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로스쿨 ‘상생의 길’ 프랑스에서 찾다

2015-06-08     안혜성 기자

사시존치 마지막 연속 심포지엄 숙명여대서 개최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고 로스쿨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된 연속 심포지엄에서 프랑스의 이원적 법조인 양성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와 대한법학교수회(회장 백원기)는 공동으로 3차례에 걸친 사법시험 존치 연속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지난달 22일과 29일 독일과 일본의 법조인 양성제도를 살펴본 데 이어 지난 5일 사법관과 변호사를 별도의 제도로 선발하는 프랑스의 법조인 양성제도를 주제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주제발표는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주성 경남대 교수가 맡아 ‘프랑스 법조인 양성제도의 최근 현황과 대한민국의 대안’에 대해 발표했으며 김택수 계명대 교수와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대표, 전재욱 이데일리 기자, 강승연 헤럴드 경제 기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하창우 협회장과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3차례의 심포지엄에 모두 참석해 사법시험 존치에 관한 높은 열의를 보여줬다. 하 협회장은 “로스쿨 제도가 존재해야 할 당위성이 사법시험을 폐지시킬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올해 안에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서 로스쿨과 함께 보완・상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사법시험 존치 문제는 보면 볼수록 더욱 중요한 국가 아젠다로 공정사회 구현・기회평등을 위해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며 “나라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큰 고민을 안고 이를 반드시 지켜낼 것을 약속한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날 기조발제를 진행한 백원기 교수는 “프랑스의 법조인 양성제도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많다”며 프랑스의 사법관 양성제도와 정부의 개입을 받지 않는 강력한 사법권 독립 등을 소개했다.

“사법관・변호사 이원적 선발・양성…특채 등 다양한 루트 마련”

유 교수는 “평소에 ‘프랑스 제도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시낭인 문제, 수험생들의 사설학원 선호에 의한 법학교육 황폐화, 소수 선발에 의한 폐해 등이 사법시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시험은 완전폐지를 앞두고 있다”며 “만약 이 같은 폐해에 대한 근거에 신빙성이 있고 여전히 상존하며 로스쿨 제도가 이를 상쇄하고 제 기능을 한다면 사법시험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로스쿨 제도를 시행해 본 결과 돈스쿨・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고비용 및 선발절차 불공정성 문제,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인 양성체제가 될 경우 새로운 법조특권층이 될 가능성, 법학교육이 기존 법대교육에서 발전하지 못한 점, 법조인 양성에 부족한 교육기간 등 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학계와 실무자들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유 교수는 사법시험을 통해 국가사법공무원을 선발하고 로스쿨은 변호사 양성기관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와 유사한 프랑스의 법조인 양성제도를 소개했다.

프랑스는 사법관 양성제도와 변호사 양성제도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각각 일반법관 양성기관인 국립사법관학교와 변호사 연수원 입학시험을 통해 선발을 진행한다. 먼저 사법시험과 비견할 수 있는 국립사법관학교 입학시험은 3가지 루트가 있다.

제1시험은 4년 이상의 대학교육을 마친 자를 대상으로 하며 전공은 제한이 없다. 다만 응시연령이 만 31세 이하로 제한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치러지며 법학지식은 물론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경제적, 철학적 문화적 관점에서 풀어야 하는 문제들도 나온다. 응시횟수는 3회로 제한된다.

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2시험은 4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공무원이어야 하며 제3시험은 8년 이상의 경력으로 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거나 선출직 지방의회 의원 경력이 있는 경우, 변호사 경력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응시연령은 4년 경력의 경우 만 46세 5개월까지, 8년 경력은 만 40세까지로 제한된다. 경력에 의한 특별선발은 4년간의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으며 각각의 직업 경력만 검증되면 입학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시험과목은 제1시험과 동일하며 교육기간 동안 국가로부터 일정 금액의 월급을 지급받는 등 처우도 같다.

일반법관이 되기 위한 길도 하나 뿐이 아니다. 원칙적으로 국립사법관학교에 입학해 31개월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졸업해야 한다. 하지만 국립사법관학교를 졸업하지 않더라도 변호사나 소송대리인, 법무부 공무원 등으로 일정 경력 이상을 쌓은 경우 사법관으로 특채 선발하거나 집행관이나 법과대학 교수 중에서 임기를 정해 지방법원에 판사로 임용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는 263명의 사법관이 임명됐으며 이 중 국립사법관학교 출신이 204명, 특별선발제도 출신이 59명이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연수원 입학시험을 거쳐 1년 6개월가량의 교육을 받은 후 졸업 시 보는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입학시험은 매년 1회 치러지면 변호사 연수원은 항소법원 관할을 기준으로 전국 15개 지방에 하나씩 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전국에 약 1,700여 명의 연수생이 변호사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았다.

연수원 입학시험의 응시자격은 사법관학교 시험에서 전공을 따지지 않았던 점과 달리 법학교육 4년차 학위가 있거나 법령에 의해 동등 학위로 인정되는 학위를 소지해야 한다. 응시연령에 제한이 없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다만 응시횟수는 사법관학교 시험과 같이 3회로 한정된다.

유 교수는 프랑스의 변호사 연수원 입학시험과 교육제도에서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으로 입학시험이 매우 까다롭다는 점과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꼽았다. 입학시험은 1차 필기시험과 2차 구술시험으로 구성되며 변호사의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법적사고 측정 및 법률지식에 관한 이론문제 등을 중심으로 출제된다. 법률지식을 묻지 않는 LEET시험과 다른 점이다. 사법연수생과 달리 변호사연수생의 경우 급여를 지급 받지 못하고 학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연간 1천 유로 수준으로 한국 돈으로 125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졸업 후 치르는 변호사 자격시험은 연수생이 연수기간 동안 받은 연수와 관련된 내용으로 ‘선발’이 아닌 ‘검증’ 시험으로 치러지며 연수생 대부분이 시험에 합격한다. 엄격한 입학시험을 거친 후 6개월간의 이론연수, 1년간의 실무연수로 교육이 이뤄지면서 변호사 자격시험은 상대적으로 통과하기 어렵지 않게 치러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도 하나 뿐이 아니다. 전・현직 사법관과 법학교수 등의 경우 법학학위 요건과 연수원 입학시험, 변호사 자격시험이 모두 면제받는다. 공증인과 집행관, 법학・경제학・경영학 박사 소지자, 기업법률가 등이 일정 경력을 갖춘 경우 연수원 입학시험과 변호사자격시험이 면제된다.

“로스쿨 입학시험에 헌・민・형 기본3법 포함…실무 중심 교육해야”

유 교수는 프랑스 제도와 유사한 형식으로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병존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사법시험은 로클럭, 검사, 군법무관 등을 선발해 연수원에서 교육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로스쿨은 교육기간은 2년으로 줄이고 기존의 LEET에 헌・민・형법을 추가해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법적 소양을 담보하고 로스쿨 교육기간은 실무적 역량 쌓기에 집중토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택수 교수는 찬성의 뜻을 표하며 다만 “로스쿨 변호사에게도 판검사 특채의 길을 열어 두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자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어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에서도 사법시험 존치를 전제로 법학과를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대인 대표는 “선택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법률소비자연맹은 오랫동안 사법시험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변호사 자격시험의 도입을 요구해 왔다. 기존의 입장과 다른 의견을 보인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사법시험 제도에 반대했던 것은 과거에 길이 사법시험뿐이었기 때문”이라며 “프랑스처럼 다양한 경험자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사법시험이 존치돼 서로 경쟁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이롭다”고 설명했다.

전재욱 기자와 강승연 기자는 취재 과정을 통해 느낀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과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전 기자는 “하나를 살리면 하나가 죽는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해야 한다”며 사법시험 존치 의견에 힘을 실었다. 그는 로스쿨 출신들이 로스쿨 제도가 보여주고 있는 문제점의 또 다른 피해자라고 말했다.

전 기자는 SKY 학부를 나와 모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클럭에 임용돼 임기를 마친 후 다시 국선변호인으로 임용된 지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불투명한 입학 및 임용 절차로 인해 충분히 실력을 갖추고도 의심스런 시선을 받게 되는 일도 있음을 말하고자 한 것. 그는 “앞으로 쓸데없는 의심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 기자는 “유명로펌에서 고위층 자제들을 입도선매했지만 변호사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망신을 당하고 로스쿨에서도 끼리끼리 모이며 그들만의 세상을 공고히 한다는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이 이대로 방만하게 운영되면 자연도태될 것 같다”며 “일본 로스쿨이 최대 74개에서 49개로 줄어든 사례 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