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들 “사법시험을 존치하라” 정치권에 호소

2016-07-25     안혜성 기자

25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 개최
‘사법시험 존치 법안’ 8월 임시국회서 통과 촉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고시생들이 정치권을 향해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하기 위해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 모였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대표 이종배, 이하 고시생 모임)은 25일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고시생 모임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과 사법시험 존치를 바라는 모든 국민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며 “국민 80%가 사법시험 존치를 찬성하고 그 뜻을 행동으로 보여왔음에도 미동하지 않는 정치권에 대해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집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현행법상 사법시험은 내년 2차시험을 끝으로 폐지될 예정으로 마지막 1차시험은 지난 2월에 이미 치러진 바 있다. 사법시험을 존치토록 하는 법안이 20대 국회에 3건이 발의돼 있지만 공백 없이 내년에도 1차시험이 시행되려면 법안의 조속한 심사 및 통과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

고시생 모임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향해 오는 8월에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법안을 반드시 심사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에게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정당 차원에서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 사법시험 존치를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고시생 모임은 “사법시험은 법률가를 배출하는 제도를 넘어 공정한 기회의 제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왔다”며 “사법시험은 빈부나 학벌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어서 기회균등에 합치되며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하고 사회정의 시련이라는 차원에서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공정사회의 상징과도 같던 사법시험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로스쿨 일원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로스쿨 정착을 위해 사법시험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너무도 황당한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로스쿨은 입학전형의 불투명에서 오는 불공정 입학 의혹, 수천만원의 학비, 실력 미달의 법조인 배출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로스쿨 일원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로지 사법시험만 폐지된다면 로스쿨은 정찰될 것이라는 허황되고 무책임한 주장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시생 모임은 “로스쿨이 문제가 많다고 해서 폐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법시험을 존치시켜 로스쿨과 선의의 경쟁 및 상호보완을 하게 함으로써 양 제도가 국민을 위한 진정한 법조인 양성제도로 정착되도록 하자는 것이자 로스쿨의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법조인의 꿈조차 꿀 수 없는 사람들에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라며 “정치권은 힘없는 고시생들의 외침이라고 해서 외면하지 말고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 날 집회에서는 참석자들이 현행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학벌 및 나이 차별, 유력자 자제의 입학 특혜 등을 풍자하고 사법시험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퍼포먼스 등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최근 크게 이슈가 됐던 교육부 고위 공무원의 “국민은 개·돼지”라는 망언을 풍자하는 의미로 개와 돼지 가면을 쓰고 나와 경제적 부담이나 학벌 등에 가로막혀 로스쿨에 진학할 수 없는 상황을 면접시험에서의 문답을 연상케하는 상황극 형식으로 표현했다. 이와 대비해 사법시험의 경우 학벌이나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게 시험을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SKY’ 출신을 상징하는 가면, 국회의원의 자녀, 금수저, 흙수저와 같은 가면들도 등장, 다양한 상황을 그려냈다. 

또 음서제, 신분제, 불공정 등의 문구가 적힌 송판을 준비해 이를 격파하는 퍼포먼스도 가졌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참석해 고시생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나 변호사는 “사법시험 존치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의 핵심을 응축해 놓은 것으로 이제 사회를 뒤흔드는 강력한 이슈가 됐다”며 “사법시험 존치는 수험생들만의 구호가 아닌 전국민을 위한 사법혁명”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에 고시생 1명이 참석했던 사법시험 존치 운동이 하나의 불씨가 옮겨 붙어 큰 불이 되듯 여기까지 왔다”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외치면 반드시 존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