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74 / 공유(共有)재산의 가치평가

2015-01-16     이용훈

 

 

 

 


이용훈
감정평가사

‘모든 자의 소유물은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공공재를 이용하는 자의 무책임함을 지적할 때 종종 인용되는 상용 문구다. ‘공공(公共)’의 소유권이 아닌 ‘공동(公同)’의 소유일 경우에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집합건물 내 구분소유부동산은 독점적 사용 공간인 ‘전유부분’과 다른 구분소유부동산 소유자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부분’으로 나뉜다. 복도와 승강기, 지하주차장 등이 대표적인 공용부분이다. 내 집 안 거실만큼 이런 공용시설을 관리하고 아낀다면 뭐가 문제되겠는가. 매 월 고지되는 관리비 명세서에, 105호만 부담하는 전기세나 난방비는 주목해도, 공동시설에 대한 관리비는 눈 길 한 번 못 받는 게 현실이다.

불특정 다수 정도는 아니고 여러 명이 함께 소유하는 형태의 ‘공유(共有)’재산이 드물지 않다. 공유관계는 대개 자발적으로 형성된다. 아파트를 구입한 신혼부부는 주위의 조언을 받아들여 공동소유로 등기하곤 한다. 취득과 처분 시 절세를 노린 경우다.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다가구주택을 신축해 층별로 분할하면서 토지와 건물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공유지분으로 등기할 수 있다. 공장용지를 조성해 판매할 때 유효택지와 도로부분은 한 묶음으로 분양된다. 즉, 10필지가 조성되었다면 ‘독립적인 공장용지+진입도로 지분 1/10’형태가 매각단위가 된다. 간선도로와 수평 혹은 수직을 이루는 분할로 진입도로를 10등분해 나눠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로소유권은 공유 지분 형태로 갖고 10개 사업장이 제한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으면 그만인 것. 어쩔 수 없는 공유관계 형성도 있다. 합리적인 조정 수단으로 강제적인 공유관계에 이르는 경우다. 민법 제 257조는 동산간의 부합을 다루고 있는데, 동산과 동산이 부합하여 훼손하지 아니하면 분리할 수 없거나 그 분리에 과다한 비용을 요할 경우의 합성물에서 부합한 동산의 주종을 구별할 수 없는 때에는 부합당시의 가액의 비율로 합성물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민법은 공동소유에 대한 처분, 사용, 관리, 분할 등의 규정을 담고 있다. 전체 소유권이 아닌 소유권 일부를 취득하고 있는 공유자는 그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다. 공유관계로 인해, 지분 매각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기업의 소유지분은 주식 보유를 통해 이뤄지므로 지분비율에 상응한 배당을 쭉 받다가, 원하는 때 주식 매도를 통한 수월한 청산 철차를 거치는 것과 달리 부동산 등의 공유지분은 정리하는데 애를 먹이기도 한다. 공유물에 대한 부담은 지분비율만큼만 지면 충분하고, 지분비율만큼의 권한만 보장되기에 공유물 전체를 다른 공유자 동의 없이 처분·변경하지 못한다. 공유자 중 1인이 지역권을 취득한 경우 다른 공유자는 그 혜택을 공유한다. 지역권의 정의 상 권리를 지닌 특정 지분자만 선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사정에 따라 다른 공유자에게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불분할 약정만 없으면 가능하며, 공유자 간 협의가 시원치 않으면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공유자가 인수할 때가 가장 무난한 매각 과정이다.

특별히 공유재산이 토지인 경우 이의 분할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있다.「공유토지분할에 관한 특례법」이 그것이다. 현재의 점유상태를 기준한 분할을 이뤄 원활한 소유권행사와 이용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2012년 5월 23일부터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시한 연장을 통해 2017년 5월 22일까지 적용 기간을 늘렸다. 적용 대상은 공유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그 지상에 건물을 소유하는 방법으로 1년 이상 자기지분에 상당하는 토지부분을 특정하여 점유하고 있는 토지다. 공유자 총수 5분의 1이상 또는 공유자 2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신청하면 지적소관청은 지적측량수행자의 측량성과를 통해 공유토지분할위원회에 회부한다. 경계선이 건축물 중앙을 관통하는 예외적인 경우, 건물이 분리되지 않는 방법으로 분할을 진행해야 하며, 공유지분자 간 분할로 인한 지분과부족을 매매 등의 방법에 의해 정산하기로 합의해야 분할 진행이 가능하다. 즉 초과면적에 대한 청산합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위에서 소개한 공유토지 분할은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인 경우 유의미하다. 외관상 각 지분자가 전체부동산의 소유권을 지분비율만큼 보유하는 형태지만, 실질은 지분위치가 특정된 구분소유인 경우다. 판례는 ‘공유자 간 공유물을 분할하기로 약정하고 그 때부터 자신의 소유로 분할된 각 부분을 특정하여 점유·사용하여 온 경우, 공유자들의 소유형태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이다.’, ‘한 필지의 토지 중 일부를 특정하여 매수하고 다만 그 소유권이전등기만은 한 필지 전체에 관하여 공유지분권이전등기를 한 경우에는 그 특정부분 이외의 부분에 관한 등기는 상호명의신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해서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한 필지 상에 동일한 규모 건물 2동이 토지를 양분하고 있으면서 토지는 1/2의 공유 지분, 건물 각 동에 대해서는 공유자별 각자 소유라면 해당 토지는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이고 건물위치를 지분위치로 특정했다고 보는 것이다. 수직적인 구분소유적 공유관계도 가능하다. 3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층별로 각각 점유·사용하면서 토지와 건물에 각각 1/3의 공유지분으로 등기한 경우다. 이를 ‘실질은 다세대인 다가구주택’으로 부르곤 한다. 한 필지 내에 수평적, 수직적 구분소유를 넘어 위치별 구분소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부근에 3필지가 3인 동일지분의 공동소유지만 각각의 건물을 신축해 공유자별로 소유하고 있다면 지분위치는 필지별로 특정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유재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원칙은 대상 전체의 가액에 지분비율을 적용해야 한다. 만두 한 판을 식탁에 둘러앉은 이의 수로 나눠 개수로 구분하는 것처럼 지분 특정이 용이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4인용 전기밥솥에서 1/4정도 되는 밥을 배분받겠거니 하는 추정이다. 수적 분할보다는 양적 분할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상지분의 위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 위치에 따라 감정평가 해야 한다. 지분의 ‘실질’이 밝혀지면 외관은 개의치 않아야 한다. 토지인 경우 도로조건이나 용도지역 등이 달리 적용될 수 있고, 건물이라면 구조, 시공의 질, 관리상태 등이 차등 고려될 수 있다. 공유 지분 토지의 위치는 공유지분자 전원 또는 인근 공유자 2인 이상의 위치확인동의서를 받아 확인한다. 다만, 공유 지분 토지가 건물이 있는 토지인 경우에는 합법적인 건축허가도면이나 합법적으로 건축된 건물로 확인하는 방법이나 상가, 빌딩 관리사무소나 상가번영회 등에 비치된 위치도면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구분소유적 공유관계에 있는 토지의 분할신청에 대한 공유토지분할위원회의 분할개시결정이 있는 경우, 그 결정서정본은 그 위치를 확정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원래부터 구분소유부동산으로 잘게 토막 냈다면 이런 복잡한 논의는 불필요하다. 공간의 경제적 활용, 합리적 배분을 목적으로 집합건물이 탄생했음에도 이런 공유관계는 복잡한 사회·경제·법률관계 하에서 불가피하다. ‘공유’라는 소유형태가 건물의 ‘하자’처럼 흠결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감정평가업계의 정리된 입장이라는 것과, 공유 지분이 흩뿌려져 있는지 한 곳에 가지런히 모여 있는지에 따라 가치추계는 형식보다는 실질을 찾아가게 된다는 점 2가지만 이번 기고에서 챙겨 가면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