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가직 공무원시험 後

2015-04-23     이인아 기자

[법률저널=이인아 기자] 2015년도 국가직 9급 시험이 지난 18일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같은날 소방직과 기상직 시험도 치러졌으니 국가직 시험 응시자 19만 여 명과 소방직 및 기상직 응시자 1만 여 명 총 20만 여 명의 공무원 수험생이 전국 각 곳에 분산돼 운집했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공무원시험이,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뜨거운 감자’라고 하지만 시험 전날부터 시험 당일, 시험 그 다음날까지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상위권을 차지한 것에 이렇게까지 이 시험이 화두였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간 공무원시험 현장을 꽤나 다녔다고 생각하는데 올 국가직 시험만큼 언론사들의 취재열기가 뜨거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성황이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들도 올해 안행부에서 인사처로 바뀐 후 치르는 첫 국가직 시험이니 만큼 문의도 많이 오고 시험 내내 분주한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응시자들은 고사장 개방 시간과 함께 속속들이 도착했고 오전 8시 45분부터 9시 10분까지는 그 행렬이 정점에 달했다. 쉴 새 없이 고사장에 들어오는 응시자들 틈에 껴서 사진을 찍어댔는데 응시자 몇 몇은 기자가 감독관인 줄 알고 응시표를 들이밀며 질문을 하거나 시험 치를 교실을 안내해달라는 문의를 해왔다. 응시표에 사진이 흑백으로 희미하게 나왔는데 괜찮은지, 고사장이 중학교인데 고등학교와 붙어있는 게 맞는 것인지 등에 대해 주로 묻고 있었다.

여차저차 하니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고사장 정문은 폐쇄됐다. 기자는 시험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운동장에서 사색하고 있을 생각으로 양해를 구하고 고사장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자는 고사장 외부를 지키는 감독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감독관들은 현직 공무원이다. 인사혁신처에 있는 공무원 뿐 아니라 외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타 부처 공무원, 경찰, 퇴직 교육공무원 등 많은 인력이 감독관으로 투입됐다.

공무원시험을 치러봤음에도 이들은 최근 점차 치솟는 공무원시험 경쟁률에 대해 혀를 내둘렀다. 교육행정직 700대 1, 일반행정직 150대 1 수준이라는 것에 과연 이 고사장에서 몇 명이나 필기에 합격해 집으로 돌아갈지 정말 간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

한 교실에 응시자 30명이 시험을 치른다고 할 경우 반에서 합격자가 1명이나 나올 수 있을지, 아니면 이 고사장 전체 내에서 1, 2명이나 나올 수 있을지, 시험을 한 고사장에서만 치르는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치르기 때문에 이 수많은 응시자 중에 과연 몇 명이나 필기에 합격할지, 걱정도 되고 합격한 학생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박수를 보내야 한다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내비쳤다. 공무원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린 현 상황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한국에서는 그럴 만도 하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한 공무원은 지인이 최근 대기업에 경력채용으로 취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업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연 부모에게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겠다고 3년만 지원해달라고 선전포고를 했단다. 이유인 즉,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일을 아무리 잘해도 45세 퇴직, 사오정이 되는 것이 현실이고 돈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취업자들의 선호가 높고 꿈의 직장이라는 대기업에 취직해도 결국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공공기관으로 유턴하는 현실인데 중소기업 취직은 그냥 알바 수준이 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공무원만 되면 만사형통인가. 공무원 정년퇴직은 만 62세라고 한다. 적어도 60세까지는 일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들도 퇴직에 대한 걱정도 하고 퇴직 때까지 일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정년까지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정년퇴직을 하기 까지 업무성과도 내야하고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 한 공무원은 주위 선배 공무원 중 정년퇴직을 하는 분들에게는 존경을 표한다는 말을 전했다.

공무원도 50세 초중반이 되면 위태로움을 느끼는데 정년을 채워 퇴직하는 분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 나이가 들면 제 아무리 똑똑해도 업무를 수행하는데 더딜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젊은 사람들이 치고 올라가기라도 하면 심리적 압박 때문에 스스로 퇴직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국가직공무원의 경우 조직 내에서도 보이지 않게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공무원이 되어서도 제 자리를 지키고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비로소 공무원으로서 삶을 충실히 살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국가직 시험에 19만 여 명이 응시를 했고 이 중 대략 5,100여 명 정도가 필기합격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또 하나의 살인 면접이라는 것을 거친 후에야 최종 3,700명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 면접 강화에 따라 올해 국가직에 합격한 사람은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인정받은 인재라고 볼 수 있겠다. 누가 최후에 웃게 될지 모르나 합격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 되어서도 수험생활 했듯 조직 내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해 국민에, 동료에 존경받는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