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와일드카드 제도

2016-10-14     안혜성 기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가을 야구가 한창이다. 정규리그 5위의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올라간 기아 타이거즈가 4위 LG 트윈스를 상대로 먼저 1승을 올리고 이어진 두 번째 경기에서도 선전했지만 9회말 점수를 내주며 1대 0으로 석패를 했다.

기자는 어린 시절 꽤나 야구를 즐겨봤지만 뒤늦게 질풍노도의 자아찾기에 빠져든 대학시절 부터(자아찾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는 조금씩 심드렁해져서 지금은 오며가며 소식을 접하거나 가끔 지인의 청으로 야구장에 가는 정도다. 야구장에 가는 경우에도 아는 선수가 거의 없어서 뻥 뚫린 초록빛깔 야구장을 바라보며 힐링하고, 주변의 응원열기에 함께 들썩들썩하며 치맥이나 즐기는 수준이다. 그래도 한 때 해태 타이거즈의 팬이었던 기억으로 선수 구성도 거의 모르는 지금도 타이거즈가 선전하는 소식을 접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기자가 야구를 즐겨보던 시절에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없었다. 정규리그 상위 1~4위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최종 우승을 겨루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야구팬인 지인을 통해 지난해부터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돼 5위 팀에게도 우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야구팬이 아닌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와일드카드는 정규리그 4위와 5위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여기서 이긴 승자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4위 팀은 단 한 차례의 무승부만으로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5위 팀은 2승을 거둬야 하는 핸디캡이 있지만 어쨌든 5위 팀에게도 우승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이다.

물론 5위 팀이 포스트시즌 우승을 차지하는 것은 매우 희박한 확률의, 그저 말뿐인 가능성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일찌감치 마음을 접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팀이나 선수 차원에서도 더 나을지도 모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첫 주인공이었던 지난해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는 정규리그 4위 넥센의 단판승으로 일찌감치 결말이 지어졌고 올해도 5위 팀의 우승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는 와일드카드 제도에 대해 조사하다가 문득 지난 8일 법률저널이 개최한 사법시험 2차시험 합격자 설명회에서 강신업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가 한 말을 떠올렸다. 강 공보이사는 합격자들에 대한 축하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오랫동안 힘들게 공부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이들에 대한 축하에 이어 그는 “사법시험은 내년 2차시험이 마지막이다. 예전에는 떨어져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 이 자리에 오고 싶었지만 오지 못한 분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합격자들과 함께 2차시험을 치른 이들 중 올해 1차시험에 합격한 이들에게는 아주 좁은 문이지만 내년 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하지만 유예생들과 올해 1차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 앞에 있던 문은 닫혀 버리고 말았다.

이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은 로스쿨 진학 하나로 수렴된다. 1위에서 4위 안에 들어야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던 야구가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해 5위에게도 우승 가능성을 열어줬듯이 로스쿨에 갈 수 없는 이들에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작은 문을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사법시험의 유지든, 예비시험의 도입이든, 저렴한 비용으로 생업을 병행하며 공부할 수 있는 방통대 로스쿨이든 말이다. 선발인원이 적어서 극소수의 이들에게만 열린 길일지라도 길은 길이고 때로는 기적도 일어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