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더라가 현실로…챙길 것이 많아진 공시생(公試生)

2015-02-26     이인아 기자

[법률저널=이인아 기자] 설 연휴도 지나고 붕 뜬 마음을 가라앉혀 다시금 자신의 자리에서 매진할 때다. 기자는 연휴 중 하루 날을 잡아 집 근처 도서관을 들러봤다. 산책 겸 겸사겸사 들른 도서관에는 연휴라 그런지 여느 때보다 빈자리가 꽤나 보이는 듯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자리가 채워져 가면서 면학분위기가 나는 모습이었다.

한 중년 남성이 사회복지학 공무원 책을 붙들고 있는 것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긴 했지만 이제라도 공부해 시험을 치르려 하는 저 분의 입장은 어떨까 생각해보니 뭔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상반기 중 실시되는 굵직한 공무원 시험의 행보가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직 9급, 서울시, 지방직 9급 등 공무원 메인 시험이 4월과 6월로 점차 다가옴에 따라 시험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선발규모 등 내용이 속속들이 발표되고 있다. 인사처는 국가직 9급 시험 원서접수를 일찌감치 끝내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듯 하고 서울시를 비롯한 대부분 지자체도 6월에 있을 시험에 대한 계획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공무원 시험의 채용과정을 보면 선발규모나 선발직렬, 진행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이전과 달리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한 공무원 시험에서 어떤 내용의 변화를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지만 더 나아가 공무원 시험이라는 큰 틀에서부터 변화가 오고 있는 현실이다. 가령 국가직 7,9급 시험에서 방재안전직이 신설돼 시험을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이는 어느 한 공무원 시험에서의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공무원 시험에서 민간경력채용을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는 것은 공무원 시험 자체의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을 두고 최근 이같이 내외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생기면서 향후 공무원 시험의 행보, 공무원 수험 시장의 변화도 조심스레 예측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보면 절대평가든 상대평가든 점수를 메기는 시험 중에서 공무원 시험만큼 시대 흐름을 타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무원 시험이 시대 흐름을 타며 수험생 여론을 반영해 발전해 나간다는 점에서는 가히 긍정적이라 볼 수 있지만 반면 오랜 기간 수험생활을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공무원 시험의 변화에 가슴이 매번 철렁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공무원 시험의 변화에 앞장서는 것이라면 단연 국가직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인사처는 최근 공무원 시험 채용의 향후 변화를 예고하는 안을 쏟아냈다. 그 중 실질적으로 공무원 수험생이 크게 체감할만한 변화가 있다면 향후 공무원 시험 정보화자격증 가산점 폐지, 공채 7급 영어과목 토익 대체를 들 수 있겠다. 인사처가 발표한 내용은 길지 않더라도 문구만 보더라도 임팩트는 강하고 수험생 입장에서는 가히 파격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이같은 공무원 시험 제도적 변화가 갑작스럽게 발표된 듯 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 해 전부터 내부적으로 검토에 검토를 거쳐 점진적으로 절충안을 마련해 적정한 시기에 공식적으로 발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사처의 공무원 시험 영어 토익대체안은 2~3년 전부터 수험가에 오르내린 카더라식 소재 중 하나였다. 당시 토익보다는 니트시험을 도입해 등급제로 나눠 7,9급의 영어를 대체한다는 소문이 돌긴 했다. 기자도 안행부(현 인사처)나 교과부(현 교육부)에 확인을 해본 기억이 있고 당시 관계자로부터 사실무근이라는 답만 듣곤 했다. 처의 발표대로 2017년부터는 토익이 국가직 7급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2020년 이후에는 9급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수험생들도 언젠가는 9급에도 토익이 적용된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한 부처에서 인사담당을 맡은 모 공무원은 2년 전 공무원 시험 가산점제도에 대해 변화가 있어야 된다고 언지 한 바 있다. 그는 취업지원가산점이 현재 너무 높다는 것을 지적했고 이 외 공무원 시험에서 갖는 가산점에 대해서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산점을 받은 수험생들로 인해 필기시험을 잘 보고도 탈락하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며 거저 먹는(?) 혜택은 없어야 하는 점을 강조한 것. 취업지원가산점은 없애거나 낮게 비중을 둘 필요가 있고 정보화 자격증 가산점도 꼭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의미가 없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던 언급이 일부 현실화된 셈이다.

올해부터 진행되는 7급 지방인재채용목표제가 9급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한 고위공무원은 “국가직 9급은 이미 지역구분 모집을 하고 있기 때문에 9급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이 외 사회복지직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오간다. 자격증 소지 자격 제한 폐지, 사회복지직과 행정직 통합 선발 등이 주 내용이다. 일단 주민센터가 주민복지센터로 변화될 것이라는 한 퇴직 공무원의 생각은 빨리 들어맞았다. 나머지 예상은 현실화 되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변화된다면 또 한 번 파격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수험가에서는 선택과목이 언젠가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듯 하다. 카더라에 따르면 특히 전문성을 요하는 세무직의 경우 기관 내부에서도 선택과목의 당위성이나 여러 면에서 문제점이 나와 가장 먼저 과목을 원안대로 돌리는 것을 검토 중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카더라이기 때문에 사실무근인 말이지만 요즘 같은 추세로 본다면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단 선택과목 도입에 대해서 시험을 주관하는 관계자들도 아직까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기의 차이지 그 언젠가는 다른 형식으로라도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수험생들은 공부도 중요하지만 공무원 시험의 전체적인 채용의 변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시험에서의 제도적 변화 등 생각해 볼 것이 더 많아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