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없이 행정사자격 부여 “위헌” 시험출신 ‘헌법소원’

2014-03-10     이성진 기자

공인행정사회 “일반인과 공무원출신간 평등권 침해”

일반인(비면제자) 행정사 시험합격자로 구성된 ‘공인행정사회’는 올해 시험 면제 행정사 6만 6000여명을 배출한 근거가 된 행정사법과 시행령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심판을 지난 7일 헌법재판소에 청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앞서 공인행정사회는 무시험 면제자들에게 ‘시험합격증’을 교부한 안전행정부의 처분과 관련된 행정심판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한 바 있다.

현행 행정사법은 전부면제제도를 폐지한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경과규정을 두어 이 법 공포 전부터 공무원으로 재직한 사람과 외국어 번역 업무에 종사한 사람은 종전의 규정에 따라 행정사 자격시험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부칙 제3조).

이 규정으로 인해 일반인은 수 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296명이 합격한 데 비해, 무시험 전부면제자는 시험을 통해 ‘223년’간 배출될 수 있는 인력인 6만 6194명이 한 번에 배출됐다는 것.

공인행정사회는 “결과적으로 행정사의 공급을 경력공무원에게 독점시키고 시험합격을 통한 행정사의 공급은 유명무실화하게 해 행정사 제도를 속칭 ‘대외 선전용 들러리 제도’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 행정사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부 시험면제를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경력공무원과 일반응시를 통한 시험합격자를 차별취급하고 있다”면서 “이는 비례성 측면에서 도저히 용인될 수 없으며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소원 청구 이유를 밝혔다.

또 “문제가 되는 조항은 경력공무원의 직렬이나 담당한 업무경력과는 무관하게 행정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며 “아무리 경력직 공무원이라도 자신의 직렬이나 담당한 업무경력과 무관한 업무는 알 수 없음에도 일률적으로 행정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공인행정사회는 “직렬이나 담당한 업무경력과 관련 있는 자에 한해 기본소양이 평가라는 측면에서 1차 시험 면제는 합리적일 수 있다”면서도 “2차 시험의 경우 면제조항 자체를 없애거나 일부 과목에 한해 면제하는 것이 다른 전문자격사 시험과 비교할 때 형평에 맞는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공인행정사회 외에 행정사 시험을 준비 중인 일반인 응시생들도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시험 준비생 지모 씨와, 임모 씨는 “경력직 공무원 출신 행정사를 과다하게 배출하고 행정사의 공급을 경력 공무원에게 사실상 독점시키고 있다”면서 “이는 경력 공무원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한편 행정사는 타인의 위촉에 의하여 수수료를 받고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와 주민의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및 대리제출 등을 업무로 하는 전문자격사다.

행정사자격은 그간 공무원 경력자 또는 일정 이상 학위를 소지한 번역 업무 경력자에 한해 부여됐으나 2013년 행정사법이 전면개정되면서 안전행정부에서 시행하는 객관식 시험과 주관식 논술형 시험에 합격하는 자에 한해 자격증을 부여하게 됐다.

이는 행정사 자격시험의 면제제도를 개선해 법률적 소양을 갖춘, 보다 유능한 법률 전문가가 행정사 업무를 수행하게 함으로써 행정사 업무의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행 행정사법에 따라 2011년 3월 8일 법률 공포 전 공무원 경력(임용)자에 대해서도 업무영역의 종류를 묻지 않고 대다수 공무원 경력자들에게도 무시험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병행되고 있어 사실상 행정사 시험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올해 면제자 합격 6만 6000여명은 공인중개사 제22회 합격자수인 1만 2675명보다 수배나 많은 인원이다. 무엇보다도 장차 배출될 전부면제자에 해당하는 공무원이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일반응시자들은 합격의 기쁨도 누리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다는 것.

공인행정사회는 앞선 지난 6일에는 ▲안행부 장관이 시험장에 가서 시험도 치르지 않은 6만 6000여 명의 면제자 출신에게 ‘행정사 시험합격증’을 교부한 점 ▲시험 위탁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험에 응시할 필요가 없는 면제자 출신에게 법적 근거 없이 시험 응시료를 받아 거액의 수익을 거둬들인 점 등은 위법성이 크다고 판단, 경력 공무원에 대한 무시험 행정사 합격처분 무효확인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결국 공인행정사는 무분별한 행정사 자격증 남발은 국민에게 행정편익을 제공하고 행정제도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행정사 입법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공인행정사회는 지난 2월 일반인 시험합격자들이 모여 발족한 행정사 모임이다. 현재 200여 명이 가입해 있으며 국민을 위한 행정 서비스 개발과 이원화돼 있는 행정사협회를 단일화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성진 기자 lsj@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