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들 “사법시험 존치하라”며 법서(法書)를 태우다

2016-05-04     안혜성 기자

이상민 법사위원장 ‘자문위 핑계 시간 끌기 멈춰라’ 규탄
“로스쿨 교수, 학부 때와 똑같이 가르치며 연봉·권력 얻어”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고시생들이 교과서와 수험서 등을 태우는 ‘분서갱유’ 퍼포먼스를 하며 사법시험 존치를 호소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4일 국회 앞에서 이상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에게 19대 국회 임기 내에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으로 이동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책임을 묻고 사법시험의 존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고시생들은 교과서 및 수험서 수백권을 태우는 분서갱유 퍼포먼스를 통해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절박한 심경을 전달했다.

고시생 모임은 “로스쿨 도입 후 7년 동안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인 배출통로가 되기에 적합한지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와 관련해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19대 국회에서만 6개나 제출됐으나 이 중 단 한 건도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달이 지나고 19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모두 자동 폐기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시생 모임은 1년 평균 1,500여만원의 높은 등록금과 지난 2일 교육부의 전수조사 결과 발표에서 드러난 부정입학 의심 사례 등을 지적하며 “로스쿨은 철저히 기득권만을 위한 제도임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그럼에도 교육부는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국민을 대변해야 할 국회는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처리를 계속해서 지연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가난한 청년들의 꿈도 하루하루 유예되고만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 교수들에 대한 분노도 쏟아냈다. 고시생 모임은 “로스쿨 교수들이 하는 사시 폐지 주장은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만을 위한 것”이라며 “학부 때와 똑같은 것을 가르치면서 연봉은 3배나 올랐고 입학, 학점 부여, 검사임용추천권 등에서 법대 교수였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분노하고 좌절한 우리 고시생들은 로스쿨 교수들을의 책을 태운다”며 “자신들에게 무려 1년 평균 1,500여만원에 달하는 학비를 내고 배우지 않으면 법조인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로스쿨 교수들을 향해 이 땅의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은 이렇게밖에 분노를 표현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고시생 모임은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자신이 로스쿨 도입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며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장 내년부터 사법시험 1차는 더 이상 치러지지 않고 로스쿨에 갈 수 없는 서민 자제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법조인의 꿈을 접는 것이 돼 버렸다”라며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법조양성제도 자문위원회를 핑계로 시간 끄는 것을 멈추고 19대 국회 임기 내에 사시존치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