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씁쓸한 로스쿨 입시 개선 시안

2016-06-17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로스쿨 졸업사정의 외압 의혹에 이어 로스쿨 입시 불공정 시비로 확대되면서 사법시험 존치론이 크게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교육부가 지난해 연말부터 올 1월말까지 전국 모든 로스쿨을 대상으로 입시 실태조사를 단행했다.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 지방 모 로스쿨발(發) 내부고발은 불공정시비에 불을 붙였고 설상가상으로 최근엔 서울 모 사립로스쿨의 서류평가 기준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입시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치솟고 있다.

결국 로스쿨과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 객관성, 공정성 담보를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 오는 2017학년도 입시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지난 5월 로스쿨협의회가 내놓은 입시전형 개선방향을 토대로 교육부가 마련한 이번 이행점검 및 평가기준 시안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점은 정량평가 비중을 강화하고 평가항목 환산방법 등을 공개하되 정성, 정량에 대한 실질반영률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눈에 띈다. 또 출신학부, 전공, 정량평가에 대한 최저, 최고, 평균 등을 공개하는 것도 주목된다. 진일보한 개선책이다.

다만 자기소개서 관련 개선방안에서는 부모 등의 성명, 직업 등에 대한 정보 자체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실격처리 한다는 점과 성장배경 기재란을 삭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개인 능력보다 호가호위로 법조에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착상으로 보인다. 이는 고교, 대입 전형제도를 차용했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요약하자면 “늘 나랏일로 바쁜 검사이신 아버지를 통해, 어릴적부터 법조인이 되고 싶었다”라는 내용을 기재할 수 없다. 심지어 “OO회사를 다니던 아버지”도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시안을 접하는 순간,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는 것이 기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잠재력보다 학벌과 배경이 우선되는 우리사회에서 고입, 대입에서 이를 차단하는 정책은 충분히 고무적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 그것도 예비법조인을 선발하는 로스쿨 입시에서도 이렇게 요사스럽고 떠들썩해야 할까 하는 근본적 의문부터 앞선다.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계기마저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없는 ‘헬조선’의 극약처방을, 충분히 이해를 하면서도 촌극 중에 촌극이라는 자조마저 든다.   

‘예비법조인 선발이 무슨 대수냐’ ‘대 놓고 SKY 등 S등급대학 출신 선호하면 안되냐’ 등과 같은 반론을 종종 접한다. 그렇다면 법조인이란 무엇인가, 자문자답하지 않을 수 없다. 개개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권리보호의 최후 보루로서, 심지어 생사에 대한 합법적 권한까지 갖는다. 그래서 좌고우면하지 않는 법적 양심자여야 한다.

더군다나 전국 25개 로스쿨만이, 매년 2천명의 신입생만을 뽑는 현 시스템은 사법시험을 통해 사법연수원에 입소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변호사자격을 단순 ‘자격증’ 하나로만 치부하기엔 우리사회에서 아직까진 그 역할과 비중이 너무나 크다. 따라서 로스쿨 입시는 중요하고 혹독하게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인맥, 학벌, 배경이 아닌 올곧이 실력과 될성부른 떡잎만으로 뽑아야 하는 당위성을 갖는다.

그렇다 치더라도 부모의 영향, 성장배경조차도 금하는 것은 과한 장벽이다. 로스쿨 입시생들의 평균 연령이 29세일진데 ‘이빨이 썩으니 사탕도 먹지 말라’ ‘빠질지 모르니 물가에 가지 말라’며 어린애를 단속하는 듯한 꼴이 씁쓸해서다. 로스쿨 또한 불공정이 판을 치자 각종 규제들이 난무한, 우리사회의 축소판이어서 일까. 모든 것을 정량평가로만 뽑을 수 없는 현실에서 성장과정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부모조차도 언급할 수 없는 입시사정이 가능할까 극히 의문이 든다. 

지난 8년간 로스쿨이 입시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해 왔더라면 이 지경까지 왔을까. 나이 찬 수험생들에게 이것도 저것도 기재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아들이 와도, 우린 실력과 될성부른 인재만 뽑는다는 각 로스쿨의 대쪽 같은 입시정책과 각오가 중요할진데… 전국의 모든 로스쿨 교수들이 일찍부터 여기에 의기투합했더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