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2016년 사법시험 2차 시험장을 가다...

2016-06-27     김주미 기자

나흘 시험의 무게만큼 무거웠던 시험장 분위기

[법률저널=김주미 기자] ‘내일이 사법시험 2차 시작날이구나, 취재가 잘 돼야 할텐데’라는 생각 끝에 잠들어서인지 흉흉한 꿈을 꾸고 깼다.

수험생이 돼 있던 꿈 속의 나는 입실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에 허겁지겁 식은 땀을 흘리며 가방을 싸고 있었다.

‘시계는 어딨지, 안경은 어딨지, 수험표, 수험표... 휴지, 물, 약 다 챙겼겠지’ 하며 서둘러 나왔으나 늦어버렸다.

눈물도 안 나오는 허탈감과 절망감에 깊이 빠져있던 채로 잠에서 깼다.

시험을 마칠 즈음 잠시 취재하러 가는 기자의 긴장감이 저 정도였다면 당사자들은 오죽했을까.

연일 작렬하는 태양빛에 시험날도 얼마나 무더울까를 걱정했건만 이번 2차 시험의 첫날엔 비가 내렸다.
 

우산을 함께 쓰고 가는 커플, 우산을 어깨에 걸친 채 건물 사진을 찍는 외국인, 엄마 손을 잡고 아장아장 한걸음씩 내딛는 아이까지 지나쳐가자 사법시험 시행 중임을 알리는 푯말이 보였다.
 

아직 시험 종료 30분 전인데도 고사장 현관 앞에, 주변 나무 밑에 한 눈에 봐도 응시생을 기다리는 학부모임을 알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첫날에는 경비직원이 출입구 앞에까지 나와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기자도 응시생 가족 마냥 초조하게 서서 종료 시간을 기다렸다.

마침종이 울리고 2, 3분쯤 지났을까.

CCTV를 보고 있던 경비직원이 “학생들 나옵니다”를 알리는 순간 대기 중이던 인파가 일제히 그들을 맞으러 들어갔다.

인파에 섞여 따라 들어간 기자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나오는 수험생들을 붙잡고 취재를 시작했다.
 

어둑한 얼굴빛의 수험생들은 반쯤 넋이 나가 보였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이 나흘 시험을 위해 차곡차곡 쌓아왔던 그 무거운 지식의 짐들을 단시간에 풀어내자니 얼마나 기가 빠질까.

사뭇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섰더니 감사하게 여러 응시생이 취재에 응해주어 기자로서는 한 숨 돌렸던 기억이다.

캐리어를 끈 수험생, 책가방을 양쪽에 두 개 메고 온 수험생, 며칠 면도를 하지 못한 듯 수염이 덥수룩했던 수험생 등.

사법시험 2차 시험이라는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초시생이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초시생들은 대부분 “초시라 잘 몰라서요”라는 말로 응답을 거절하는데 나흘간 그런 응답을 꽤 여러번 들은 것 같다.

이번 시험은 대체로 어려웠던 모양이다.

최고 난도라는 이튿날 민사소송법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의 표정은 한층 더 침울했으나 상대적으로 평이한 출제였다는 셋째 날에는 응시생들의 취재 협조도 한층 활기를 띠었다.

마지막 날이 되자 수험생을 기다리는 인파는 눈에 띄게 늘어났고 건물 옆 도로에는 예약 택시들이 줄 지어 서 있었다.

수험생들에게 최고의 러닝메이트는 가족이 아닐까.

안쓰럽다는 얼굴로, 혹은 애써 밝은 얼굴로 수험생을 두 팔 뻗어 반기는 여러 가족들의 얼굴을 바라보자니 ‘수험생활을 어찌 수험생 혼자서만 했다 할 수 있을까’란 말에 깊이 동조가 됐다.

뒤늦게 시험 시행본부에서 자료를 받아가지고 나오는 기자의 앞에 어색한 듯 잘 어울리는 두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훤칠하게 큰 사내로부터 단신의 노모가 묵직한 책가방을 받아들어 어깨에 멘다.

둘 사이 어떤 대화도 없었지만 천천히 걸어가는 노모의 뒷모습은 당신의 아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외롭고 고독한 긴 싸움을 견뎌냈을 아들과 어머니.

그들이 소원하던 목적지에 하루빨리 다다르기를 가슴 깊이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