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담뱃값 인상, 금연 촉진할까

2015-01-09     김현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담배 가격이 2000원 인상되었다. 담배가격 인상 소식이 보도된 후 애연가들의 담배 사재기로 인해 담배 품귀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 동안 우리 담배가격은 선진국들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담배 한 갑의 가격은 노르웨이와 호주가 16,000원, 아일랜드가 14,000원, 영국이 12,000원, 프랑스가 9,000원 수준이다. 인상 전 2500원 정도였던 우리에 비해 선진국의 담배 가격은 4~6배가량 비싼 것이었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배 가격을 인상해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법이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선진국과 담배 가격의 차이도 많이 나므로 담배 가격을 높이자는 주장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흡연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물론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담배연기 속에는 4000여 종의 화학물질과 60여종의 발암물질이 들어있고, 흡연은 기관지염, 폐기종, 동맥경화, 고혈압 및 암을 유발하는 직접적 위험인자다. 평생 흡연한 사람의 수명은 비흡연자보다 10년가량 짧다고 한다.

담배의 피해는 소송으로 비화되기도 하는데, 우리 대법원은 지난 해 흡연자들이 담배회사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인과관계의 입증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흡연자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와는 별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를 피우다가 암에 걸린 보험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 상당액을 담배회사에게 청구하여 현재 1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2009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흡연에 따른 폐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유족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담배회사가 담배의 해악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오히려 중독성을 높여 이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한 것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7,95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담배의 유해성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고 흡연억제책으로서의 담배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번 담배 가격 인상이 오로지 흡연율 인하로 인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번에 인상되는 담배 가격은 기존의 세금이나 부담금을 인상한 것도 있지만 신설되는 세목도 있는데, 바로 국세의 일종인 개별소비세가 이에 해당한다. 개별소비세란 주로 사치성 물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서 사치품에 대한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 동안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및 부담금의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충과 금연 계도 활동에 사용되었는데, 여기에 중앙정부가 손을 댄 것이다. 신설된 개별소비세는 한 갑 당 594원을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국세인 개별소비세가 담배가격에 포함된 것을 들어 담배가격 인상이 결국에는 국가의 세수 증대에 목표를 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리고 흡연 정책은 담배 포장에 경고 그림을 부착한다거나 담배 광고 및 진열을 제한하는 비가격정책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담배로 인한 질환을 앓는 환자의 끔찍한 장기 사진 등 경고 사진 부착을 강제한다. 시각적 충격을 주어서 담배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경고 사진은 고사하고 일반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화학물질의 이름만 나열하는 경고문구만을 표시하며 담뱃갑의 화려한 문양은 그대로 두니, 담배가격만 올린다고 흡연율이 낮아질 것인지 우려가 된다. 담배 가격을 올리면서 금연을 할 수 있는 여건도 함께 조성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이번 인상분 2,000원 정도로는 흡연율을 많이 감소시키지 못하고 세수만 증대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 건강도 증진되고 세수도 증가되면 좋다고 할 수도 있으나, 흡연율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감소되면 궁극적으로 담배 세수가 줄어들 것이므로 국민 건강이 증진되면서 세수도 증진되는 경우란 생각하기 어렵다. 국가가 진정 흡연율을 낮추어 국민 건강 증진을 도모하려면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수준까지 담배 가격을 인상하여야 한다. 그래야 서민들만 울리는 서민증세라는 논란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