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시험 가부(可否), 짧고 신속히 결정하자

2012-12-17     법률저널 편집부

이성진 기자


현 법학계의 분열과 불협화음이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닌 듯싶다. 2009년 로스쿨제도가 도입되면서 100여개의 기존 법과(학)대학은 로스쿨 설치 25개 대학과 그렇지 않은 75개 대학으로 나눠졌다. 이에 따라 전국 2000여명의 법학교수들의 이해관계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지경까지 왔다.


로스쿨 출범 년부터 전국의 법학교수를 대표하는 한국법학교수회 수장은 로스쿨인가대학인 서울대 성낙인 교수가 4년간 맡아왔지만 내년 1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제12대 회장은 로스쿨비인가대학인 경찰대 이관희 교수가 맡게 됐다. 이에 대한 불협화음도 벌써 나오는 듯하다.


이관희 교수가 내건 “2013년에 재검토하기로 되어있는 ‘예비시험’ 도입 문제와 현 사법시험제도를 로스쿨 정원의 10% 정도 존치하는 문제도 상황에 따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는 출마소견서 중 일부내용 때문이다. 일부 로스쿨교수들은 우려와 함께 껄끄러운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 법학계의 분위기를 방증하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황에 따라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뜻인데 너무 민감해 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로스쿨생과 사법시험 수험생간의 대치국면도 도를 넘어서도 벌써 넘어섰다. ‘로스쿨’, ‘사법시험’, ‘예비시험’이라는 주제가 등장하면 갑론을박 뜨거워도 보통 뜨거운 것이 아니다. 로스쿨생들은 ‘로스쿨 감싸기’에, 사시생들은 ‘우회로 다지기’에 혈안이다.


법학계가 한 때는 모두가 한솥밥을 먹던 동일성을 지향하던 동지였지만 지금은 서로 넘을 수 없는 강을 맞대고 있는 꼴이다. 이는 곧 법학의 후퇴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법조계에서는 로스쿨출신과 사법시험출신간의 대립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조짐이다.


다양성 확보와 전문성 제고라는 기치아래 도입된 로스쿨제도가 어느 듯 4년을 넘어서고 있다. 숱한 논의와 입법을 통해 설치된 만큼 로스쿨은 분명 안착되어야 하고 승승장구 발전해 나가야 한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앞서 와 버렸고 사회적 손실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또 아직은 제도평가에 대한 시기상조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


문제는 현 법학계의 분열과 불협화음의 주범은 ‘예비시험’이라는 것이다. 사법시험은 법으로 익히 폐지하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여서 되돌리기는 무리다. 다만 2009년 변호사시험법 제정당시 ‘개천에 용이 날 수 있는 우회로가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결에서 한차례 부결될 만큼 ‘우회로’에 대한 긍정론이 있었고 결국 2013년 재논의하기로 한 것이 예비시험이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한변협 협회장 선거 4인의 입후보자 모두 예비시험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또 최근 법무부가 예비시험 도입 여부를 위한 연구용역자 선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진흙탕 같은 현재의 법학·법조계의 분열과 불협화음은 장기화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국회, 정부, 법조계는 다가오는 2013년에, 특히 연초에 예비시험 도입여부를 필히 논의하되 반드시 신속히 결정할 것을 촉구한다. 그래야만 낭떠러지로 떨어져 가고 있는 법학·법조계를 살릴 수 있고 그래야 후유증도 남기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숱한 비로스쿨 법학도와 수만의 사법시험 준비생들도 진로결정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