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변리사 실무연수’ 변리사들 ‘분통’

2016-06-23     안혜성 기자

이론 400→250시간·현장연수 10개월→5개월
대한변리사회 “법무부의 변리사전문성 무력화”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변리사 자격취득을 위한 실무수습이 대폭 축소된 변리사법 시행령 최종합의안에 대해 변리사들은 “법무부의 변리사전문성 무력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특허청이 발표한 최종합의안은 현재 변리사시험 합격자가 받고 있는 1년짜리 실무수습을 반토막 낸 것이며 실질적으로 대상자 전원에게 상당한 수습면제를 적용한 것”이라며 “개정 변리사법이 요구한 변리사의 전문성 확보라는 국민의 명령을 정면으로 부인한 만행”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허청은 지난 22일 개정 변리사법에 따른 변리사 실무수습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기 위한 변리사법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한 관계부처 최종 합의안을 발표했다.

특허청은 “변리사법 하위법령 개정과 관련해 대한변리사회, 대한변호사협회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예고안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주요 쟁점에 대해 이해관계인들의 이견이 있어 국무조정실의 조정회의를 거쳐 법무부와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합의안의 주요내용은 입법예고된 실무수습의 내용이 400시간의 이론교육과 10개월의 현장연수였던 것을 이론교육 250시간, 현장연수 5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이는 변리사시험 합격자와 변호사 자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특허청은 “이번 합의안은 실무수습 기간이 너무 길어 사실상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법무부의 의견과 입법예고안에 있는 일부 인정 제도를 없애고 변호사도 변리사시험 출신과 동일한 수습을 받도록 하자는 대한변리사회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세무사, 관세사 등 타 자격사의 실무수습 기간이 6개월 내외라는 점도 반영됐다는 것이 특허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변리사회가 변리사시험 합격자와 달리 변호사는 시험에 의한 검증을 받지 않았으므로 보다 엄격한 교육과 성취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상충된다.

이론교육을 주관하는 기관이 변경된 점도 눈에 띈다. 입법예고안은 이론교육 주관기관으로 국제지식재산연수원과 변리사회(또는 변리사회가 지정한 기관)를 규정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은 특허청 또는 특허청이 지정한 기관으로 변경했다.

교육주관기관 선정에 관해 변호사 업계는 대한변호사협회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변리사회는 대한변협이 포함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서왔다.

이번에 발표된 최종합의안에서 면제규정이 빠짐으로써 일부 변리사회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입법예고안보다 연수기간이 대폭 축소됐고 교육주관기관에서 변리사회가 빠지면서 변리사 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변리사회는 “이번 최종합의안은 특허청이 변리사의 전문성 확보를 통한 ‘발명보호-산업발전-창조경제를 통한 지식재산입국’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뒤로 하고 법무부의 압력에 굴복해 변리사제도를 로스쿨에 넘긴 것”이라고 꼬집었다

변리사회는 “그 동안 우리는 대전특허청과 서울의 강남 거리로 나가 시행령입법예고안 철회와 특허청의 자세변화를 외쳐왔으나 오늘 합의로 특허청은 변리사 제도를 담당할 능력도 정견도 없는 무능한 관청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대한변리사회는 법안제출자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시행령안을 철회하고 현행 법령 그대로 자구수정만을 거쳐 ‘변리사회가 주관’하는 ‘1년의 실무수습과정’을 ‘변호사에게 적용’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변리사회는 “변리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바른 제도는 산자부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하며 법무부와 합의할 내용이 아니다”라며 “변호사가 변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변리사법이 정한 시험을 봐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험도 아닌 실무수습으로 자격을 준다는데 이것도 싫어 정규 시험변리사의 실무수습을 반토막 내는 것은 변리사제도를 반토막 내 반신불수로 만드는 파괴행위”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또 시행령안이 어떤 논의과정을 거쳐 누가 결정하고 추진했는지를 조사해 관련자를 문책할 것을 촉구했다. 변리사회는 이번 시행령안은 밀실에서 만들어져 시간표대로 강행되고 있고 특히 규제영향분석평가서의 경우 법이 개정되기 2~3년 전인 2012~2013년에 변리사회와 37차례 협의를 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등 사실관계가 잘못 기술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변리사회는 “지난 2001년 특허청공무원에 대한 무시험 변리사자격이 일부과목 시험면제로 바뀌면서부터 특허청이 변리사시험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고 변호사와 이해관계를 같이 해 왔다”며 “산자부 장관은 법무부와 변협이 특허청을 윽박질러 끊임없이 변리사제도를 약화시켜 오고 있는 사실을 직시하고 변리사회 감독권을 회수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