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법사위에 잠자고 있는 ‘사법시험 협의체’

2016-03-11     법률저널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입장’을 밝히며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불거진 지 약 3달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상민 의원) 산하 ‘사법시험 협의체’(이하 협의체) 구성이 완료됐다. 우여곡절 끝에 협의체 구성이 완료되었지만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대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과 맞물리면서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이어 자칫 협의체마저도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19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 관련 제출된 법안만 총 6건에 달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10월에서야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 대해 첫 논의에 들어갔다. 19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약 1년 8개월 만의 일이다. 가장 먼저 발의된 함진규 의원의 법안을 기준으로 하면 593일 만에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정식 논의 테이블에 올렸지만 결과는 또 다시 공청회 개최였다. 어렵사리 열린 논의의 장이었지만 찬반 양쪽의 설전만 오갔을 뿐 관계 기관의 눈치작전으로 공청회는 별 소득 없이 끝났다. 

19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과 시간이 지연되면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사법시험 존치 법안들도 자동폐기 된다는 점에서 공청회가 ‘시간끌기용 꼼수’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시험을 목전에 두고 일분일초도 허비할 수 없었던 고시생들이 조속한 법안 심사를 촉구하며 한달이 넘도록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조속한 논의와 통과를 바라는 고시생들의 절박한 절규였지만 이상민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원들은 법안의 발목을 잡고 외면했다.  

결국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입장’을 밝히자 이상민 위원장은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가 결단을 내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법무부·교육부·대법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협의체를 구성하고, 국회 내에도 협의체나 자문기구를 구성하겠다며 법무부의 발표를 무력화시켰다. 협의체 구성에도 약 3개월을 끌었고 지금껏 1차 회의도 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사법시험 존치 법안 심의를 미루려는 ‘시간끌기용’으로 국회 내 이해당사자들의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20대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더욱 회의적이다. 만약 이상민 위원장이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협의체 활동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더욱 커지게 된다. 4·13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3선인 이상민 위원장(대전 유성구을)의 지역구가 단수지역에 포함되지 못해 추후 중앙당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총선의 승부처인 충청권에 유성구을을 ‘킬러 공천’ 대상 지역으로 확정하는 모양새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최근 이상민 위원장을 거론하며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 위원장을 낙선시키기 위한 맞춤형 후보를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자기 발등 불 끄기가 급한 마당에 협의체 활동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본격적인 논의가 미뤄지는 것에 뿔난 사법시험 수험생 학부모가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국회법제사법위원회는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말고 하루빨리 결론을 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마지막 사법시험 1차시험이 지난달 27일 시행되면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들 학부모들은 사법시험 존치 법안의 조속한 논의와 통과를 위해 사법시험 존치연대와 힘을 모으는 동시에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이상민 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는 더 이상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담아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의 뜻을 국회가 올바로 구현하지 못하면 그 존재 이유가 없다. 대놓고 법을 깔아뭉개는 법사위원들을 이번 총선에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19대 국회는 우리 국회 중에서도 최악이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현역 의원을 많이 탈락시킬수록 바람직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는지도 살펴야 한다. 국회를 이 꼴로 만든 사람들이 또 의원 배지 달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 것은 평범한 유권자들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