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마지막 남은 공정경쟁 ‘공무원시험’

2016-10-28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법조계, 법학계는 지금 적정 법조인 수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줄여야 한다는 측과 늘려야 한다는 측이 팽팽하다. 전자는 주로 사법시험 출신 법조계의 강변이고 후자는 로스쿨 교수측의 인식인 듯하다.

전자는 정의구현에 일조하는 법조인의 사명도 중요하지만 어느정도 생계도 유지돼야 한다는 것에 근거한다. 배고픈 변호사는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을 빗댄다. 반면 후자는 변호사의 공익성과 권한은 유지하되 대신 그동안 희소성으로 인한 상대적 특권은 이제 내려놓고 다양한 대국민 서비스를 펼치자는 것에 무게중심을 둔 듯하다. 그러려면 지금의 변호사 수를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 공급인력들은 그동안의 송무시장을 벗어나 사내변호사, 공무원(공직), 나아가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를 찾아나가면 된다는 배경설명이다.

물론 양측 모두 다른 법률관련자격사들의 업역 확대에는 방어막을 친다. 관련법률자격제도를 폐지하고 이 영역들을 변호사 업역에 통합해야 한다는 데는 묘하게 일치한다. 그래서 현재 행정사에 대한 행정심판 대리권, 변리사 특허침해소송대리권, 법무사의 소액사건대리권, 그 외 공인노무사, 세무사 등의 소송대리권 주장에 함께 반대하고 있다.

적정규모로 최상의 서비스를 펼치는 것이 자격제도의 태생이다. 다만 적정규모보다 최상의 서비스가 국민들에게는 더 우선이다. 따라서 적정규모에 대한 논의는 법조계, 법학계만의 논의가 아닌 국민합의가 필요한 사안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또 차제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변호사와 관련법률자격사 제도와의 해결방안도 함께 풀어야만 할 시점인 듯하다. 기자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주장이 있다. 변호사의 공직으로의 확대는 찬성하지만 이것이 인위적이고 강압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로스쿨 교수측은 로스쿨의 부흥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대국민 법률서비스를 위한 것인지 숙고해야만 한다.

현재 5급 공채 300여명, 외교관후보자 30여명, 국가직 7·9급 5천여명, 지방직 7·9급 2만명, 경찰, 소방 등 5천여명 등이 대표적인 공개채용선발로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가 없고 또 보다 안정적인 것을 원하다보니 이에 족히 40~50여만명의 청춘들이 매년 이들 공무원시험에 응시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온다. 이들의 90%가량이 대학재학 이상의 학력 소지자들이며 전공도 가지각색이다. 각각의 전공을 마친 후 평균 2~3년 이상은 공부해서 공직에 들어선다. 평균 20대 1의 경쟁을 넘어 600대 1을 상회하는 공무원시험도 있다.

2011년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주최한 로스쿨 변호사 일자리 확대를 위한 공청회에서 “5급공채를 폐지하고 이 자리를 로스쿨출신 변호사들이 특채로 채용”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나마 갈 곳 없어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많은 법학도 등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한 적 있다.

기자는 로스쿨 출신들이 졸업과 동시에 5급 공채에 합격해 공직으로 진출하는 사례를 여럿 봐 왔다. 공직을 하고 싶고 실력이 있으면 누구나 응시하는 공채시험에 똑같은 시험과 면접을 봐서 합격하면 될 일이다. 그것이 다양한 학문과 양질의 법 지식을 갖춘 로스쿨 출신이라면 더더욱 한판 붙어 당당히 공직으로 진출하면 될 일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학문적 식견과 법률가로서의 경륜을 갖춘 인력을 필요로 하는 아주 전문적 분야의 공직 선발에서는 지금껏 해 왔던 대로 일정비율만 경력경쟁으로 채용하면 될 일이다.

로스쿨과 3년 과정의 법학만 살자고 4년 과정의 숱한 학문의 전공자들을 모두 공직상실자로 만들 수야 없는 법이다. 채용시장에서도 불공정 시비로 우리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젠 공무원시험은 누구나 실력하나로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성역과도 같다. 그래서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제발 공직진입로만은 그대로 두라”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법조계의 일자리 챙기기도 중요하지만 공직관을 가슴에 단단히 싸매고 온종일 수험서에 매달리고 있는 전국의 수십만 공무원시험 준비생들도 있다는 것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