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무시한 제주대 로스쿨

2014-12-26     법률저널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제주대 로스쿨)이 학사운영규정상 유급대상 학생을 졸업예정자 명단에 올려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대 로스쿨 학생회장 출신인 최보연씨는 2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기 내내 수업에 불참한 학생이 당당히 졸업예정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가지게 됐다”며 “법과 원칙을 가르치는 로스쿨과 법과 원칙을 다루게 될 학생들이 편법을 행하며 국가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교육부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제주대 로스쿨 재학생 A씨는 인천지방검찰청 소속 공무원 신분으로 3년간 로스쿨에서 급여를 받으며 파견 근무하는 조건으로 2012년 제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지난 2010년 검찰수사관을 법학전문대학원에서 3년 동안 법학전문교육을 받게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위탁교육훈련계획을 확정, 지난 2011년부터 3년 이상의 근무경력을 가진 전국의 검찰 직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과 조직 기여도, 직무수행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매년 한 명을 선발, 로스쿨에 진학시키고 있다. 대검의 이같은 위탁교육훈련은 유능하고 일 잘하는 직원에게 로스쿨 진학 기회를 부여, 전문성 제고에 기여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교육비는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인 A씨는 지난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 위탁교육 대상자로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에 입학해 국비로 대학원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올해 2학기 내내 개강일과 시험일을 제외하고 한 번도 출석하지 않은 데다 결석에 따른 사유서, 진단서, 공결원 등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최씨의 진정에 따라 24일 현장 조사 결과, A씨(미디어법, 중국계약법, 민법사례세미나)와 B씨(미디어법, 중국계약법) 모두 학점부여 최소 출석일수(3/4) 부족을 확인하고, 보강에 대해서도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효력이 있는 보강행위가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신분인 A씨의 경우 파견 형식으로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것으로 일반 학생과 달리 교육이수 자체가 업무와 동일하다. A씨가 모든 학비는 물론 매달 지급되는 공무원 급여를 대한민국 세금으로 꾸준히 받는 입장이라 그 신분적 책임감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클 것임에도 그 사실을 망각하고 시험일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학교에 등교하지 않은 것은 무단결근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A씨는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기간 받은 월급은 기망과 사기행위로 취득한 ‘부당이득’이니 국가에서 환수조치 해야 한다. A씨는 국가에서 대납해준 2014년도 2학기 수업료와 등록금(기성회비 포함) 역시 반납해야 한다. 무엇보다 편법으로 법조인이 되려는 A씨에게 제주대 로스쿨 재학생 뿐만 아니라 전체 로스쿨생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같은 편법을 묵인하고 방조한 제주대 로스쿨에 대해서도 이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엄중하게 다뤄야 한다. 해당 학생들이 도저히 졸업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학교는 졸업자격이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하는 등 정당한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이 변호사 시험에서 합격이 기대되는 학업성적우수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문제를 덮었다. 더욱이 A씨 등 2명에게만 기말고사가 종료된 시점에서 학사규정에 반하는 편법 보충강의를 했다는 식의 거짓 해명하기까지 했다. 문제가 되자 자율학습을 보충강의로 둔갑시킨 셈이다. 전국 최하위 수준의 합격률에 대한 학교 차원의 대응책이라고 이해하기 힘든 비참한 발상이다.

사법시험의 ‘고시학원화’ 폐단을 막고 교육을 통한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며 출범한 것이 로스쿨이다. 기본적인 출결석과 커리큘럼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학생을 졸업시킨다면 그냥 신림동의 고시학원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보게 하지 뭐하러 수천만 원이 드는 로스쿨을 만들었을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어렵다면 폐교라는 불명예를 안기 전에 스스로 로스쿨을 반납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