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로2004와 고시를 말한다

2004-06-22     법률저널


유럽의 건각들이 푸른 그라운드에서 ‘흑일점 로테이로(Roteiro-유로2004 공인구)’를 놓고 혈전을 벌이는 ‘유로2004’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은 둥글다”라는 말로 압축되듯 축구 경기는 후반 인저리타임(injurytime)이 끝난 후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번 유로2004에서도 이변은 속출하였다. 개막경기에서 그리스는 ‘이번 대회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 후보인 포르투칼’을 2:1로 제압했고, 강팀이 운집한 C조에서 스웨덴은 동유럽의 강호 불가리아를 5:0으로 완파하는 등 예상 밖의 경기 결과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최근 신림동 수험생들도 선수들의 발을 떠난 로테이로의 향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매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신림동 고시생들은 ‘예상 밖의 경기결과’를 즐기며 앞으로 있을 사법시험에 대해 극적인 합격을 기대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오히려 ‘축구경기’처럼, ‘국가고시’도 응시자들의 면면과 출제경향 및 시험당일의 컨디션의 조합이 만들어 낸 우연한 결과물이라고 믿는 수험생들도 꽤 있다.

하지만, 이번 유로2004의 승리 팀은 ‘골키퍼에서 최전방 공격수’에 이르기까지 각고의 노력과 피나는 전술 훈련을 통해 ‘승리’를 창조한 것이며, ‘공은 둥글’지만, 준비된 팀을 향하고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법시험도 마찬가지다. 사법시험의 당락은 ‘우연성’이 아닌, ‘각 과목에 대한 준비정도와 각고의 노력 및 정제된 수험생활’에 의해 나뉠 뿐이다. 만약 사법시험의 합격이 우연과 천운으로 결정된다면, 그 누구도 더위와 졸음을 이겨가며 신림동 고시촌에서 땀 흘리려 하지 않을 것이며, 신림동 고시촌은 투기장(投機場)의 대명사가 되고 말 것이다.

유로2004에서 ‘무명의 팀’이 의외의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팀이 ‘동 대회 준비’를 위해 흘렸던 피·땀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법고시 합격도 땀 흘리며 준비한 사람에게 ‘우연’처럼 찾아오는 필연일 뿐이다. 유로2004에서 보듯 삶의, 시험의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다만 보다 준비된 사람에게 ‘승리’는 찾아 갈 뿐이다.

/박광덕기자 sptq@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