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와 경쟁 통한 성장…로스쿨 생존의 길

2014-11-18     안혜성 기자

로스쿨 ‘특목고에서 판사 임용까지’ 불공정성 우려
“고시낭인․암기위주 시험, 사시폐해인가” 의문 제기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 성장하고 생존하기 위해 경쟁 상대로서 사법시험이 존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희망의 사다리, 사법시험 존치의 필요성’ 토론회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간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제기된 의견들 뿐 아니라 토론자들의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난 새로운 견해들도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사법시험, 사라져야 하는 구시대의 유물인가”

장용근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사법시험이라면 존치돼서는 안된다”며 현행 사법시험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섰다.

다만 현행 로스쿨 제도가 법조인이 되는 길을 획일적이고 강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면에서 또 다른 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 주도식의 단순 암기 능력을 중시하는 사법시험은 적합한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영국의 경우처럼 변협이 참여해 인턴십을 충분히 실시하는 방향으로 사법시험을 개선하고 로스쿨 제도와 병존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선택의 여지를 두고 제도를 병존하며 자연스럽게 로스쿨 제도로 방향이 흘러가도록 하는 과정이 없이 우리 사회랑 맞지 않음에도 로스쿨만 주장하는 것은 또 다른 독점화”라며 “지금 당장 사법시험을 폐지해 법조인 선발제도를 획일화하는 것은 헌법적 관점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맹수석 충남대 로스쿨 원장도 현행 사법시험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맹 원장은 “기존 사법시험 제도는 암기 위주의 시험이자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제도”라고 말했다.

그는 법조인의 기본 자질을 판단하는 것 외에 수많은 응시자들 중 필기시험 성적의 순위만으로 법조인을 선발하는 것이 정예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임영익 변호사는 암기 위주의 시험이 법조인 선발 시험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의사가 환자를 진단하고 상담하기 위해서는 병에 대한 지식을 외워야 한다”며 “사회의 의사인 변호사가 되기 위해 암기 위주의 공부를 통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을 두고 실전감 없고 경험이 없는 사람이 변호사가 되는 것이라며 비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로서 충실한 상담을 할 수 있으려면 암기를 통해 쌓은 지식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사법시험의 폐해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바로 고시낭인 문제다. 임 변호사는 고시낭인 문제에 대해서도 이색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공계 전공자로 39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력을 가진 임 변호사는 “원래는 사시폐지론자였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20년간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실패한 고시낭인이 된 이종사촌 형을 보면서 사법시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됐었다는 것.

그는 “그런데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고시낭인 아들을 둔 이모가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당시 이모는 조선이 망한 것은 과거제도가 문란했기 때문이라며 아들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쳐서 공정하게 떨어졌기 때문에 원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7전 8기의 미덕을 배우지 않느냐”며 “백수를 하건 이백수를 하건 시험을 치고 싶다면 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도 어려운 환경에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12번의 도전 끝에 합격한 경험을 소개하며 고시낭인을 사법시험의 폐해로 보는 시선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로스쿨 문제, 온실 보호주의로 해결할 수 없어”

현행 로스쿨 제도가 드러내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배석준 한국경제신문 기자는 취재 경험을 통해 “도입 초창기에는 고비용 문제가 주로 언급됐지만 지금은 불공정성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 평가 비중이 높은 측면에 기인한 대리 자소서 문제, 연령 차별, 특목고와 자사고 출신이 로스쿨에 집중되는 경향, 로스쿨 교수의 자녀가 부모와 같은 로스쿨에 다니는 사례 등을 불공정 사례로 언급했다.

또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3년 단기법조경력법관 선발시험에서 현재 마지막 면접시험만을 남겨둔 지원자 76%가 로클럭 출신인 점을 들며 특목고에서 SKY 로스쿨로 진학하고 다시 대형로펌을 거쳐 판사로 임용되는 불공정의 순환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조인 양성의 다양한 루트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필요 최소한으로 존치시키고 나아가 방송통신대 로스쿨이나 야간로스쿨의 도입을 고려할 것을 주문했다.

맹 원장은 “로스쿨이 유일하고 완벽한 제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로스쿨이 도입된지 6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니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지혜롭게 해결하려는 노력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해 로스쿨 내부적인 개선에 비중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로스쿨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들을 들어보면 마치 로스쿨이 사회부조리의 온상이고 빨리 없애야 하는 심각한 문제처럼 보인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이어 “로스쿨 입학전형에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고 있지만 주관이 개입될 우려는 없다”며 “25개 로스쿨 가운데 입학 부정으로 제재 받은 적도 없고 일부의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장학금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메디컬 스쿨과 달리 정부의 관여와 제한이 많은 로스쿨의 특성을 고려해 정부의 책임있는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임 변호사는 “로스쿨 밖에 길이 없어서 학생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 교육과 시스템이 좋아서 학생들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며 사법시험이 로스쿨의 안착을 방해한다는 의견을 비판했다.

그는 로스쿨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원양어선으로 열대어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수족관에 상어를 한 마리 넣어두는 사례를 예시했다.

열대어들만 있을 때는 반 이상이 폐사하지만 상어를 함께 넣으면 자연 생태계와 비슷한 환경이 유지돼 열대어들의 운동서이 활발해지고 병들거나 폐사하는 비율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 상어 역할을 할 사법시험을 병행함으로 인해 로스쿨 제도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비유를 통해 설명한 것이다.

다만 로스쿨 제도가 흔들리게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로스쿨 정원의 10%인 200명으로 제한하면 로스쿨의 성장과 국민의 선택권 보장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