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비용 구조가 로스쿨 정착 가로 막는다

2014-07-11     법률저널

2015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를 위한 법학적성시험(리트·LEET) 원서접수가 10일 오후 6시에 종료된 가운데 지원자 규모에 수험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의 경우 2017년 예정된 사법시험 폐지 연도가 더욱 가까워지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로스쿨로 전향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나고, 내년부터 행정고시(5급 공채)마저 축소가 예정돼 고시 수험생들의 로스쿨행 러시 역시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게다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이들의 로스쿨 지원을 고려해 응시원서 접수기간도 예년에 비해 일주일가량 늦췄다. 또한 올해부터 경제적 취약자에 대해서는 일정한 증빙서류 제출 시, 응시료 27만원 전액을 면제해줬다. 여러모로 로스쿨 지원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는 호기였던 셈이다. 따라서 올해 리트 지원자가 1만명은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10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잠정치를 보면 많은 이들의 눈을 의심케 만들었다. 지원자의 수가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소기간을 고려하면 최종 지원자는 오히려 작년보다 줄어든 것이다. 역대 리트 지원자는 첫해인 2009학년도에는 1만96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기록이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2010년 8428명, 2011년 8518명, 2012년 8795명, 2013년 7628명으로 증감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는 9126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지원했다. 로스쿨 입학정원이 2천명에 달하지만 2010년부터 줄곧 지원자가 1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로스쿨에 대한 인기는 좀처럼 상승하지 않고 있다. ‘사법시험 1천명 시대’에 지원자가 무려 3만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치솟았지만 2천명이나 뽑는 로스쿨에선 이렇다 할 지원자 증가없이 8~9천명선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로스쿨로 유인하기 위한 여러 당근책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로스쿨에 몰리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과거 법조인이 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게 되었지만 점차 사회적인 위상이 떨어지면서 법조인에 대한 매력과 관심이 그만큼 낮아진 탓도 하나일 것이다. 이제 법조인은 더 이상 직업이 아니라 자격이 되어 가고 있다. 소수의 특권만으로 생존할 수는 없는 형편이 되어버렸다.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5~29세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시험 준비생은 ‘일반직 공무원’이 31.9%로 가장 많았다.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이 일반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생’인 셈이다. 기능분야 및 기타(23%), 일반기업체(21.6%)가 뒤를 이었지만 ‘고시 및 전문직’은 한 자릿수인 9.9%에 그쳐 전문직에 대한 인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로스쿨에 우수한 지원자가 몰리지 않은 것은, 어쩌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로스쿨 체제가 갖는 고비용 구조 때문이라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25개 로스쿨의 연평균 등록금이 1500만원에 달한다. 사립 로스쿨의 경우 연 2100만원으로 중소기업의 연봉수준이다.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7년 동안 대학에 등록금을 납부해야 한다. 그 가운데 로스쿨 3년 과정을 마치는데만 등록금이 최대 6000만원 가량 들고, 생활비까지 합치면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어간다. 사실상 보통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는 것을 원천 방지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학도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학생의 교육비부담이 크면 대학의 부담은 작아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웬만한 로스쿨들은 모두 몇 십억씩의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이를 홍보비라고 생각하고 자위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로스쿨을 위해 다른 학생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 로스쿨은 다른 학생들의 것을 뺏어먹는 악성빈대가 되었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올 정도다.

로스쿨은 ‘국제화와 다원화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 인력을 양성해 법률 서비스 질의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도입돼 그에 맞은 엄격한 인적·물적기준을 요구한 탓에 고비용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로스쿨은 당초 로스쿨 도입 목적과는 거리가 먼 법조인이 양성되고 있다. 로스쿨에서의 교육방법도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아 대부분의 강의가 법과대학의 강의처럼 주입식으로 이루어진다. 심지어 학원 강의로 내몰리고 있다. 법조인 양성에 그저 비용만 높였을 뿐이고 그 덕택에 학생들은 아우성이고 교수들만 웃을 뿐이다. 로스쿨 정착을 가로막는 것은 사법시험 존치가 아니라 바로 고비용 구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