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적 중립성 훼손한 최순실 특검법, ‘정치특검’ 우려

2016-11-17     법률저널

여야 3당이 합의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검법안이 논란 끝에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17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여야 국회의원 209명이 서명한 ‘최순실 특검법’은 수사팀 규모나 수사 기간 측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슈퍼 특검법’으로 불린다. 최순실 특검법 조항에 기재된 수사대상은 △청와대 문건·외교안보 기밀누설 △최순실의 정부 주요 정책사업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재단 이용한 자금유출 △불법적인 공기업 사업 수주 및 CJ그룹 문화사업 장악 △정유라씨 고교·대학 특혜 △삼성의 정유라 특혜지원 등이다.

또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 등 직권남용 △우병우 전 민정수석 직무유기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부당해임 의혹 △최순실 등 조직적 증거인멸 및 교사 △최순실 일가의 불법재산 형성 및 은닉 △야당의원의 SNS 불법사찰 의혹 △김모 성형외과 원장에 대한 특혜 의혹도 특검이 살펴본다. 여야는 특검이 위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견된 사건을 새롭게 수사할 수 있도록 포괄조항을 뒀기 때문에 실제 수사대상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최순실 특검법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허점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야당만 특별검사를 추천하도록 한 것은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공정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손질이 필요하다. 수사의 생명은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야당이 특별검사를 추천하게 되면 야당 추천 특검은 야당 편향적이고 야당의 정파적 이익을 대변한다는 목소리가 나올게 뻔하고, 결국 특검 결과를 놓고 또 다시 정쟁을 벌이며 ‘정치특검’ 논란에 휘말리게 된다.

검찰은 여당 검찰이어서도 안 되고, 야당 검찰이어서도 안 된다. 대한민국 검찰이 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특별검사도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특검법에서 사실상 야당만이 특검을 임명하도록 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야당이 독점한 특검 추천은 피해자가 선택한 검사가 가해자를 수사하는 꼴이다. 그런 특검이 공정하고 중립적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야 합의로 특검법이 발의됐듯이 특별검사도 여야 합의로 추천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특검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있더라도 여론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더욱더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정도다.

또한 이같은 야당 독점의 특검 추천 특검법은 정치적 중립성 이유로 오히려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특검 추천을 둘러싼 논란은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과 비교해 보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더 당연해 보일 정도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핵심측근이 연루된 의혹은 사실상 대통령을 겨냥한 특검 수사였다. 당시 특검은 여당(당시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국회의장이 추천토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반대했고 청와대는 위헌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도 이번 특검법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되면 그대로 법률로 확정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박 대통령이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특검 임명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대한변호사협회 또는 대법원 등이 특검 추천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