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 ‘후폭풍’…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 신청 봇물?

2015-07-03     이상연 기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 성적 공개 신청 잇따라

[법률저널= 이상연 기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가 현행법의 변호사 시험 성적 비공개 원칙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성적 비공개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18조 1항을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로 인하여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서 오히려 대학의 서열에 따라 합격자를 평가하게 되어 대학의 서열화는 더욱 고착화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채용에 있어서 학교성적이 가장 비중 있는 요소가 되어 다수의 학생들이 학점 취득이 쉬운 과목 위주로 수강하기 때문에 학교별 특성화 교육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며 “학교 선택에 있어서도 자신이 관심 있는 교육과정을 가진 학교가 아니라 기존 대학 서열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로스쿨도 학생들이 어떤 과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지 등을 알 수 없게 되어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된다”며 “시험 성적이 공개될 경우 변호사시험 대비에 치중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으나,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시험성적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하여 변호사시험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나아가 “오히려 시험성적을 공개하는 경우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양성할 수 있고, 각종 법조직역에 채용과 선발의 객관적 기준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법학교육의 정상화나 교육 등을 통한 우수 인재 배출, 대학원 간의 과다경쟁 및 서열화 방지라는 입법목적은 로스쿨 내의 충실하고 다양한 교과과정 및 엄정한 학사관리 등과 같이 알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 수단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용호 재판관은 보충의견에서 “변호사시험의 높은 합격률과 성적 비공개는 로스쿨을 기득권의 안정적 세습수단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며 “이러한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와 로스쿨-변호사시험 체제의 차이는 근본적으로는 시험성적의 공개 또는 비공개라는 절차와 결과의 공정성, 평가 기준의 객관성 등의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사시험법 18조 1항은 합격한 변호사의 시험 성적을 시험 응시자를 포함해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이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서 벌써부터 법무부에 성적을 공개해 달라는 정보공개청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법률저널이 확인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성적 공개 신청이 잇따르자 법무부도 성적 공개의 범위를 놓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위헌으로 이끌어낸 최우식 변호사는 “거의 모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자신의 변호사시험 성적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변호사시험 응시를 위해 개인마다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게 치른 시험의 성적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적이 공개되면 앞으로 변호사 채용 방식에서도 일정 변화가 예상된다. 판검사 임용이나 로펌 등 채용기관에서 변호사시험의 성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취업시장에서 변호사시험 성적이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시험 성적은 전체 로스쿨 졸업생들의 실력을 가늠할 가장 공정하면서 사실상 유일한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변호사시험 성적은 학점과 학벌보다 더 공정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성적 공개의 범위다. 현재 사법시험의 경우 본인의 성적뿐 아니라 석차까지 공개되고 있어 변호사시험도 석차까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석차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성적 공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변호사시험 성적 비공개 위헌에 따라 현행 변호사시험법의 개정 작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