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화여자대학교 미래라이프대학, 미련한 교육부

2016-08-05     오시영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변호사/시인

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은 강력히 추진하려 했던 단과대학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결국 철회하였다. 미래라이프대학은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직장인이나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한 4년제 대학 학위 취득 과정의 4년제 단과대학이다. 교육부에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단과대학 사업 참여 대학을 모집하였고, 이화여자대학이 정원 200명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허가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러한 단과대학 도입이 대학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이화여자대학이라는 학교 이름을 내건 학위장사에 불과할 뿐이라며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였고, 1,600명의 경찰력이 동원된 상태에서 여학생들이 포진한 회의장에서 나오지 못한 대학평의회 회원인 교수들이 풀려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필자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직장인들의 평생교육의 장으로써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평생교육을 헌법적 가치로 정하고 있는 교육의 기회균등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대찬성이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유형의 평생교육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처럼 대학 입시를 둘러싼 갈등은 훨씬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교육부가 추진한 미래라이프대학은 방법도 잘못되었을 뿐만 아니라, 졸속으로 이루어진 교육제도 개편으로 “지원금이라는 돈”을 가지고 대학을 희롱한 전형적 포퓰리즘이라는 점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부는 대학의 정원을 축소시키지 못해 안달이다. 거의 폭압적 수준으로 대학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대학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대학에 대한 일체의 정부 지원금을 중단시키겠다는 거의 협박 수준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교육부의 강압적 정원 축소 지시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곤고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의 대학이 불쌍한 참새신세”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97년, 아이엠에프 사태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은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겪었다. 그 경제위기의 직격탄이 엉뚱하게도 “출산율 저하”라는 국민의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경제발전만 있을 줄 알았던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나라가 거덜 날 수도 있구나!”라는 현실인식이 발생하였고, 미래가 불안하다는 심리 저변에는 아이를 낳아서 제대로 양육할 수 없다라는 불안감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리하여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그만큼 살기 어려운 미래예측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고등학교 졸업생, 다시 말해 대학 신입생이 대학 정원을 밑도는 비정상적 학령인구 분포도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향후 2년 동안 대학 입학생이 정원보다 13만 가량 부족하게 되었다. 1950년대 1년에 백만 명 이상 출생하던 인구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40만 명대로 줄어들고 말았으니 대학으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반값 등록금” 요구가 봇물 터지듯 여기저기에서 강조되면서 지난 8년 동안 대부분의 대학은 등록금이 8년 전 대비 약 5% 이상 감소되었다. 그 사이에 물가는 15% 이상이 올랐는데 오히려 대학 등록금은 5% 이상 감소되었으니 전체 감소율은 거의 20% 이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리 되니 전국의 모든 대학은 해가 갈수록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고, 최근에는 기존에 적립해 두었던 기금마저 바닥을 보이게 된 대학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의 대학이 재정 적자에 학교 존립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 교수를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급여가 동결되거나 삭감되고 있다. 일부 잘 나가는 대학의 기부금은 그나마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 대학의 기부금은 경기침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교육부는 교육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전임교수 확보율의 강화를 지시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학들은 전임교수의 강의 시간 수를 늘리는 편법을 쓰게 됨에 따라 연구시간의 부족과 강의 준비에 따른 과부하로 대학 교수들도 거의 탈진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대학들은 교양강좌수를 대폭 줄이거나, 강의당 수강 학생 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전체 커리큘럼을 조정하여 1강좌에 들어가는 강의료 부담, 다시 말해 학교 재원이 지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의 강의실이 콩나물시루처럼 학생수가 폭증함에 따라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되고, 그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지금은 대학의 비상시국상황이다. 급격하게 학령 인구가 감소하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부터 통ㆍ폐합의 과정을 거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런데 일부 지방대학 중 학생 충원율(정원 대비 실재 등록한 학생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대학이나 학교로서의 시설이나 교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낮은 평가를 받은 대학의 통ㆍ폐합을 우선적으로, 순차적으로 추진하여 고교 졸업생 대비 대학 신입생 비율을 맞춰나가는 체계적이고 기본적인 대학교육정상화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교육부는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오직 교육부가 세운 지침대로 움직이는 대학은 지원금을 교부하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지원금을 교부하지 않겠다는 “돈 겁박”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위 최상위급 일부 대학부터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돈 맛”에 익숙해지면서 대학의 자존과 가치를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있다. 소위 일류대학들마저 이렇게 돈 맛에 정신줄을 놓고 돌아버리니, 그러한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나머지 대학들도 마찬가지로 줄서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보도를 통해서도 밝혀졌지만, A 등급을 받는 대학은 정원이 줄어들었는데(교육부 정책에 따라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정원을 줄여야 하고, 그 대가로 푼돈 같은 지원금을 교부받는다. 이번에 이화여자대학도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승낙으로 30억 원의 꿀팁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E 등급을 받은 대학은 “소위 배 째라!”라는 식으로 버티기를 계속해서 정원을 줄이지 않는 웃기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령인구감소는 어느 하나의 대학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 빌어먹을 IMF 후유증이 20년이 지난 지금 대학에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대학이 그로기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그렇다면 일부 질적 수준이 낮은 대학부터 통폐합을 해야 하는데, 현행법상으로는 대학 설립자들이 학교 통ㆍ폐합에 따른 잔여재산에 대한 권리 주장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니 미우나 고우나 대학을 움켜쥐고 있고, 그러다 보니 어차피 망할 대학이라는 자포자기 상태에서 자신들이 출연한 대학설립자금의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본능(?)에 사로잡혀 학생수는 감소하는데 강의실을 추가로 짓는다, 체육관이나 강당을 짓는다 등의 불필요한 대규모 공사 등을 벌여 비자금을 마련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대학마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라는 비상상황에 처한 대학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한시적으로 대학 설립자에게 출연금의 일부를 반환하는 특별한시법을 제정하여 그들의 교육적 헌신에 대한 대가를 보답하고, 남은 기금을 통합되는 다른 대학에 지원금으로 교부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부족한 정부재원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이와 같이 질적 수준이 떨어지는 일부 대학을 폐지하고, 그곳 학생을 인근 다른 대학으로 편입시키고, 대학 지원금을 지원하여 그 대학의 교육 여건을 개선시켜 대학 전체가 살아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합리적 방안(이렇게 될 경우 폐지되는 대학 소재 지역의 상권 축소 등으로 인하여 정치인인 국회의원 등이 심한 여론의 질책을 받게 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은연 중 같은 처지에 몰린 지역구 의원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기도 한다)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으로 평가 1위 대학부터 마지막 꼴찌 대학까지 골고루 일정 비율의 정원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상위 대학의 질 좋은 정원이 줄어들고, 하위 대학의 질 나쁜 정원이 살아남은 기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금 대학 정원 축소에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생뚱맞게 이화여자대학을 비롯한 몇 개 대학을 선발하여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라면서 오히려 “정원 외 학생 증원”이라는 반대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지원금 30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번 이화여자대학의 미래라이프대학 사태라고 할 것이다. 평생교육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입학 조건에서부터 커다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미래라이프대학 신입생이 같은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생으로서 졸업장을 받게 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이다. 고등학교 학부형이면, 고등학교 졸업생이 되면 누구나 겪는 대학입시라는 커다란 관문 앞에서 대학 입학이 얼마나 어려운 문제인가는 모두가 실감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교육의 균등기회제공은 같은 능력을 갖춘 신입생을 선발하여 경쟁시켜 졸업시키는 것을 말한다. 입학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동등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평등 아닌 불평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과정을 대학 내부의 학생이나 전체 교수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고, 밀실에서 총장 이하 몇 사람이 뚝딱 결정하고 밀어붙이려고 한 것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주겠다는 돈 30억 원, 정원 800명(4년간)이 학교에 매년 납부하게 될 80억 원 정도의 등록금 수입은 학교 운영자로서는 너무나 구미가 당기는 돈이다. 왜냐하면 앞서 보았듯이 반값 등록금 정책, 학생 정원 감소 속에서 학교 재정 고갈이라는 위험상황에 처한 모든 대학이 위와 같은 곶감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곤고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환치되는 세상, 철학과 가치 부재의 세상에서 모두들 “돈, 돈, 돈”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의 문제이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수십 년 물을 주고 가꾸어야 거목으로 성장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교육부에는 그런 백년대계를 꿈꾸는 혜안을 갖춘 자가 없다. 역사 국정교과서가 살 길이라고 우기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거나 99%의 국민을 개ㆍ돼지라고 몰아세우는 공무원들, 돈 몇 푼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대학을 좌지우지하려는 공무원들, 정년 후 어디 사립대학에 교수로 갈 자리가 없나를 알아보고 있는 교육공무원들, 대학의 로비스트로 퇴직 교육부 공무원들을 총장이나 부총장, 보직 교수 등으로 특채하려는 일부 사립대학들, 모두가 제 정신이 아니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래 가지고야 어디 교육이 바로 설 수 있겠는가?

현재도 “계약대학”이라고 하여 고졸 출신의 능력 있는 직장인들이 대학에서 정원 외로 교육받을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 평생교육의 기회도 방송통신대학이나 많은 사이버대학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대학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 전 모 신문에 난 쿠바의 한 젊은이 인터뷰 기사가 뇌리를 맴돌고 있다. 쿠바의 그 젊은이는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의료기관과 대학이 무료”라고. 그래서 아픈 사람은 돈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고,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엘 다닐 수 있다고. “그런데 대한민국은 우리 쿠바보다 훨씬 잘 사는데도 돈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해요.”라고.

모든 것을 밀실에서 결정하는 못된 버릇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성주에 설치하겠다는 사드포대도 발표 하루 전까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장난하던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것을 하룻밤 사이에 결정하는 대한민국, 참으로 위대하다. “떡 하나 더 줄께!!!!!!!”. 그대는 속으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