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점입난제(漸入難題) 사법시험 존치 논란

2015-10-16     이성진 기자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올해 여름휴가는 뒤늦은 9월초 강원도 동해안 일대를 여행하며 보냈다. 어느 자그마한 해안 어촌의 방파제에 낚시를 드리우던 중 서울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낚시꾼들을 접했다. 이들은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며 투덜댔다. 온종일 잡았는데 어망이 텅텅 비었다. 귀가 채비를 하면서도 잡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지 연신 투정이 이어졌다.

평소 낚시만하면 운 좋게 한 마리 이상은 반드시 잡는 행운이 있는 기자는 자그마한 물고기를 몇 마리 잡고 놓아 주고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방파제 뒤편으로(해변) 한 노인이 짧은 대나무를 들고 해변 돌과 바위틈을 오고가는 모습이 보여 다가갔더니 엉성하게 손수 만든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가 망태에 제법 담겨 있었다. 돌 틈새에 낚시 바늘을 드리우는 족족 고기를 낚아 올렸다. 신기하고 놀라워 신분을 물으니, 그 곳에서 어부를 정년퇴임한 70대 노인으로서 소일거리로 낚시를 나왔다고 했다.

크고 많은 물고기를 잡을 요령으로 채비를 멀리 멀리 던지느라 어깨가 아프다며 투덜대던 그 한 무리의 낚시꾼들 생각이 오버랩 됐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 옛 선인들의 말이 떠올랐다. 경험과 요령이 있으면 힘들이지 않고서도 이렇게 쉽게 원하는 목적을 성취할 수 있는 법인데…….

2013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사법시험 존치 논쟁이 한층 깊어지고 있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찬성측과 반대측의 시시비비 논란이 짙어지면 질수록 해법을 더 찾기 어려운, 소위 점입난제(漸入難題)의 상황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법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대한법학교수회와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집행부, 사법시험 고시생 모임 등이 사법시험 존치 당위론을 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한국 법조인 협회’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사법시험 존치 불가론을 주장하며 로스쿨측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한변협 회장 산하에 사시존치 TF가 있고 이를 통해 정치권에 압력을 넣고 고시생들을 사시존치 운동에 동원하고 있다는 대한변협 내부 문건이 유출되자, 로스쿨측과 사법시험측의 세력 겨루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법협은 대한변협 회장을 선거법 위반 고발조치할 뜻까지 예고하면서 사과와 함께 사시존치 TF 폐지를 촉구하고 나선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에 대한변협은 사시존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며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로스쿨측을 향해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며 법학계, 변호사단체, 법무부 등이 참여하는 TF를 꾸려 건설적 대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법학발전 또는 사법시험 존치여부를 두고 숱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있지만 접점은 커녕 오히려 평행선만 더욱 넓어져 가는 모습이다. 로스쿨측은 사법시험 절대불가라는 전제 하에 법학발전을 모색하자는 것이지만 그 반대측은 사법시험이 최상의 치료법이라며 상호 한 치의 양보도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교육부, 대법원, 법무부는 남의 일인냥 구경만 하고 있고 시민단체도 찬반측으로 나뉘어져 법학발전이라는 거대담론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공무원선발에서는 법대생 출신 품귀현상을 겪고 있고 법과대는 존폐위기로 몰리고 있으며 빈곤자는 법조인이 될 수 없다는 호소가 들린다. 반면 사법시험으로 인해 로스쿨 안착이 실패될까 우려하는 반론도 들린다. 이 양자를 설득하고 달랠 뾰족한 묘안도 지금은 없어 보인다. 마냥 이 상황을 방치만 하기에는 국력 상실과 사회적 진영 논리만 키울 것은 뻔해 보인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진실을 우린 모르고 있는 걸까. 가까운 곳에서 아주 손쉽게 대어(大漁)를 낚아 올릴 수도 있을 법 한데 말이다. 답도 나오지 않을 이편, 저편 나뉘어 싸울 일이 아닌 듯싶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 주장처럼 지금이라도 법학교수회, 로스쿨협의회, 변호사단체, 법무부 등이 참여하는 TF를 꾸려 법학발전이라는 희망담론을 재개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