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가 사시 존치시킬 인물이고 정당인지 옥석 가려야

2015-04-24     법률저널

4·29 재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서울 관악을 지역이 이번 선거 최고의 ‘관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동영 전 의원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의 가세로 복잡한 구도가 형성되며 정치권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체 유권자 중 절반 가량이 호남 출신이라 관악을은 ‘서울 속 호남’이라고도 불리는 지역이다. 이해찬, 김희철, 이상규까지 관악을의 유권자들은 지난 27년 동안 변함없이 야권 쪽에 표를 일방적으로 몰아줬다. 2012년 대선 때도 서울 25개 구 가운데 박근혜 후보에게 가장 적은 표를 준 ‘야당 텃밭’이다. 이처럼 관악을은 야권 외에 다른 간판으로 나올 수 없는 ‘아성 중의 아성’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옛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도입된 로스쿨 직격탄에 고시촌이 침몰 직전이다. 이곳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을 맹목적으로 밀어줬던 결과가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 중의 하나로 꼽히고, 로스쿨 도입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로스쿨 도입으로 고시촌 상권이 모두 사지로 내몰리면서 로스쿨에 대한 이곳의 민심도 임계점에 달했다. 로스쿨 체제로 접어들면서 고시생이 하나 둘 떠나면서 상가들이 속속 문을 닫는 등 지역 경제에 후폭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던 고시촌이 고시제도의 근간이 사라지고 있는 새로운 물결 앞에 변화의 진통을 겪고 있지만 주민들은 뾰족한 대책도 없어 생계 걱정에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고시촌 주민들의 살림살이와 지역경제는 이렇게 고시제도와 함께 성장해 왔기에 사법시험 존치는 이 지역의 최대 현안 중의 현안이다. 관악발전협의회가 24일 사법시험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같은 절박함에서 나온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는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와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의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생각과 계획, 그 밖의 지역 현안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공청회 참석이 예정된 이들 후보 모두 표면적으로는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앞서 이들 세 후보들은 사법시험 존치 관련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각각의 입장을 밝혔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 오신환 후보는 사법시험 존치를 당론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이미 사시존치 법안을 발의한 새누리당 노철래, 김학용, 함진규, 김용남 의원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새누리당의 당론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태호 후보는 기존에 나와 있는 법안들을 꼼꼼히 검토하여 통과에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또한 부족한 입법이 있다면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만들어서 예비법조인들에게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 역시 사법시험의 존치를 바라는 국민의 여론을 정치적 힘으로 결집해서 국회에서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적절하게 상호보완이 되도록 입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로스쿨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시험은 단계적 선발인원 감축에 이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내년에 마지막 1차시험이 시행되고 2017년 2차시험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로스쿨의 고비용 문제, 입학 및 임용.취업과정의 불투명성, 변호사시험 성적 미공개 등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법시험이 존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가 현실화되려면 시기적으로 올해 안에 결말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법시험 존치’가 고시촌이 속해 있는 관악을 지역 재보궐 선거의 핵심 키워드다.

무너지는 고시촌의 앞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제 어떤 세력에 사법시험의 운명을 맡길 것인지 진지한 성찰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가 사법시험을 존치시킬 인물이고 정당인지 옥석을 가려야 한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고시촌 상권을 살리고, 고시생에게도 ‘희망사다리’를 만들 후보자를 뽑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있는 셈이다. 사법시험 ‘폐지’를 ‘존치’의 기회로 승화시키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못하느냐는 진정 우리 유권자의 손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