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4년 5급 공채 기술직 일반토목 수석 유민호씨

2014-12-22     안혜성 기자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해야”

첫인상이나 잠시 대화를 해 본 것으로 사람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을까. 하지만 또 그 첫인상이라는 것이 잘 들어맞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재밌는 화제를 많이 갖고 있거나 매끄러운 말주변이 없어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 2014년 5급 공채 기술직 일반토목 수석 합격자 유민호씨와의 인터뷰는 마치 그런 즐거운 대화 같았다. 수험생활을 회고하고 앞으로의 포부를 전하는 그의 대답들은 마치 모범정답 같았다. 그런데 담담히 전하는 모범정답 같은 대답 하나 하나에서 그의 솔직함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것을 느꼈다.

유씨는 대전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토목환경공학과에 진학했다. 현재는 마지막 학기인 4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2012년부터 시험을 치러 세 번째로 도전한 끝에 얻은 값진 합격이다. 게다가 졸업을 앞두고 목표로 하던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기쁨이 남다를 터, 그의 소감을 물었다. 유씨는 “시험공부를 하면서 더 뛰어난 분들도 많이 봤고, 얼마나 부족한지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시험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아낌없이 응원해 주신 가족들과 함께 공부했던 분들이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그가 5급 공채시험에 도전하고자 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국민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이 돼 공동체에 기여하는 삶을 산다면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이 길을 선택한 이유가 됐다.

확고한 목표를 갖고 들어선 길이지만 합격에 이르기까지는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특히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지난해 2차시험에서 낙방을 했을 때가 고비였다. 공부를 더 해도 실력이 크게 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그를 가장 힘들게 했다.

“수험 스트레스는 공부를 해야 풀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무작정 놀게 되면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공부가 잘 안되더라도 계속 공부를 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것.

유씨의 스트레스 해소법도 이와 비슷했다. 그는 “주말에도 공부를 하되 수험부담이 덜한 과목을 공부하면서 정신적으로 휴식을 줬다”고 말했다. 물론 너무 힘든 경우에는 할머니 댁에 가거나 기숙사에 일찍 들어가서 쉬기도 했다. 주말이라고 해서 공부를 완전히 놓지 않고 매일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공부를 한 것이 최고의 합격 비법이 아니었을까.

유씨의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물어봤다. PSAT는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를 했다. 유씨는 “다른 기술직렬 수험생들은 입법고시를 잘 안 푸는 것 같다”며 “학원 모의고사보다는 입법고시를 비롯한 기출문제의 질이 더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입법고시 문제도 전부 찾아서 풀었다”라고 전했다. 시험을 한 달 앞두고 하루에 1회차 분량의 기출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했고 일주일 전에는 이미 풀어 본 기출문제를 다시 풀면서 자신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2차시험은 학교 고시반에서 일주일에 5번씩 스터디를 하면서 준비했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잘 물어보지 않고 혼자 해결하는 편”이라는 유씨, 이런 경우 혼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같은 의문에 대해 유씨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궁금한 것을 많이 물어봐줬는데 비슷한 고민을 함께 하면서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스터디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알고 있는 것을 모두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구에게나 배울 것이 있고,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공부해야 실력이 늘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하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어려웠던 과목인 측량학도 ‘함께’ 극복했다. 공부해야 할 범위가 방대하고 계산과목과 달리 답이 딱 떨어지지 않는 측량학은 다수의 수험생들이 가장 어렵게 여기는 과목이다. 유씨는 측량학을 극복하기 위해 스터디원들이나 학교 선배들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을 공유하면서 방대한 시험범위 내에서 시험에 나올만한 주제들을 공부했다. 쉬는 시간이나 방에 들어가서도 계속해서 측량과 관련된 얘기를 했다니 그 노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과목은 역학이다. 시험을 보면서 실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고 “나한테 어려운 문제는 다른 사람들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2차시험을 한 달 앞둔 시점에는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평소와 비슷하게 공부하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특히 “방에서 잠을 자기 전에 친구와 1시간씩 모의고사를 풀고 잤던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면접시험은 2차시험이 끝나고 행시사랑 카페를 통해 3차 스터디에 들어가서 미리 준비를 시작했다. 토론과 개인발표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자신감이 생기고 도움이 된다는 것이 유씨의 생각이다. 그는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점에 대해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확실하게 하고 의도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을 꼽았다.

이제 꿈 꿔오던 공무원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유씨, 대전 지역직에 지원한 만큼 1차적인 목표는 대전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다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있다.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신중하게,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는 유씨의 말이 믿음직하고 든든하게 느껴진다.

유씨는 지금도 책상 앞에서 책과 씨름을 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항상 자신이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수석 합격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렸다는 고마운 이들에 대한 인사를 전했다. “항상 뒤에서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시던 부모님, 동생, 할머니, 가족들에게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합격할 것이라고 믿어주셔서 자신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동안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원들과 학교 선배, 친구들 덕분에 부족한 실력이 늘 수 있었습니다. 자만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도록 자극을 해 주시고 힘들 수 있는 수험기간 동안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