위한 특별공로는 공고한 기득권의 벽을 쌓고 있다”며 “이제 우리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부모를 원망하는 법’이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헌법은 교육 기회의 균등한 실현을 위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갖게 하고 있다”며 “특정 국민만 재력에 따라 특별한 교육 기회를 가진다면, 이 나라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선언문은 또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대원칙과 헌정질서를 밀실에서 농단하는 특권층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능력과 적성에 따라 공직에 취임할 기회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어 소수 특권층이 통치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금지하고 능력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기회를 가지게끔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언문은 “이 나라 위정자들이 가진 능력은, 권세를 이용해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지위를 이용해 특권을 대물림하고 친분을 이용해 헬스 트레이너를 청와대 행정관으로 삼는 능력 아닌가”라며 “각종 특별 전형을 통해 학벌을 세습한 이들이, 아버지 직업을 묻는 로스쿨 면접을 통해 변호사가 되어 각종 특채와 경력직 선발을 통해 공직에 진출한다”고 비판했다.

고시생모임은 “교육과 금권의 유착은 공직과 특권의 세습이 되어 이 나라를 하나의 거대한 사유지로 만들고 있다”며 “자정능력을 상실한 대학과 특권층이 공공 인재 양성 기능을 독점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고시생모임은 각종 특례입학과 특별전형 축소, 로스쿨 제도 전면 개혁 및 선발과정의 투명성 보장, 사법시험 존치를 통한 로스쿨과의 공정한 경쟁과 국민 선택권 보장, 각급 공무원 공개 채용 인원 확대 등을 요구했다.

비선 실세가 아닌 능력을 통해 검증된 인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를 철저히 수사해 법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묻고 다시는 유사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도 주장했다.

고시생모임은 “우리는 헌법 제1조 국민주권, 제25조 공무원담임권, 제31조 교육을 받을 권리, 그 밖에 통치구조와 헌정질서에 대한 각 규정에 입각해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시국선언문과 함께 놓인 “수저를 물고 물어, 일 백 번 고쳐 물어, 흙수저 빤다한들, 금수저 아니 된다. 공부하면 무엇하나, 말 타고 대입 통과, 부모 직업 물려받아, 부모 직업 물려받아, 돈 내면 변호사요, 모자라도 판검사다”라는 문구도 이목을 끌었다.
 

시민들은 “사법시험 폐지된 것 아닌가, 그런데 웬 사법시험?”이라며 함께 내걸린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와 법조 인력 및 공무원 선발 제도를 위한 설문조사에도 관심을 가졌다.

일부 시민은 “로스쿨은 면접으로 뽑잖아...” 등과 같은 얘기를 나누며 설문에 참여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히 시국선언문 설치대에는 촛불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이날 밤 11시경에 종료한 [‘정유라’에게 유리한 ‘제도’는?]라는 설문조사 결과, 법조인 양성에서의 사법시험 vs 로스쿨 중 후자, 취업에서의 공채 vs 특채 중 후자, 대입에서의 정시 vs 수시 중 후자가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