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일본 로스쿨, 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

2016-09-09     안혜성 기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지난 6일 올해 일본 사법시험 합격자가 발표됐다. 다른 나라의 법조인 양성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기자는 한국에 앞서 로스쿨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이 한국 로스쿨 제도, 나아가 한국 법조인 양성제도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올 일본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총 1,583명. 지난해에 비해 267명이 줄어든 것이자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2번째로 적은 규모다. 합격률은 22.95%에 그쳤다.

현재 일본 로스쿨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다. 로스쿨 제도를 살리기 위해 일본 정부가 보조금을 차등지급하고 연간 변호사 배출인원을 하향조정하는 등 다각도로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이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로스쿨을 졸업해도 사법시험 합격을 장담할 수 없고, 어렵게 사법시험에 합격했어도 변호사시장의 포화로 취업이 안된다. 취업난에 시달리는 변호사를 나타내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이소벤, 노키벤, 타쿠벤, 케이벤 등이 그것이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변호사 사무소에 취직한 변호사는 이소벤이라고 불린다. 이는 식객변호사라는 의미로 급료를 받으면서 경력도 쌓을 수 있다. 현재 이소벤의 근로조건도 악화되고 있지만 적어도 고정 수입이 있다는 점에서 그래도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정급료 없이 사무소 공간을 빌려서 개업을 하고 남는 일 등을 떠맡는 변호사가 노키벤이다. 노키벤은 처마변호사라는 뜻이다. 처마를 빌려주는 사무소조차 찾지 못한 경우는 자택에서 개업을 하고 타쿠벤, 자택변호사라고 부른다. 케이벤은 사무실을 빌릴 돈이 없어서 휴대전화만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를 지칭한다.

이같은 상황은 로스쿨 지원자가 줄어드는 원인이 됐고 운영난에 몰린 로스쿨들은 연이어 문을 닫았다. 지난 2004년 74개의 로스쿨이 문을 열었지만 올 5월 기준으로 개원 당시 규모의 44%에 달하는 32개교가 모집정지 또는 폐지를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의 로스쿨 일원화를 주장하는 이들 중 예비시험 도입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는 일본 로스쿨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예비시험을 꼽기도 한다.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경제적 취약자나 직장인 등을 위해 마련한 예비시험이 로스쿨에 진학했을 시 요구되는 교육기간과 비용을 회피하기 위한 샛길로 악용되면서 로스쿨 진학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사실 일본 예비시험 지원자는 2011년 도입 당시 6,477명에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2,543명으로 2배가량 늘면서 동시에 로스쿨 지원자 수를 상회하는 결과를 냈다. 게다가 예비시험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 수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는 지원자 376명 중 235명이 합격, 지난해에 이어 역대 최다 인원을 갱신했다. 합격률도 로스쿨 출신의 20.6%의 3배에 달하는 61.5%였다.

확실히 일본 로스쿨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예비시험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예비시험의 존재가 일본 로스쿨의 위기를 낳았다고 볼 수 있을까?

기자는 대량의 변호사 배출로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로스쿨에 진학할 메리트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본 사법시험 합격률이 20%대에 불과하지만 예비시험은 3% 수준으로 훨씬 뚫기 어려운 관문이다. 그럼에도 로스쿨 대신 예비시험을 택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기자는 로스쿨이 아닌 우회로가 반드시 필요한 이들의 길을 막아 로스쿨에 가야만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강요하는 방식으로 로스쿨이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에서 바로 로스쿨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코스를 지양하고 도입 취지에 맞게 다양한 사회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을 선발해 이들에게 시간과 비용에 합당한 충실한 교육을 하고, 변호사들이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를 마련하는 것이 로스쿨 제도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생존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