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카스트’ 의혹 한양대 로스쿨 정보공개 일부거부

2016-06-17     안혜성 기자

최근 3년 치 자료만 공개…고시생 모임 이의신청
정보공개 거부 시 행정소송 및 교육부에 감사청구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대학별로 등급을 매겨 입학전형에서 차별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양대 로스쿨이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일부 거부했다.

최근 모 언론을 통해 서울의 모 사립 로스쿨이 대학별로 등급을 매겨 차별을 했고 등급별 점수 차가 법무사, 노무사, 변리사 등 전문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거나 법학적성시험에서 고득점을 한 경우에도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또 지원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점수에 불이익을 준 사실도 문건에 드러나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해당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료상 확인되는 서류전형 총점이 일치하는 것이 2015학년도, 2016학년도 한양대 로스쿨뿐이라는 점에 근거해 지난 7일 한양대 로스쿨에 개원당시부터 현재까지의 정성평가 및 정량평가 실질반영방법과 실질반영비율에 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것을 청구했다.

한양대 로스쿨은 16일 고시생 모임의 청구 중 일부에 해당하는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의 정성·정량평가 실질반영방법과 실질반영비율, 언론에 보도된 문건과 비교할 수 있도록 2015학년도와 2016학년도의 서류 평가 점수 전수 조사 결과를 공개키로 결정했다. 정보의 공개방법도 고시생 모임이 요청한 전자적 방법에 의한 것이 아닌 문서를 송달방식을 선택했다.

고시생 모임은 한양대 로스쿨이 일부거부처분을 한 것으로 보고 이의신청을 하기로 했다. 한양대 로스쿨이 오는 24일까지 요구한 정보를 모두 공개하지 않을 경우 행정법원에 일부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교육부에 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다.

고시생 모임은 “한양대 로스쿨을 비롯해 전국 25개 로스쿨이 입시절차의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나 현재까지 입학절차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현대판 음서제, 현대판 카스트제, 돈스쿨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다”며 “그 중 로스쿨에 입학한 제1기부터 제5기까지는 교육부의 부정입학 전수조사에서도 제외됐으며 부정입학 의혹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입시가 공정하게 운영됐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한양대 로스쿨이 정보 공개를 거부한 2009학년도부터 2013학년도까지의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

고시생 모임은 “다른 곳도 아닌 로스쿨협의회 이사장 이형규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로스쿨에서 발생한 이번 학력과 나이 등의 차별이 최근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로스쿨 개원당시부터 계속 이어져온 행태라는 합리적 의심을 이번 한양대 로스쿨의 일부거부처분을 통해 확신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교육부가 로스쿨 입시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로스쿨 입학전형 시안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교육부는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3년간의 자기소개서 등 자료를 조사해 부모와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24건의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은 이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향후 부모와 친·인척의 신상기재의 금지를 고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실격처리 또는 감점하는 내용의 제재를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고시생 모임은 “입학 이전에 부정입학 청탁전화를 하거나 미리 자녀들을 교수들에게 소개시키는 등 편법적 행위를 막을 방법은 여전히 없다”며 “교육부의 시안은 로스쿨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 중 입학절차와 관련된 일부 개선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로스쿨이 사법시험에는 존재하지 않는 높은 진입장벽을 두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4년제 정규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점, 로스쿨의 연간 평균 등록금이 1,643만원에 달한다는 점, 풍부한 사회경험을 갖춘 인재를 영입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 달리 지난 5년간 30세 이상이 로스쿨에 입학한 비율이 17.6%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이 외에도 로스쿨 교육기간이 4년제 법학부보다 짧은 3년이고 실무교수가 부족해 사법연수원 교수들이 출장강의를 하고 유명 사립학원 강사들이 변호사시험에 대비한 출장강의를 하는 등 교육의 부실과 심각한 재정난으로 세금과 재단적립금, 타단과대 자금 등이 투입되고 있는 점, 2009년부터 2015년까지 SKY 로스쿨에 입학한 SKY 학부 출신의 비율이 85%로 학벌 편중이 심화된 점도 로스쿨의 문제점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고시생 모임은 “이같은 로스쿨의 문제점은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로스쿨 측의 자정노력도 부족하다”며 “57년간 한번도 공정성과 평등성, 전문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적이 없는 사법시험이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