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험 탈락, 반발하는 로스쿨생들…왜?
“변호사시험 합격률 숫자놀음 희생양” 불만 봇물
지방 A로스쿨 3학년(3기)에 재학 중인 백두산(가명)씨는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최근 학교로부터 졸업시험 탈락이라는 연락을 받고 충격에 빠졌다. 정원이 많지 않은 로스쿨임에도 불구하고 (전 기수 미 졸업자 포함) 20여명이 금번 졸업시험에서 최종 불합격(최종 졸업사정만 남겨 두고 있다)했고 그 중에 백씨도 포함됐다. 정원 대비 약 3분의 1이 다가오는 변호사시험 응시요건을 갖추질 못하게 된 셈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변호사시험의 응시자 대비 합격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백씨는 어디 하소연조차 할 수 없다며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교내 교수님들의 평가보다 전국 모든 로스쿨생들과 함께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당당히 실력을 검정 받고 싶은데 그 기회조차 사라졌다”며 졸업사정(査定) 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제3회 변호사시험을 한 달 앞두고 졸업시험에 대한 시시비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탈락자들의 반발과 행보가 주목된다.
취재 및 제보 결과, 120명 증원의 B로스쿨의 상황도 비슷하다. 정원의 10%를 넘는 19명이 졸업시험에 탈락했다. 중간 규모의 한 사립 C로스쿨 역시 정원의 25%에 해당하는 인원을 탈락시킨 가운데 재량으로 추가시험을 치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 국립 D로스쿨은 정원의 절반가량인 30여명을 탈락시킨 후 역시 추가시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로스쿨측은 “올해 전국적으로 치러진 3차례의 전국 모의고사를 졸업시험으로 대체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락한 것은 개개인의 자질 문제인 만큼 크게 문제가 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설령 변호사시험에 응시한다고 한들 불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라며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탈락자들의 반발을 일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탈락자들은 졸업사정이 단순히 개개인의 실력 평가를 넘어 변호사시험에서의 합격률 제고를 통한 대학의 위상 정립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며 항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2010년 12월, 법무부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국 25개 로스쿨을 대표하는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학사엄정화 강화방안, 즉 자체 학사운영을 통해 변호사시험 응시인원(분모)을 줄이는 대신 합격인원(분자)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고 법무부는 ‘정원 대비 75% 이상’의 합격률을 약속했다.
학사운영을 통해 각 로스쿨은 정원의 최대 20%까지 유급시키고 4%는 필히 학점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하는 엄격한 학점배분 상대평가제를 2011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분모 감축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2012년 첫 변호사시험이 치러지면서 현실적인 합격률 제고와 학교 위상 정립을 위해 졸업시험마저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다 것이 탈락자들의 불만 요지다.
이와 관련해, 한 제보자는 “학교 측에서 단지 변호사시험 합격가능성에 대한 예단을 가지고 점수가 다소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졸업사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법률저널에 기고문을 보내 왔다. ▲아래 기고문 참고
그는 “졸업은 변호사시험의 응시 자격요건”이라며 “졸업시험에서 불합격해 지난 11월 초 이미 접수까지 마치고 막판 치열하게 준비하던 변호사시험에 응시하지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졸업할 자격을 설정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졸업을 허락하지 않을 수는 있다는 것은 백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문제는 학교 측에서 노골적으로 학교의 위상과 명예를 운운하며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제고하여야 한다면서 졸업시험을 통한 변호사시험 응시자수를 통제한다는 데에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분모가 변호사시험 응시자이므로 합격률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분모를 줄이는 것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의 발로가 바로 졸업시험을 통한 변호사시험 응시자수 통제인 것”이라며 “로스쿨이 제도 취지상 본연의 역할인 교육에는 무능력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손쉬운 합격률 높이기라는 숫자놀음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러한 파행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는 고스란히 변호사시험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볼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결과를 빗고 있다”면서 “이것이 과연, 제도 하에서 과정을 통한 교육을 책임지는 로스쿨에서 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 2년간 전국적으로 졸업시험에서 탈락하는 인원은 40명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많은 수가 탈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아 특히 주목된다.
지난 11월 1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제3회 변호사시험 응시원서 접수에는 총 2,432명이 지원했지만 실제 응시인원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로스쿨 1기 출신이 치른 제1회 시험에서는 총 1,698명이 지원했고 이 중 98.1%인 1,665명이 응시했고 지난해 2회 시험에는 1회 불합격자 214명을 포함한 2기 출신 2,095명이 지원했고 이 중 97.7%인 2,046명이 실제 시험에 응시했다.
이는 각 33명, 49명이 응시를 포기한 것으로 이 중에는 절대 다수가 졸업시험 탈락자들인 것으로 풀이된 바 있다.
참고로 졸업시험 탈락 등 최종 졸업사정에서 탈락해 학위를 취득하지 못할 경우,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더라도 채점에서 제외되고 설령 고득점으로 합격권에 들더라도 합격에서 제외된다. 또 이 때 5년 5회 응시제한에도 포함된다.
이성진 기자 lsj@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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