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 실명확인 ‘합헌’
“선거의 공정성 확보 위한 최소한의 제한”
헌법재판관 5인 ‘합헌’・4인 ‘위헌’ 의견대립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선거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에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려는 경우 실명확인을 받도록 함과 동시에 인터넷언론사에게 이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실명 인증 표시가 없는 경우 삭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이같은 내용을 규정한 구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제1항, 제6항, 제7항, 제261조 제1항 제1호가 게시판 이용자의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인터넷 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이번 결정은 9인의 헌법재판관 중 5인의 합헌 의견, 4인의 위헌의견이 부딪치며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다수의견은 “관계법령의 규정이 구체적으로 인터넷언론사의 범위에 관해 규정하고 있고 독립된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운영하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이를 결정・게시하는 이상 해당 인터넷언론사가 자신이 실명확인 조치의무를 지는지 여부에 관해 확신이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상정할 수 없다”며 명확성의 원칙에 부합된다고 봤다.
또 ‘지지・반대’의 정보는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글 등이 이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는 점도 이같은 판단의 이유가 됐다.
사건 규정은 선거운동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한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언론사의 공신력과 지명도에 기초해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과 한국 선거문화의 현실을 고려해 입법된 것으로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됐다.
이어 실명확인조항은 실명확인이 필요한 기간을 ‘선거운동기간 중’으로 한정하고 있으며 그 대상을 ‘인터넷 언론사 홈페이지의 게시판・대화방’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는 점, 인터넷 이용자는 실명확인을 받고 정보를 게시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실명확인에 별다른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점, 실명확인 후에도 게시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실명인증’ 표시만 나타나는 점 등을 합헌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반면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위헌으로 판단했다. 공정한 선거를 해치는 악의적 의사표현은 익명표현을 허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없고 추상적 가능성만으로 유해한 익명표현 뿐 아니라 유익한 익명표현까지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위축시켜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
특히 선거운동기간 동안만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피룡가 있음에도 오히려 선거운동기간 중에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고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이 게시될 ‘가능성’·만 있으면 모두 규제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의 공간적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들 재판관은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범죄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나 후보자비방죄 등 여러 제재수단이 이미 마련돼 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선거게시판 감시활동을 통해 대응하고 있으며 사후적으로 게시물 표현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사후적 규제가 기술상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수사편의 및 선거관리의 효율성이라는 기술적 편리성에만 치우쳐 사전적・예방적 규제를 통해 익명표현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법익균형성도 부정됐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제하고 있는 선거운동기간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 행사에 있어 가장 긴요한 시기라는 점, 표현의 자유 보장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점에서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따르는 불이익이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