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스쿨 학생들, ‘로스쿨 인적쇄신’에 시위 나서라

2014-04-04     법률저널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 방법을 놓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자퇴서까지 내며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지 4년 만에 또 다시 로스쿨생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총회를 열고 변호사시험을 일정 점수만 넘으면 합격시켜 주는 자격시험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현행처럼 ‘정원대비 75%’의 합격률을 유지할 경우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로스쿨 도입 취지도 살릴 수 없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로스쿨의 교육 이념에 맞게 학업에 집중하고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이 되기 위한 소양을 쌓을 수 있기 위해서는 자격시험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로스쿨 학생들의 주장에 일응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이번 과천 집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특히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법무부 앞에서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은 합격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집단이기주로 비쳐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스쿨 학생협의회는 법무부와 국회 그리고 대한변협 등에 자신들의 ‘응집력’과 ‘힘’을 보여줬다고 자찬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로스쿨생들의 이런 집단행동을 그냥 ‘떼법’으로 폄훼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날 집회와 관련해 “변호사시험 커트라인이 평균 40점대에 불과한 만큼 정원 대비 75% 합격률 보장은 일종의 특혜”라며 “학생들이 자격시험의 의미를 왜곡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논평을 냈다. 서울변회는 또 “누적 합격률이 낮아지는 것이 문제라면 응시 횟수를 줄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며 로스쿨생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로스쿨 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한다는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로스쿨측과 학생들은 의사시험과 같이 변호사시험도 자격시험이므로 90%이상 합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화로 가야 하는 것은 당위이다. 하지만 변호사시험이 의사시험처럼 높은 합격률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대한민국에는 자격시험으로 의사시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자격시험이 존재하고 있다. 어떤 자격시험은 합격률이 고작 20∼30%대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사시험과 같이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므로 90%이상 합격해야 한다는 주장은 의대교육과 로스쿨의 교육의 충실도를 완전히 무시한 발상이다.

변호사시험을 온전한 자격시험화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먼저 로스쿨에서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국민적 신뢰가 확고해야 한다. 의과대학은 철저히 도제식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교육의 충실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 의학전문대학원을 도입했다 의과대학으로 또 다시 ‘유턴’한 것도 교육의 충실성 때문이었다. 의대와 의전원은 교수도 같고, 교육 과정이 거의 유사해 교육의 차별화가 불가능했다. 그저 비싼 등록금으로 비용구조만 높였다는 비판 때문에 과거 의과대학으로 회귀했다. 현재 우리의 로스쿨은 어떤가? 불행히도 로스쿨생들조차 인정하고 있듯이 현재 로스쿨 교육은 ‘겉핥기’ 수준으로 부실하기 그지없다.

현 로스쿨은 입학자격시험인 법학적성시험에 법률지식을 테스트하지 못하도록 했다. 게다가 법학 비전공자가 절반을 차지하고, 몇 년이 지나면 로스쿨 입학생 대부분이 비전공자로 채워지게 된다. 3년이라는 단기간에 법학에 대한 문외한을 입학시켜 이론과 실무 심지어는 전문성까지 갖추겠다는 허황된 목표를 갖고 있다. 로스쿨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들의 면면을 보면 더더욱 암담하다. 과거 법과대학과 다를 것이 없는 로스쿨의 현재 인적구성으로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가 요원하다는 생각이다. 실무교수들도 능력이 검정된 것이 아니다. 거기에 실무교수들의 전임교수직 이탈이 늘어나고 그 자리에 겸임교수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무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로스쿨이지만 정작 실무교육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의가 없는 이름만 올려놓은 겸임교수들이 부지기수다.

이런 로스쿨 교육의 부실에 눈감은 채 ‘변호사시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논리적 모순이다. 로스쿨 학생들은 학원의 강사를 쫓아 공부할 게 아니라 값비싼 등록금을 낸 만큼 학습권 보장을 위해 로스쿨에 무능한 교수들을 퇴출하고 경쟁력 갖춘 교수들로 인적쇄신해 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더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