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고시 수석 인터뷰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비법”

2014-05-27     안혜성 기자


 

제30회 입법고시 수석 합격자 정수현씨 인터뷰


“워낙 성격이 느긋하고 긍정적인 편이어서 특별히 힘들었던 경험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올해 입법고시 지원자는 총 5,632명이었다. 이 중에서 가장 특출난 성적으로 합격한 정수현(여,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씨가 전하는 합격의 비법은 바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다.

특별히 힘들었던 경험이 없다는 그녀이지만 실제로 힘든 순간이 없었을리가 있겠는가. 수험 생활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그녀,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길 위를 달리는 것 자체의 즐거움을 찾으려 했던 그녀의 수험생활을 들여다 봤다.

정씨는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수험 생활 내내 실력이 뛰어난 스터디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격려해 주는 이들이 있어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

수석 합격의 소감에서도 이같은 겸손이 엿보였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운을 뗀 그녀는 “면접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점수가 낮을까 걱정했는데 올해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자신 없는 과목에는 전략적으로”

각종 고시 중에서도 합격하기 어렵기로 첫 손에 꼽히는 입법고시, 그것도 수석합격이라는 큰 성과를 이뤄냈지만 처음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고시를 준비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학교에 다니며 다양한 수업을 듣고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국가의 주요 정책의 근본적인 바탕이 되는 입법 활동을 하는데 관심이 생겼다. 5급 공채도 준비했지만 행정의 기반이 되는 법안을 만들고 구체화하는 입법과 관련된 업무에 더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11년 8월부터였다. 합격까지 약 3년 정도의 수험 기간을 보냈다. 지난해 5급 공채 2차시험에 응시하고 한 학기 동안 학교에 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수험 공부에 모든 것을 투자한 시간이었다.

정씨는 “수험 공부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이 2차 실력을 향상시킨 밑거름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험가에는 ‘PSAT형 인간’이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정씨도 이 범주에 들어가는 타입이었기에 PSAT 준비는 비교적 수월하게 했다. 때문에 시험 두어 달 전부터 하루에 한 과목씩 꾸준히 풀어보는 방법으로 공부했다. 단기간에 실력을 올리는 것 보다는 PSAT 특유의 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 공부였다.

언어논리에는 자신이 있어 기출을 분석하는 데 비중을 뒀다. 평소에 퀴즈 풀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상황판단도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상황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겁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못 푸는 문제는 나오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문제를 대하려고 노력했다는 정씨. 특히 잠깐 고민한 뒤 풀이법이 바로 보이지 않으면 당황하지 말고 다음 문제를 푸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팁을 전했다.

언어논리나 상황판단에 비해 자료해석은 취약한 편이었다. 표를 읽는 것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모든 계산을 정확히 하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라 항상 시간이 부족했던 것.

이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계산하는 선지의 수를 줄이는 전략을 택했다. 가장 계산이 쉬울 것 같은 선지를 골라 먼저 계산하고 해당 선지가 틀렸을 경우 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시간 부족을 상쇄했다.

정씨는 “어림산에 익숙치 않은 스타일을 고려해 전략을 수정했지만 다른 분들은 어림산을 통해 계산 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입법고시는 1차시험을 마친 후 2차시험까지 준비 기간이 매우 짧은 편이다. 때문에 정씨는 1차시험 발표 후 2차시험까지 20여 일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모든 과목을 심도 깊게 공부하기보다 이전에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에 만들어 둔 서브를 바탕으로 최근 이슈를 더하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을 감안해 답안연습보다는 내용의 습득에 중점을 뒀다.

가장 자신이 없었던 경제학은 행정법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과목이다. 경제학의 경우 답이 틀렸을 경우 언제든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이라는 점이 부담이 됐다. 실제로 이번 시험에서도 답안을 쓰다가 계산 실수를 하는 바람에 다시 답안을 작성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같은 계산 실수를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문제를 많이 푸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각종 연습책, 문제집을 꾸준히 풀며 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행정법은 암기가 중요하다고 판단, 교재를 반복해서 읽었다. 특히 지난해 5급 공채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논점을 누락하는 실수를 했던 것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논점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행정학과 정치학, 정책학은 워낙 좋아하는 과목이었기에 항상 재미있게 공부했다. 행정학은 최근 이슈를 놓치지 않도록 행정학 논문도 틈틈히 찾아봤다.

정책학은 행정학과 유사한 점이 많아 행정학과 같이 공부했다. 기본서에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브를 만들고 반복해 학습했다. 정씨는 “정책학이 한 번 정리하기는 힘들어도 일단 정리되고 나면 행정학과 시너지도 나고 공부하기도 수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치학은 기본적인 정치학 지식을 탄탄히 쌓은 후에 추가적으로 논문을 정리해 불의타에 대비했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답안 작성 연습에는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지 못했다. 다만 시험장에서 답안을 작성할 때 출제자가 묻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성실하게 대답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특히 논문과목의 답안을 작성할 때 아는 것을 모두 쏟아 놓고 싶은 욕심을 경계했다. 욕심이 과한 경우 정작 반드시 써야 하는 내용과 논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법은 법과목의 특성을 살려 법조문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이번 입법고시 문제에서 법조문이 굉장히 많이 주어졌는데 이를 자세히 읽고 사안을 포섭할 때 활용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면접시험은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합격자 발표 이후 바로 스터디를 구성해 대비했다. 최근 시사 주제를 중심으로 그룹 토론 주제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고 카메라로 토론과 개별면접을 촬영해 피드백하기도 했다. 지난해 합격한 선배의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활하기”

정씨가 다른 수험생들과 특별히 다른 면모를 보인 것은 수험생활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녀는 “3년 여의 수험기간 동안 특별히 슬럼프가 찾아온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명히 몸이 힘든 날도 있고, 공부가 잘 안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또 모의고사 성적이 생각처럼 나와주지 않아 상심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수험기간 동안 슬럼프가 없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같은 의문에 대한 키워드는 ‘느긋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녀는 “당장 잘 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시험장에서 최대한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진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원래 느긋하고 긍정적인 성격이라는 그녀가 슬럼프 없이 수험생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마음가짐의 힘에서 찾을 수 있다.

스트레스를 대하는 자세도 남 다르다. 먼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때그때 풀어주려고 노력했다.

일주일에 하루는 스스로에게 휴식을 준다는 생각으로 숙면을 취하고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틈틈히 봤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수험의 동반자로 여기고 지나치게 쌓이지 않도록 달래가며 함께 걸어온 결과,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3년간 달려온 수험 레이스는 합격이라는 결과와 함께 끝을 맺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할 때다. 입법사무관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정씨의 포부에 대해 물어봤다.

정씨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해 보겠다는 생각은 아직 해 보지 못했다”며 “연수를 받고 구체적으로 각 상임위원회나 국회사무처에서 담당하는 업무를 경험해 본 뒤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지만 어떤 업무라도 최선을 다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느긋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성실히 수험 레이스를 달려온 그녀다운 대답이다.

그녀와 같은 꿈을 꾸며 지금도 공부에 여념이 없을 수험생들에게 그녀는 “입법고시는 행정고시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시험이지만 행정고시와는 다른 입법고시만의 매력이 있다”며 “행정고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해 전략을 세우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응원했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수험 생활을 즐겁고 무난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도움들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그녀,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원들과 응원해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한 분 한 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저와 스터디를 같이 하셨던,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저를 믿고 응원해 주셨던 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삶의 길을  수험생활을 견뎌냈던 것과 같이 느긋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갈 그녀의 모습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