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행정사시험 경력자 면제’ 규정 합헌

2016-02-25     안혜성 기자

일반응시자의 평등권·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부정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행정사시험에서 공무원 등 경력자에 대해 시험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해주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행정사시험은 지난 2013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 지난해까지 총 3회의 시험을 시행해 왔다. 제1회 296명, 제2회와 제3회 330명의 합격자가 행정사 시험을 통해 배출됐다.

하지만 공무원 등 경력으로 인해 시험을 전부 면제받고 행정사 자격을 얻은 인원이 시험 행정사의 수백 배가 넘게 배출되며 논란을 빚고 있다. 시험을 전부 면제 받고 행정사시험에 최종합격한 인원은 제1회 66,194명, 제2회 87,699명, 제3회 50,331명이었다.

이는 구 행정사법이 일정 기간 공무원으로 재직한 이들에 대해 시험을 치르지 않고 행정사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현행 행정사법이 전부면제 대신 1차시험과 2차시험 일부 과목에 대한 면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면서 부칙 제3조를 통해 법 공포 전 공무원이 된 이들에 대해 구 행정사법의 전부면제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은 행정사가 배출되며 자격증의 가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실제로 행정사시험 지원자는 1회 11,712명에서 2회 3,560명, 3회 2,887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행정사 수험생인 청구인들은 행정사법의 시험면제 규정이 일반 응시생들의 청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공무원 등 경력자에 대한 시험 면제 규정이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행정사들과 행정사 수험생들의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현행 행정사법의 일부면제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경력공무원에 대해 행정사 자격시험 중 일부를 면제하는 것은 상당 기간 행정 실무 경험을 갖춘 공무원의 경우 행정에 관련된 전문 지식이나 능력을 이미 갖춘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현행 행정사법이 규정하고 있는 경력 요건에 대해서도 합리적이거나 현저하게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구 행정사법이 전부 면제를 규정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이 특정분야에 관해 전문지식과 능력을 보유했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어느 방법을 택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므로 일정한 경력 공무원에 대해 공개경쟁시험절차에 의하지 않고 계급 및 근무경력만을 확인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해서 곧바로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구 행정사법이 정하고 있는 경력 요건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구법조항이 개정되면서 행정사 자격시험의 전부면제제도가 폐지됐다고 해서 구법조항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전부면제제도와 일부면제제도는 모두 행정사 자격제도에 관한 입법형성권 법위 내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행정사법 공포 전 공무원이 된 자들에 대한 소급을 허용하는 부칙 조항에 대해서는 “일종의 경과규정으로서 경력공무원들이 구법조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력공무원에 대한 행정사 자격 부여제도는 지금까지 50년 넘게 시행돼 오면서 합리성과 합목적성이 인정돼 왔으므로 경력공무원들의 행정사 자격 부여에 대한 신뢰는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신뢰”라고 전했다.

일반 응시자와의 형평성 문제에 관해 헌재는 “경력공무원들에게 행정사 자격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응시자와의 형평을 제고한다는 공익의 실현이 봉쇄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늦춰지는 것에 불과하므로 경력공무원의 신뢰를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개정법 공포 당시 경력 면제 요건을 충족한 공무원과 그렇지 않은 공무원을 구별하지 않고 전부면제를 허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근무기간의 차이만 존채할 뿐 행정사 자격의 부여에 대한 기대를 갖고 근무한 점에는 차이가 없다”며 합리성을 인정했다.

헌재는 “일반 응시자들이 행정사 자격시험에 합격해 행정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고 그 자격시험이 절대평가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부칙조항이 행정사의 공급을 경력공무원에게 독점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며 “행정사의 수급 문제는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므로 다소 많은 수의 공무원들이 행정사 자격을 취득하거나 취득할 예정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부칙조항이 입법자의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