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10명 중 6명 “로스쿨 제도 성과 미미”

2016-02-19     법률저널

국민 10명 중 6명은 사법개혁과 관련하여 로스쿨제도에 대해서는 성과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50대 이상의 높은 연령층에서 로스쿨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문법조인 양성으로 법률서비스 질 향상이나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전보다 법률서비스를 이용하기 쉬워졌고, 법조계 비리나 부패가 감소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원)이 최근 발표한 ‘2015 국민법의식 조사’에 따른 것이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로스쿨 제도가 2009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로스쿨 제도가 성과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혹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성과가 있다’는 의견이 28.7%에 그친 반면 ‘성과가 없다’는 응답이 58.8%로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다만, ‘모름/무응답’이 12.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 로스쿨 제도에 대하여 모르고 있는 국민들이 다소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5~6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원이 가구마다 방문해 직접 면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로스쿨 제도의 성과에 대한 응답을 특성별로 보면, ‘성과가 있다’는 의견은 연령별로는 20대(31.8%)와 60대 이상(30.6%), 직업별로는 블루칼라(33.9%), 대도시 거주자(32.4%)와 주관적 계층수준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성과가 없다’는 의견은 연령별로는 30대(70.6%)와 40대(64.4%), 학력이 높을수록, 지역규모가 작을수록 높게 나타났으며,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66.6%)와 학생층(64.9%) 등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기존 사법시험 제도가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국민 대다수의 인식은 한마디로 ‘실패’였다. 로스쿨 제도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로스쿨 도입에 따른 사법개혁 성과를 시계열 변화 조사에서도 도입 전(2008)년과 제도 시행 후(2015년)로 비교했을 때 ‘전문법조인 양성으로 법률서비스의 질이 높아졌다’는 의견과 ‘변호사 수임료가 낮아졌다’는 의견은 각각 56.6%에서 41.1%, 23.3%에서 14.6%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로스쿨 도입으로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과 수임료 하락을 예상했지만 국민들은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한 셈이다. 다만 ‘법률서비스를 이용하기 쉬워졌다’는 의견과 ‘법조계 비리·부패가 줄어들었다’는 의견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는 로스쿨 시행의 직접적인 성과로 보기 어렵다.

보고서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로스쿨 제도보다 사법시험을 존치하고자 하는 국민 여론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방송공사와 동아일보가 실시한 ‘사법시험 유지 또는 폐지’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각각 57.5%, 67.9%로 사법시험 유지 의견이 많았다. 또한 법무부가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국민의 80% 이상이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 인식 아래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도 ‘지금처럼 유지해야한다’는 응답이 61.3%로, ‘계획대로 폐지해야한다’는 응답(20.2%)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홈페이지 ‘디지털 썰전’을 통해 진행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사법시험 폐지’ 반대했다. 한국경제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열의 아홉’이 사법시험 존치에 찬성했다. 

이처럼 로스쿨 제도에 대한 로스쿨측과 일반 국민의 인식에는 상당한 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인식의 갭을 줄이는 것은 로스쿨측의 몫이다. 그동안 로스쿨이 스스로 개혁의 노력을 게을리 했던 것은 어차피 사법시험이 폐지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외부 목소리에 귀를 닫았던 것이다. 로스쿨측은 국민이 우리 법조에 부여한 신뢰의 의미와 무게를 이해하고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해 뼈를 깎는 개혁의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