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의 '공감'(6)-그(그녀)는 붙고, 나는 떨어졌다.
이유진 KG패스원 공무원 국어 강사
내가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남이 성공했다는 사실이 때로는 더 아픈 것이 인간입니다.
나는 비록 합격하지 못했지만, 함께 시험을 준비하던 절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나의 연인이 합격하면 그래도 둘 다 떨어진 것보다 나으니 다행이다 싶어야 하는데 말이죠.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외롭고 슬프고 그 사람을 보는 것이 괴로워집니다. 그리고 더 심한 문제는 이런 자기 자신이 싫어진다는 것입니다.
못났다 싶고 이런 자신의 감정이 창피해서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혼자 있고만 싶어지죠.
오해는 쌓여 갑니다.
연락이 뜸해지고
서운하고
떨어진 나는 생각도 안하고, 아니 내 눈치를 보면서 누군가와 기뻐하고 있니……. /
나의 합격이 너에게도 기쁨일 줄 알았는데, 내가 합격한 게 널 배신한 건 아니잖아…….
그렇게 서운함, 미안함, 오해, 분노, 슬픔을 거쳐 어색함까지 거치고 나면 한 사람은 새로운 세상에서 적응하느라 바빠지고, 남은 사람은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이런 감정 따위도 사치라는 자책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위안이 되고 격려가 되던 사람을 다른 세계로 보내야 하는 당신.
지금 진짜 괴로운 게 무엇입니까?
그 사람이 변할까봐, 다른 세계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날까봐 걱정하나요?
만약 내가 아끼는 그 사람이 변한다면 그건 원래 인연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 사람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 사람이 진짜 나의 인연이라고 믿는다면, 기뻐하세요! 정말 다행이잖아요. 함께할 미래를 위해 한 사람이라도 먼저 준비하고 있는 게 더 좋지 않겠어요?
그 사람 의심할 시간에, 그 사람을 위해서 내년에는 반드시 붙어 하루라도 빨리 그 짐 같이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그리고 그 사람이 더 노력했던 거라고 나보다 더 괴롭고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수험생의 신분을 벗고 자유를 누리는 것을 인정해 주세요.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도록 의연하게 대하세요. 미안하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무겁거든요.
만약 그 사람이랑 함께한 시간 때문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어 원망이 된다면, 그건 정말 좋아했던 것이 아니니 그 사람을 놓아 주시고 이번에는 정말 이 악물고 공부만 하세요. 자신이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게 하세요.
현재의 해결할 수 없는 감정으로 미래를 망치지 마세요. 현재의 인연만이 인연이 아닙니다. 지금의 시간을 잘 꾸려 나가야 소중한 인연은 지키고 미래에 더 좋은 인연도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