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리사 제도 폐지? 왜 이런 무리수를...

2015-04-17     안혜성 기자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기사를 읽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을 믿는 독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짧은 기사 하나를 쓰는데도 여간 부담이 큰 것이 아니다. 신경을 쓴다고 쓰지만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편향되지 않은 ‘사실’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험장을 찾아가고 각종 시험제도와 관련된 공청회며 토론회 등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만큼 다양한 생각들을 접하게 된다.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와 경험들을 바탕으로 기자에게도 개인적인 견해가 생기지만 기사에서는 이를 드러내지 않으려 애를 쓴다. ‘기자의 눈’의 경우 취재를 통해 느낀 기자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자리지만 그럼에도 노골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피하는 편이다. 독자들이 기자의 생각을 접한 후 기사를 볼 때 편견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자의 생각을 조금 드러내 보려고 한다.

지난 1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법학교수회가 변리사 제도를 폐지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기자는 이 소식을 접하고 말 그대로 ‘헉’ 소리를 내며 놀랐다. 최근 변리사 업계와 특허침해소송대리권과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를 두고 대립이 격화되면서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서 아예 변리사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접했지만 대한변협이 공식적으로 이를 주장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변협이 변리사 제도 폐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기자회견에 이어 서명운동까지 진행하며 변리사 자동자격 부여제도 폐지를 밀어붙이는 대한변리사회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크다고 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기자는 변협과 한국법학교수회의 이번 성명은 본전도 찾기 힘든 ‘무리수’였다고 생각한다. 당초 의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변리사 자격 자동부여 제도의 폐지 주장에 대한 방어로도 부적절하고 오히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확보하기 위한 직역 이기주의로 보이기 십상이다. 실제로 법률저널 홈페이지에 게시된 관련 기사에는 이번 성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변리사 자격자동 부여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면 그에 대한 타당한 근거로 맞서야 한다. 변호사들은 모든 법조유사직역이 변호사의 업무에서 파생됐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수 부족에 따라 일부 업무를 각 법조유사직역에서 분산해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변리사 등 법조유사직역에서는 국민들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부 유사성이 있지만 서로의 독자적인 업무영역이 있다는 입장이다. 변리사측에서는 변리사로 등록한 변호사는 많지만 실제로 변리업무를 수행하지는 않는 ‘무늬만 변호사’가 대다수라는 점, 변리사의 이공계 분야의 전문성을 강조하며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변리사 ‘자동’자격 폐지를 막으려면 ‘모든’ 변호사가 변리업무에 있어서 변리사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만약 정말로 변리사 제도가 로스쿨 제도에 의해 배출된 변호사로 대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설득력 있는 논거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나타난 통계에 따르면 로스쿨의 이공계 출신 비율이 많지 않은데다 더욱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특성화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변호사시험에서 지재권을 선택하는 인원도 적다. 변리사 제도의 폐지 주장에는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이 변리사를 양성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로스쿨 제도를 이유로 변리사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세무사와 노무사, 법무사 등 모든 법조유사직역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수십년간 운영되며 각 분야의 전문성을 쌓은 이들 직역을 대체하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만한 역량이 ‘현재’ 갖춰져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