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고시 이공계 합격자 면면을 보니...

2012-06-22     법률저널

 

32명 중 4명이 합격...여성이 3명

 

올해 외무고시(5등급 외무 공채) 최종 합격자가 발표된 가운데 이공계 출신이 다수 포함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발표된 2012년도 외무고시에서 최종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32명, 이중 이공계 출신이 4명에 달한 것으로 법률저널이 확인했다. 다른 국가고시에서도 이공계 출신들이 합격하는 경우가 다수 있지만 외교관을 뽑는 외무고시에시 이렇게 많은 수가 합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에 외교통상직에 합격한 김리라(27)씨는 카이스트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우수한 이공계 인재였다. 임페리얼 칼리지는 영국의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 대학중 하나로 공학과 의학대학에 독보적인 강세를 보이고 세계적으로 옥스포드와 캠브릿지 대학과 맞먹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김씨는 임페리얼 칼리지에서는 'science communication'을 전공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전시 등을 통해 전문적이고 난해한 과학정보를 전문지식이 부족한 비과학자인 일반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각색하고 해설하거나 전달하는 모든 의사소통의 수단을 총칭하는 말이다.


이공계에서도 잘 나갈 수 있었던 그가 귀국하여 외무고시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의외였다. 그는 법률저널과의 통화에서 물리학 전공자로서 '부채감'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과학의 발전과 전쟁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물리학의 발전은 원자폭탄 제조 등 병기의 발전에 이용된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특히 김씨는 대학 입학하기 전부터 미국의 핵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 등 유명한 물리학자의 전기를 읽는 등 존경의 대상이었다. 카이스트에 진학하여 물리학을 전공한 것도 이런 영향에서다.


하지만 그는 유럽에서 공부하는 동안 물리학자들의 역사적인 과오들을 알게 되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특히 존경하던 오펜하이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제조 실험인 맨하튼 프로젝트의 지휘자였고 평생을 죄책감 속에서 살아간 비운의 과학자라는 사실을 알면서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결국 김씨는 2010년 귀국하여 진로에 대해 고심하다 국책관련 협상을 해 본 경험을 살려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꿈을 갖고 외무고시에 뛰어들어 2년여만에 합격하여 목표를 향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또 다른 화제의 주인공은 이유빈(25)씨다. 이씨도 과학고와 카이스트를 나온 과학 영재였다.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을 전공한 그는 흥미를 갖지 못했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진학하기 보다는 그저 성적에 따라 들어가다 보니 방황을 많이 했다는 것.


그는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외국어를 좋아하고, 국제적인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외교관이 자신의 적성에 딱 맞다는 사실을 깨닫곤 2008년 9월부터 외무고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외무고시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관련 과목에 대한 지식도 전무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이었다. 처음에는 동영상 강의를 듣고 시작해 보았지만 녹녹치 않았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는 대학동(옛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와 스터디와 학원을 오가며 본격적인 공부 대열에 합류했다. 거의 4년 가까운 짧지 않은 기간동안 공부한 끝에 마침내 제 적성을 찾았다.


이씨는 "존경하는 중국의 지도자 저우언라이와 같이 평범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청렴하면서 상호 존중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규철씨도 아주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그는 고등학교에서는 연구하는 것이 좋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동아리 활동 등을 하면서 사람 관계를 좋아하고 잘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진로를 바꾸었다고 말했다.
외무고시를 준비한 이유에 대해 그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고 해외로 나가서 국익을 위해 일한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기초지식이 없어 학원에 의존하면서 공부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혼한 후부터 학교 근처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갔다. 아내도 '꿈이 외교관이라면 다른 것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든든한 원군이 됐다.


마침내 그는 오랜 기간의 고시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아빠로서 11개월 된 딸에게 큰 선물을 안기게 됐다.  


김다예씨는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그는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간 있으면서 한국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 속상했다며 그것이 외무고시를 준비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였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학원 종합반을 다니면서 공부한 끝에 3년만에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김씨는 "미국 최초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국민을 위한 외교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 영어능통 합격자 가운데는 미국 명문대 출신도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이승연(23)씨다. 그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있다. 흔히 유펜(UPenn)으로도 불리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는 미국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고등교육기관이며 아이비 리그(Ivy League)에 일원인 최상위권 명문대학이다.


이씨는 조기 유학생에 속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 가서 고등학교를 그곳에서 마치고 대학에 입학한 케이스.
그는 어릴적부터 외교관이 꿈이었다. 공채와 특채를 고민하다 5기 학기를 마치고 휴학하고 공채인 외무고시에 뛰어들었다. 영어는 익숙하지만 한국어 토론에 대한 부담도 컸다. 하지만 스터디 등을 통해 단점을 극복하고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당당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대북정책이나 국제기구 등에서 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