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희노애락-손경한변호사

2004-03-23     법률저널

"창의와 도전정신으로 전문화의 길 나서야"

사시 1,000명 시대는 이제 법조인을 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직업인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판·검사를 지향하는 세태가 빚어지고 있지만 다수의 연수원생이 변호사 직역으로 진출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자신의 직역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포부를 품은 직업의식이 필요한 시기다. 그래서 실제 법조인들의 삶을 엿보면서 법조인들의 보람과 고민 등을 선배 법조인들에게 들으며 자신의 진로에 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편집자주

 

손경한 변호사
법무법인 아람 대표변호사

연수원 시절부터 구체적으로 진로 고민해야


손경한 변호사는 1979년 사법연수원 9기로 수료한 후 판검사를 거치지 않고 중앙국제법률사무소에 둥지를 틀고 당시에 생소했던 국제거래 업무부터 손을 대 현재 지적재산권 및 정보통신법 등 새로운 영역에서 전문법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손 변호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해, 변호사로 나설 것이면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다"며 "점점 사회가 다양화됨에 따라 변호사의 업무도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창의력과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5년의 법조생활을 하고 있는 손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새로운 영역을 헤쳐나갈 때마다 '생의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아직 올라야할 봉우리가 많아 보였다.


◇ 법조인이 되겠다는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개인적으로 법조인이 되겠다는 특별한 동기는 없었습니다. 당시에 다른 사람들처럼 집안 어른이 집안에서 법조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에 법대를 지원했고 사법시험에 응시하게 된거죠.


◇ 처음 법조인으로서 일을 할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1979년 사법연수원을 나와서 중앙국제법률사무소에 들어갔습니다. 국제거래 전문 법률사무소였기 때문인지 외국변호사 2명과 같이 일을 시작했고 매우 현대적인 시스템하에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할 때는 내 인생에서 새로운 지평이 펼쳐지는구나하는 생각에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있었습니다.


◇ 법조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이 있다면

특허분쟁에 관한 사건이 기억에 남네요. 한 다국적 기업과 국내 기업 사이 특허침해소송이었는데 몇년동안 치열하게 싸운 결과 소송에서 이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몇년간 공들였고 힘들게 진행해왔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인지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또 90년대 들어 국내 IT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기술관련 법률관계에서 많은 계약문제와 분쟁을 다루면서 세계가 IT산업쪽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에 95년 기술과법연구소를 설립해 전자거래기본법 초안을 만들고 1999년 시행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세계에서 전자거래에 관한 법으로는 세번째로 입법된 것이어서 굉장히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국내 기업이 IT 강국으로 가는 법률적 초석을 다졌다는 자부심도 들었고요.
 
◇ 국제거래에서 지적재산권, 정보통신법 등 전문영역을 넓혀가는데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때마다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워낙 호기심이 많아 일반법률서비스를 하면서도 새로운 분야와 관련된 서적이나 논문 등을 자주 접했습니다. 또한 관련 분야 인재들과의 관계도 쌓아가면서 각종 세미나나 심포지엄 개최나 책자 발간에 열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두렵기보다는 설레이고 재미있었습니다.

전문분야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를 선택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해야하고 자신의 적성과 장래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로펌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크기와 보수에 상관하지 말고 3~4년동안 꾸준히 실무를 통해 업무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변호사는 문제해결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책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죠. 실무를 통해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고 실무생활을 통해 부족한 무엇을 느꼈을 때 해외연수를 1~2년 정도 갔다와 국제적 시각을 익히면서 전문가로서 자질과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합동사무소도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다. 로펌에 들어가기 힘든 경우에는 각각의 합동사무소의 정보를 취합해 자신이 원하는 영역의 파트너변호사를 찾아가 그 업무분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자신이 원하는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보수를 고려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법'의 유용함과 무기력감을 느낀 적이 있었는지

예전 권위주의 정부가 있을 때에는 법률가로서 많은 한계를 느낀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피해소송을 할 때 정치적 이유로 소송이 취하되는 것을 볼 때 법률가로서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가 되어갈수록 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한국사회가 법치주의에 기반한 사회로 발전하면서 법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이제는 '법'에 의해 가치 판단이 이뤄지기 때문에 법률가로서 해야할 일도 많아지고 일에 대한 보람도 처음보다 많이 생겼습니다.


◇ 과거와 달리 최근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연수원생들은 판·검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변호사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먼저 사법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변호사 경험을 통해 판검사를 하는 법조일원화가 실현되어야 하고 연수원도 판검사임용기관에서 탈피해 각 직역에 맞는 특성화된 교육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6개월~1년간은 공통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적인 소양을 익히고 난 후 각자의 진로를 선택한 후 1년~1년반 정도 각 직역에서 연수받을 수 있는 법조인양성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법무담당관 제도에 대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입법부와 행정부의 기능이 커지게 되고 이에 따라 정책의 입안과 집행에서 법적 검토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적 의식이 생활에 뿌리내리고 있고 법치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먹구구식의 행정서비스는 국민의 생활에 불편을 줄 수도 있습니다. 법무담당관 제도는 예방적 차원에서 법적 검토를 마친 정책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균형있는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입법, 행정부의 사법시스템이 선진화되면 이에 대응하는 국민들의 사법의식이 높아지고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도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변호사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도 넒어질 것이며 사법시스템의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여깁니다.

그리고 현재 변호사로 진출하는 연수원생들에게는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생의 활력'을 얻었습니다. '변호사로서 나의 생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라는 고민을 함께 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나갔습니다. 저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변호사의 길도 달라질 것이라 봅니다. 변호사로서 '나의 길'에 대한 신념이 없으면 일을 하기에 쉽지 않지만 '나의 길'을 정해놓고 도전하는 삶이라면 아직 영역이 협소한 국내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최초의 변호사, 최고의 변호사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 변호사가 늘어나면서 법조 시장도 경쟁 체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어려움이 많기에 직업의식과 사명감이 더욱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어떤 직업관이 필요할런지?

법조인은 사명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법적 사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정의감과 윤리의식을 갖추고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불의의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만약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법적 소양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 법조인으로서 이것만은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 있다면

법조인으로서, 즉 법률전문가로서 프라이드를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윤리적 유혹을 물리칠 수 있고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법률문제 해결능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만약 후배들에게 법조인을 추천하고 싶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지

시대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법조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법조인으로서 '평생계획'을 세워 한발한발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다독일 줄 아는 법조인이 됐으면 합니다.

'평생계획'을 꾸리다보면 내가 법조인으로서 제대로 걸어오고 있는지 반성하게 되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 남은 기간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체계를 수립하는 데 제 역량을 쏟고 싶습니다. 앞서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를 검토해 합리적인 법을 꾸며놓으면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병철기자 bckim99@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