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근본이 흔들리기 전에 가다듬어야

2016-04-15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세월 앞에 장사 없다. 한창 젊을 때 느꼈던 이빨의 중요성이 이젠 잇몸으로 바뀐다. 충치, 파절 등 마치 나뭇가지에 문제가 생기면 자르고 접목하면 되지만 이젠 세월의 무게에 마치 고목이 되어 가는 듯 잇몸의 상흔에 중량감이 쏠린다.

그래서 칫솔질을 더 자주하게 되고 잇몸 관리에 집중하게 된다. 잇몸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터지니 이빨의 잔 상처는 별거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잇몸 깊숙이 통증이 오기 시작하면 순간적으로 발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빼 버릴 수만도 없어 갈등의 연속이다. 지극히 차거나 뜨거운 음식도 지레 금하게 된다. 때론 통증은 신경을 타고 뇌하수체며 전두엽까지 들쑤신다. 

대책을 물으면 주치의는 발치를 권한다. 아쉬움이 많아, 갈 때까지 가보자며 기자가 오히려 의사를 설득하곤 한다. 지금은 통증 빈도가 1할가량에 머물지만 머지않아 7~8할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견이 뻔 한데도 말이다. 그래도 지금껏 함께 해 온 이빨인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순 없다고 떼를 쓴다. 문제가 생긴 이빨은 때우고 치료하면 되지만 잇몸은 한번 통증이 오기 시작하면 이미 늦어, 원상복귀는 어렵다는 주치의의 강변이다.

최근 지역인재 7급 공무원시험에 응시한 한 수험생이 상상을 초월하는 범법행위로 공직진입 직전에 덜미가 잡혔다. 지역인재 채용과정은 이렇다. 일단 정부에서 수요인원을 정한 뒤 채용공고를 낸다. 그러면 전국 200여 4년제 대학은 지역별로 할당된 선발인원에 각 대학총장이 인재추천을 하게 된다. 추천과정에서는 학과성적, 영어성적 등 기타 스펙 등이 적용된다. 특히 합격가능성도 감안하게 된다. 대학 내에 추천위원회를 꾸려 자체 공직적격성평가(PSAT)를 출제해 평가하거나 외부 학원 등의 모의고사를 활용하게 된다. 이를 모두 종합해 인재추천이 이뤄지면 인사혁신처가 서류전형을 통해 1단계를 평가한 후 이어 PSAT, 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이 후 1년간 견습을 통해 적절성이 인정되면 정식 7급 공무원으로 임용하게 된다. 

지역인재를 공무원으로 선발해 그 지역에 합당한 공무원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지역균형발전도 꾀한다는 것이 제도도입의 취지다. 이미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시행초기부터 공정성, 형평성에 적지 않은 우려도 있어왔다. 인재추천이 전적으로 대학에 맡겨진데다 우리사회에 ‘대학 불신’ 정서가 있어서다. 추천과정에서 일단 교수에게 소위 ‘찍히지 말아야’하고 또 내부 선정과정에서도 그 공정성에 대한 신뢰성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두고 지역인재 추천제를 폐지하되 현 5급공채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역선발할당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법시험이 공식적으로 올해부터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 지난 2월 27일 치러진 제58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을 끝으로 1차는 폐지됐고 내년 2차, 3차 시험을 끝으로 폐지될 예정이다. 대신 2009년에 출범한 로스쿨체제로 법조인력양성 및 선발로 대체된다. 그런데 여기저기 문제점들이 노정되기 시작했고 8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경북대 로스쿨의 신평 교수가 그의 저서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을 통해 로스쿨의 문제점들을 꼬치꼬치 지적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다. 또 그는 이 책을 통해 발전방향을 나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의혹만 제기된 적지 않은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 전국의 로스쿨과 교육부, 법무부 관계기관 등은 로스쿨제도에 대한 불신의 문제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상황에서 지역인재 7급채용뿐만 아니라 로스쿨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도 충치, 파절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잇몸을 튼튼히 할 규범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빨이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잇몸은 이미 회복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인재 공무원선발, 로스쿨 폐지론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드러나는 상흔을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 일신우일신을 꾀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