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검사-변호사 자격 이원화 적극 검토해야

2016-09-01     법률저널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달 29일 주최한 ‘제25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 판·검사와 변호사의 자격을 분리해 이원화하는 방안을 또 다시 제안했다. 판·검사 선발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분리하는 이른바 ‘투 트랙’ 법조인 양성시스템은 지난 6월 ‘전관비리 척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방안’의 하나로 제시된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엔 변호사단체가 사실상 ‘공식 제안’하는 형식이어서 무게가 다르다. 최근 전관비리 파문 등에서 보듯 전관예우 범죄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전관 변호사 배출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판·검사-변호사 자격 이원화는 진지하게 도입을 논의할 시점이다.

법조비리 사건을 겪을 때마다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는 변호사법을 개정해 법조계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최근 불거진 사건들을 보면 법조비리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법조비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법원, 검찰 등은 전관예우의 존재를 부정해왔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여전히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최근의 정운호, 홍만표 법조비리 사건, 전관예우 의심 사례로 징계받은 건수의 지속적인 발생 및 고액 연봉을 받고 주요 로펌에 들어간 전직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의 상고심 사건 수임 건수 등을 보면 전관예우의 존재를 쉽게 부정하기는 어렵다.

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가 대량 배출되면서 젊은 변호사들은 수임 절벽으로 생계난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전관예우’라는 명목으로 끝없이 높아졌다. 수십억 원을 받으며 사건을 수임하고 수백억 원의 수입을 쌓는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사법제도가 크게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아는 법조인끼리 적당히 봐주면서 이익을 나누는 불법적 생태계는 어떤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변호사단체와 법원, 검찰은 지금까지 법조비리가 생길 때마다 대책을 내놨지만 비리가 재발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실행하지 않은 탓이다.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전관예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판·검사와 변호사 자격 이원화 방안은 매우 시의적절한 문제 제기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판·검사 선발시험은 전관 변호사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법의 신뢰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현 법조인 양성 시스템으로 유지된다면 연수원 기수문화가 또 다시 변호사 기수문화로, 로스쿨 학번문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판검사와 변호사를 독립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다. 애초부터 변호사로 나갈 사람과 판검사로 공직에 진출할 사람을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일생의 경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변호사 개업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판·검사의 정년을 보장하고 소신껏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아가 판사는 사법부가, 검사는 행정부가 각각 선발하고 교육하는 것이 법조삼륜의 유착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사법시험 존치와 연계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가 없다. 전관비리 근절 대책의 투 트랙이라는 것은 법조인 양성의 투 트랙이 아니라 법조인 전체를 투 트랙으로 뽑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판검사 선발시험과 변호사 시험을 아예 분리하겠다는 것으로 판·검사가 아예 변호사를 하지 못하게 하는 취지라는 점에서 투 트랙을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꼼수로 보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고질적인 병폐였던 전관비리, 법조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법조삼륜과 정부, 국회가 이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 주어야 하고 그 의지를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하루빨리 투 트랙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종식시키는데 밑거름이 돼 사법신뢰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