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2012년 입법고시 문제해설 (2)

2012-06-22     법률저널

 

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베리타스 법학원

 

지난 시간에 이어 2012년 입법고시 문제 중 2번 문제의 예시답안을 통해 문제를 해설한다.

 

제 2 문. 정당정치와 관련된 여론 조사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설명하고, 최근 국내의 주요정당들이 공직후보결정 과정에서 여론조사 방식을 활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과 개선 방안을 논하시오. (30점)

 

Ⅰ. 서론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후보단일화를 지역구에서 이루어냈다. 가장 상징적인 지역은 이정희의원과 김희철의원이 지역후보단일화를 이룩한 관악을 지역이다. 후보일화를 위한 여론조사에서 이정희의원이 승리하였으나 곧바로 투표독려 문자가 선거규칙위반이 되면서 이정희의원은 호부를 사퇴하였다. 이렇듯 최근 후보경선과정에 온라인이나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방식에 문제가 드러나곤 한다. 향후 정당정치의 활성화라는 목표와 정당에 대한지지 확보라는 목표를 이룩하기 위해서 여론조사방식이 더욱 많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9대 초선에서 나타난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향후 대의민주주의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고 하겠다.

 

Ⅱ. 여론조사의 정당정치에 대한 기능논의


 여론조사의 일반적인 기능을 다루고 다음 Ⅲ번에서 공직선거와 관련된 구체적인 기능에 대해 다룬다.

 

1. 정당정치에 대한 순기능
 

정당정치의 가장 핵심은 사회적 요구를 결집하고 수렴하여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는 사회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것을 공론화하는데 있다. 따라서 정당은 유권자개인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사회적 갈등과 균열을 파악하고 이들 균열선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여론 조사는 정당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게 한다. 정치적 교육기능과 정보전달에 있어서 여론 조사는 유권자들의 막연한 정치적 이해(understanding)를 구체적인 이해로 바꾸어준다.
 

여론조사는 정당이 대표성을 높이는데도 기여한다. 어느 유권자 층을 반영하는지를 파악하고 부족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여론 조사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대표성의 확보는 정당에 대한 세를 규합하고 세를 과시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하다. 무당파 층이 어느 쪽을 좀 더 지지할 것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2. 여론 조사의 역기능
 

여론 조사는 정당정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한 이익집단이 여론의 방향을 선점하거나 여론의 틀을 구획해서 framing effect 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경우 사회는 불필요한 이슈로 갈등하게 되고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여론 조사는 조작될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조사의 결과를 만들 경우 정치참여를 줄일 수도 있고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된 의사로 나타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어떤 정치적 주제에 대한 유권자 층의 분포를 무시한 여론 조사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왜곡된 형태로 전달할 수 있다.
 

여론 조사는 소수정당이나 신진 정치세력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 여론에 적게노출된 정당이나 후보자는 여론 조사를 통한 지지율 확인이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작동한다. 따라서 이들은 선거가 시작되기 전에 여론에 의해 이미 판세가 굳어져버리게 되는 문제가 있다.

 

3. 여론조사 기능에 대한 평가
 

여론조사는 긍정적인 기능과 부정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지지도 확보하는 차원이나 정당의 정책이나 방향성에 대한 유권자의 의견수렴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효과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정당의 후보자를 선출하는데 있어서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여론조사의 효과가 크다. 여론조사에서 부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여론조사를 하지 않으면서 정당이 유권자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은 투표와 직접유권자를 대면하는 방식 외에 없다. 그런 점에서 여론 조사는 직접유권자를 대면하여 특정 집단에 의한 의사의 왜곡이 적으면서 투표와 달리 결정이전에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Ⅲ. 한국의 사례 분석 : 19대 총선에서 공직후보결정과정분석

1. 여론조사 자체의 문제
 

공직후보 결정과정에 여론조사를 도입한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는 일반유권자의 참여와 호응도를 높여서 정당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경선으로 당선될 때인 2002년 경선에서 민주당은 흥행몰이에 있어 가장 효과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경선에 정당원 뿐 아니라 일반유권자를 참여시키는 것을 선호한다. 두 번째는 과거 후보자 공천권을 보스가 가지고 있었는데 이 공천권을 일반 유권자에게까지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여론 조사를 이용하여 유권자를 경선에 참여시킨 것은 정당에 대한 지지자중심으로 정당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당 제도화에 저해가 된다. 특히 진성당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진성당원들 중심의 결정이 아니라 일반 유권자를 강조하면서 경선을 치루게 되면 실제로 유권자에 의해서 선거를 두 번 치루는 것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일반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견지에서 볼 때 단기적인 지지에 정당이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제도를 부분적으로 혼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들을 조작할 수 있고 그래서 역선택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후보자는 자신의 지지그룹을 중심으로 여론몰이를 할 수 있으며 반대 정당 역시 자신에게 유리한 상대당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이런 결과는 사회적 선호도를 반영한다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의사를 반영한다는 문제를 만든다.
 
2. 여론조사 방식의 문제
 

여론 조사 방식 상에도 문제가 있다. 여론 조사를 할 때 집전화를 이용하거나 핸드폰을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방법은 일반유권자의 무차별적인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즉 전체적인 유권자의 지지를 확인하고 그 지지에 따라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유권자들의 지지만을 반영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선거방식에서 나타난 것처럼 몰표가 나오거나 부정투표가 나올 여지도 있다. 단일한 컴퓨터에서 복수의 아이피가 나오면서 중복투표의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과 통합진보당과의 경선에서 미리 언제 연락을 취할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주고 여론 조사에 참여하게 한 것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대통령선거의 경선제도로 가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장 큰 권력을 뽑는 선거에서 가장 영향력을 많이 행사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은 여론 조사방식을 통해서 자신들의 지지후보나 상대후보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여론 조사가 대단위로 이루어지면 특히 여론 조사의 조작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3. 대안과의 비교
 

그렇다면 여론 조사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즉 대안이 무엇인지를 비교할 수 있다. 여론 조사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대의원과 정당원에 의한 선거로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정당의 유력자들이 표를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특히 진성당원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의 경우 당원들에 의한 선거는 특히 정당 지도부나 차기 대선후보의 입김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는 후보 경선을 여론 조사대신에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 특정한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홍보도 약해지고 당원과 유권자에 의한 결정권 부여도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정당 입장에서는 여론 조사를 활용하는 것이 정당에 대한 지지를 높이고 선거정치에 관심을 증대시키는 방식이다. 단 여론 조사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어떤 방식을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Ⅳ. 여론조사방식의 개선방안

 

미국식의 완전 국민경선제도는 흥행몰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정당을 지나치게 약화시키고 단기적 지지에 후보자와 정당의 결정을 의존해야 하며 상대방의 정치적 공작에 의한 역선택(상대당의 나쁜 후보를 당선시켜서 자당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정당원들의 정당에 대한 지지와 그에 따른 보상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정당원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일반유권자의 참여를 병행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그리고 19대 초선에서 보인 것처럼 여론 조사 방식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선거 공영제 차원에서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선관위가 개입하여 여론 조사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겠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서 정당대표경선 등에 선관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것은 정당의 선거가 사당적인 의미에서 볼 때 정당의 자율성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정당선거가 공영선거제도의 원리에 따르면 공공성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선관위가 개입하여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민주당의 경우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에 흑인을 참여하지 않고 백인만 참여시킨 사례가 있는데 연방대법원은 이것이 정당의 경선이지만 본선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정하여 무효화시킨 판례도 있다.
 

정당의 경선에 있어서 국가의 선관위가 개입되면 사적인 단체인 정당의 자율성이 약화된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선법에서 중앙선관위를 이용할지를 정당이 결정하게 하고 있으며 이것은 정당의 중앙당이 결정할 정책적 판단이기 때문에 정당의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선거의 공영성은 정당경선에서의 공영성에서 출발할 수 있다. 정당은 사적인 이익을 모아서 만든 단체이지만 공당(公黨)적 성격도 가지고 있다. 국가의 보조금을 받으면서 국정운영에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공당적 성격도 강한 것이다. 따라서 정당의 여론조사를 중립성있는 단체에 맡김으로서 사회적 대표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겠다.

 

Ⅴ. 결론
  

 여론조사를 통해서 정당의 대표성을 증대시키면서 현저성(salience)를 높이는 것은 정당위기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타당한 방안이다. 관건은 중립성을 확보하여 정당자체에서도 ‘불확실성의 제도화’라는 민주주의 게임의 규칙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이것의 기본은 제도의 공정성이다. 그런 점에서 여론조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하 외부기관의 여론 조사방식이용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선관위에 주목하는 이유 역시 공정성에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