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시험 존치는 법과대학 부활 전제돼야

2015-05-22     법률저널

사법시험의 폐지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2월에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제1차 시험이 마지막이어서 내년이면 사실상 폐지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시험 존치여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변호사단체를 대표하는 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공히 사시존치를 위해 맹렬하게 노력하고 있고, 이제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대법원도 최근 사시존치가 논의의 대상이라고 하는가 하면, 정치권에서도 적극 호응의 국면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7년간 현재 여당인 새누리당에 한 번도 의석을 준 적이 없었던 관악을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법시험 존치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오신환 의원은 ‘제1호’ 법안으로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낼 예정이다. 오 의원은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사법시험 존치는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의 균등이라는 헌법적 가치와 공정사회를 상징하는 제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사법시험을 지켜낼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며 사법시험 존치 공약에 대한 그의 열정을 나타냈다. 지난 19일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 소속 오신환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관악을(乙) 지역을 찾은 자리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우리 사회에 정말 열심히 노력하면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필요하다”며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동의의 뜻을 밝혔다. 

사법시험은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 게다가 로스쿨을 없애고 사시존치를 내세우는 것도 아니다. 로스쿨은 로스쿨만의 장점이 있을테고 사시는 사시대로 존재 의미가 있다. 로스쿨은 학벌 좋고, 집안 좋고, 돈 많은 사람들만 갈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별전형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특별전형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대다수 일반 서민의 자녀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로스쿨은 환경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이길 수 없는 구조다. 갈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데, 돈 없으면 변호사나 판·검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적어도 공정사회를 표방하는 나라에선 옳지 않다. 가난한 이들이 돈과 스펙이 없어도 자신의 의지만으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그게 사법시험을 존치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사법시험 존치가 더욱 실효성을 거두려면 로스쿨 대학의 법과대학 부활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변호사 중 일부는 정상적인 법률공부를 하지 않고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과대학이 존재해야만 적정한 법률공부를 받은 사람이 법률가가 되는 기본 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대는 법률실무가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법률실무가 이외의 사람들도 법률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 기업,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법률적 지식을 배경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법률가 양성기관인 로스쿨에서는 법학연구를 기대할 순 없다. 그렇다면 어디서 법학을 배울 것인가?

그런 점에서 오신환 의원이 준비하는 사법시험 존치 법안에서 기초법학과 법학연구의 사멸을 막기 위해 법과대학 부활을 담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 법률전문가로서의 법조인 양성과는 별개로, 학문 자체로서 시대상황에 맞는 한국의 법문화 향상 및 이론연구개발 등 기초학문으로서의 법학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은 법학교육을 위한 기본과정으로서 법학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로스쿨이 설치되어 있는 이유로 법학에 관한 학사학위과정을 폐지하는 것은 법학의 기초법학연구의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의 취지와 기회 균등한 법조인 선발을 위한 ‘사법시험 존치’는 대척관계가 아니라 양립과 선의의 경쟁 관계로 공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나아가 로스쿨의 법대 부활과 사법시험 존치는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등 상호 필요에 의한 ‘윈윈 전략’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