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9)

2015-11-27     박준연









박준연 미국변호사

학과 수업 이외의 미국 로스쿨 생활

학과 수업은 미국 로스쿨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학년 성적은 2학년 과정을 마친 후 서머 프로그램에 지원할 때 중요하게 여겨진다.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한 후라도 이직시 로스쿨 성적표를 요구하는 회사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로스쿨 학생들이라고 수업 외의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로스쿨 2학년과 3학년때 제일 시간과 에너지를 쓴 과외활동은 저널이다. 나는 2학년때 NYU 로스쿨 국제법 및 정치학 저널(NYU Journal of International Law and Politics)의 스태프 에디터로 일하고, 3학년때는 저널에 게재할 글을 선정하는 시니어 아티클 에디터(Senior Articles Editor)로 일했다. 교수의 자문을 전혀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게재 논문 선택부터 편집, 교정 등 저널 출판 과정 전반을 학생들이 담당하는 것은 미국 로스쿨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1학년 두 학기를 마치고 나면 저널 에디터 선발을 위한 문제가 출제된다. 문제에 대한 답안과 짧은 자기소개 등을 제출하면 2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선발 결과가 발표된다. 그리하여 에디터로 일하게 되면 1주일에 몇 시간씩 편집업무를 담당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저널 활동이 로스쿨의 수상 이력(honors)로 성적표에 게재됨에도 불구하고 저널 활동에 지원하지 않는 학생도 없지 않다. 하지만 글을 다듬는 일, 어떤 글이 좋은지 판단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일은 변호사 업무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저널 활동에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저널의 성격상 외국 생활 경험이 있는 동기, 선배들이 많았고 사람에 따라선 시간낭비라고들 하는 편집업무도 그리 고통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도 모르는 선배가 내가 검토한 건 틀림이 없어서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며 인사를 해 올 때는 뿌듯하기도 했다. 마침 저널 오피스가 3년간 생활했던 기숙사의 지하에 위치해서 저널 오피스에서 저널 일을 한 이외에도 기말고사 전엔 여기서 시험공부를 했고 바시험도 여기서 준비했다.

저널 이외에도 2학년 첫 학기때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모의재판에 참가했다. 나도 그렇고 같은 팀으로 참가했던 친구 둘도 별로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중간에 그만둬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는데, 정작 모의재판이 시작되자 셋다 재미를 붙여서 둘째날엔 끝나는 게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 외에 실무교육의 일부로 실시되는 클리닉 프로그램은 학점을 부여하는 수업이므로 100% 과외활동이라고 하기엔 어렵지만 NYU의 경우 다른 수업과는 별개로 지원을 통해 선발하고 일반 수업에 비해 많은 참여를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나는 3학년때 ACLU (미국 시민 자유 연합)와 연계된 클리닉 수업을 수강하면서 청소년 형사처벌제도(school-to-prison pipeline)와 관련된 ACLU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또 짧은 봄방학 기간에는 학내 행정 및 정부 규제 연구기관의 RA(research assistant)로 일하기로 했다. 로스쿨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NYU의 유학생오피스(Office for International Students and Scholars)의 학생 자문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활동을 했다. 

또 나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학생회(SBA, Student Bar Association)이나 성별, 인종을 바탕으로 한 모임, 로 리뷰(Law Revue)라고 불리는 1년에 한차례씩 있는 공연 등이 로스쿨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활동이다. 

위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 활동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할지 안할지를 결정하는 선택의 영역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한두 개의 활동을 정해 2,3학년때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런 선택에는 자유 시간을 투자할 의무가 따른다. 학과 공부만으로도 바쁜 로스쿨 생활이지만, 공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에게 맞는 활동을 선택하여 참여하는 것은 로스쿨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