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낯 드러난 사법시험 공청회 더 이상 의미없다

2015-11-20     법률저널

 

2017년 3차 시험을 끝으로 폐지되는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놓고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공청회를 열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어렵사리 열린 논의의 장이었지만 찬반 양쪽의 설전만 오갔을 뿐 관계 기관의 눈치작전으로 공청회는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이미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을 증명하는 데 공청회 시작 10분이면 충분했다. 이날 공청회(公聽會)를 ‘공청회(空聽會)’로 만든 것은 국회 법사위와 대법원·법무부·교육부의 합작품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국민들이 더 쉽게,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받도록 ‘시험’ 대신 ‘교육’으로 더 많은 법률가를 양성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을 결정했다. 국회는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과 변호사시험법을 잇달아 처리하며 제도의 토대를 마련했고, 사법시험은 2016년 마지막 1차 시험을 실시한 다음 2017년 폐지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제도 운영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19대 국회 들어 사법시험 존치를 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법시험 존치를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도 6건이나 발의된 상태다.

이날 공청회는 법사위가 이 법안들을 심사하기 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며 만든 자리였다. 나승철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과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가 존치 찬성 측으로, 오수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과 김정욱 한국법조인협회장이 반대 측 진술인으로 나섰다. 법무부, 교육부, 대법원 측에서도 1명씩 진술인이 참석했다. 사법시험 존치와 반대 측의 논리는 한마디로 사법시험 존치가 로스쿨의 보완대책이 될 수 있는지 여부다. 양측의 주장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이미 수없이 논의되고 발표된 것이어서 이날 내용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법무부와 대법원의 입장에 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청회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가장 먼저 진술 기회를 얻은 법무부부터 문제였다. 변호사시험을 관장하는 법무부 법조인력과 검사는 “사시 존치 여부는 국민적 합의로 결정할 사항으로, 법무부는 사회 각계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부터 한 말을 계속 되풀이 한 셈이다. 법원 태도 역시 비슷했다. 대법원 진술인으로 참여한 사법연수원 교수는 “법학 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사시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현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너무나 원론적인 답변에 법사위 위원장과 위원들조차 황당해하는 모습이었다. 사법시험 존치와 관련 19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 2년 가까이 흘렀고, 법안만 6건이나 발의될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여태껏 여론을 수렴하고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공청회로 대법원, 법무부, 교육부 조직의 민낯이 국민들에게 다 드러난 셈이다. 한 마디로 무사안일의 전형(典型)을 보는 듯했다. 로스쿨제도로 인한 많은 문제점과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는데도 법조인력양성의 관련 부처로서 제대로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저 눈치만 있었을 뿐이다.

특히 로스쿨 교육의 주관 부처인 교육부의 뒷북은 가관이다. 교육부는 지금껏 로스쿨을 방치하다 이제 와서 허겁지겁 등록금을 줄이겠다는 등 종합적인 로스쿨 발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저 예산을 확보하고 장학금 많이 주는 게 대책이 아니다. 로스쿨 교육을 통해 양질의 법조인이 배출된다는 국민적 신뢰를 얻는데 방안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사법시험과 변호사시험을 총괄하는 법무부야말로 축적한 자료를 통해 사법시험 존폐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연구가 선행됐어야 했다. 법사위는 연내 공청회를 다시 열기로 했지만 가능성은 물론 다시 열리더라도 충분한 논의 끝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사법시험은 내년 2월이면 마지막 1차시험이 실시될 예정되고 4월이면 20대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국회는 어수선하다. 따라서 공청회로 시간을 끌기 보다는 법사위 논의로 하루빨리 매듭을 짓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