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로스쿨 겨냥한 현직 교수의 작심 비판

2016-03-29     이성진 기자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신평 / 높이깊이 출판사 / 312면 / 15,000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변호사시험이나 대학의 모의고사 채점을 하다보며 기상천외한 내용을 보는 수가 더러 있다. 헌법소원심판청구서 작성에서, 그 제출기관은 당연히 헌법재판소가 된다. 이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이니 무슨 법원의 지원이니 하면서 써 내는데 왜 이렇게 쓰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3년의 과정을 마치고 치르는 변호사시험의 답안에서조차 이렇다. 그러나 학생들이 이처럼 이상한 내용을 써낸다고 해서 학생들이 학업을 게을리 했다고 비판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구조적으로 학업의 정상적 성취를 저해하는 요소가 로스쿨의 교육과정 중 여기 저기 산견된다 …… 교수들 간의 세력균형, 교수들이 집요하게 추구하는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뜻을 알 수 없게 어지러이 펼쳐진 교육과정 중에서 어느 것을 따라가야 할지 잘 모른다” /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139쪽 / 

한 로스쿨 교수가 한 권의 책을 통해 현 로스쿨 제도를 작심하고 비판에 나서 주목된다. 그러면서 외국의 법조인력양성제도를 비교법적으로 연결해 출구를 찾을 것을 제언한다.

법관 출신의 신평 교수. 그는 현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재직 중이다. 법관시절에도 이색적 판결과 법조계를 향한 진보적 독설로 이목을 끌었다.

그가 출범 8년째를 맞이한 로스쿨에 대해 그 민낯을 샅샅이 드러내는, 그러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며 제도 개선을 주창하는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는 책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로스쿨은 과연 어느 정도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 최근 로스쿨에 관한 여러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왔다. 로스쿨이 우리 사회의 ‘희망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현대판 음서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세찬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결과 로스쿨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고 로스쿨과 반대편에 있는 기존의 사법시험제에 대한 호의적 반응이 광범하게 퍼지고 있다.

로스쿨에 대한 기존의 비판적 견해들은 로스쿨의 입학과 졸업, 취업에 국한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서 졸업할 때까지 로스쿨 학생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있을까 하는 의문에는 모두가 침묵해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대륙법 체계에 속한 독일, 프랑스, 일본에서 어떻게 법조인을 양성하는가를 자세히 살펴보고 그 실증적 분석 위에 탄탄한 결론을 세운다.

저자는 로스쿨의 교육과정은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라고 진단한다. 그 원인을 로스쿨 교수들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른 나라들에서와 달리 그들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교육과정을 제멋대로 왜곡했고 로스쿨생들은 다른 대륙법계 국가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뒤떨어진 형태의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현 로스쿨제도를 두고 끔찍한 현실이며 국가적 재앙으로까지 표현한다.

저자는 “한국의 로스쿨은 철저하게 로스쿨 교수를 위한 것이며, 로스쿨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들 또한 그들”이라며 “반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바로 로스쿨 학생들”이라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되면, 로스쿨생이나 그 부모들이라면 심한 분노의 감정에 휩싸일 것이고, 일반 국민들은 당장 로스쿨을 개혁하라고 외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 역시 그 일원으로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인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로스쿨 교육은 형편없었고 로스쿨은 또 학생들의 이익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운영되고 있음을 확연하게 깨달았다. 내 손에 넣어진 이 진실을 감추어 둘 수 없는 일이다. 내 손을 폄으로써 어떤 손해를 보고 핍박을 당한다 하더라도 이는 내가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조용히 감내해야 할 몫(이 책 3쪽 프롤로그 중 일부)”이라며 작심하고 로스쿨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로스쿨은 로스쿨 교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로스쿨 학생을 위한 것으로 시급히 개혁되어야 한다”면서 “올바른 법조양성제도의 새로운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조계가 바로 서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튼튼한 기둥을 갖게 된다고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