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우정사업본부, 소문만큼 힘든 곳일까?

2012-03-14     법률저널

 

 

현장 업무 확인을 위해 찾은 서울중앙우체국

 

합격을 준다면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수험생들이지만 수험가에서 소문난 힘든 곳은 되도록 피하고 싶어 한다. 힘든 근무로 소문이 나있는 업무는 손에 꼽힌다. 사회복지, 교정 등의 직렬과 우체국, 노동부 고용센터 등이다. 사회복지나 교정의 경우 대하는 사람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일이 고될 수 있다. 고용센터도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과 마주하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민원이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민원인이 힘들거나 어려운 사람들도 아닌 우체국이 매번 힘든 곳으로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험생들이 알고 있는 우체국이 실제와 얼마나 맞물리는 지 서울중앙우체국을 직접 찾아보았다.

 

<직접 찾은 서울중앙우체국>

서울중앙우체국은 도심 중앙에 쌍둥이 빌딩과 같은 모습으로 서있다. 낡은 모습을 벗고 새로이 태어난 서울중앙우체국에는 병원과 사기업이 함께 들어서 있다. 우표 박물관도 운영하며 지상 7층까지 우체국으로 이용되고 있다. 1층에서 우편업무와 금융 업무 등을 볼 수 있는 창구가 넓게 마련되어 있다.

창구에는 일반직과 기능직, 계리직이 함께 업무를 보고 있다. 업무를 구분해 각자 일하지 않고 함께 하며 8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고 점심은 2교대로 먹는다. 하루 민원 천 명 정도의 시민이 방문하고 전체 일반직 공무원은 93명이고 기능직은 227명이다. 지원과에 근무하는 인원은 12명이 모두다. 2층에는 사서함실과 물품을 나누는 작업장이 있다. 포장되고 분류된 물품을 우편 차량에 싣는 작업을 하는 곳도 별도로 있다.

서울중앙우체국의 경우 신설된 건물이기 때문에 타 우체국에 비해 시설이 좋은 편이다. 큰 우체국일수록 근무 환경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우정사업본부에 관한 이야기들>

우체국 업무가 어렵다는 설은 일부 현직들의 이야기에서 비롯됐다. 커뮤니티 등을 통해 현직 우체국 공무원이거나 공무원이었던 이들의 불만이 드러났고 이것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수험생들 사이에 고정된 이미지가 되었다. 우체국 근무 중 가장 문제시되는 것은 바로 실적이다. 보험이나 예금, 이따금은 상품까지 팔아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적에 대한 압박이 끊이지 않아 본인이나 지인을 통해 실적을 올리는 일이 다반수라는 말이 많았다. 직접적으로 민원인과 대면하기 때문에 민원인에 대한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특히 남자 직원들의 업무가 여자 직원에 비해 힘들다는 설이 많다. 여자 직원의 비율이 높다보니 힘쓰는 일은 거의 남자 직원이 도맡는다는 것이다. 현직 우체국 공무원 A씨는 가장 힘든 것으로 CS를 꼽았다. 그는 “은행처럼 고객응대 평가를 하는데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라서 힘들다”며 남자 직원이 박스 등 육체적인 업무를 모두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서는 보험이나 상품 판매 실적 압박이 덜 하지만 그 외의 곳에서는 일명 ‘자폭’이라 불리는 일이 허다하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스스로 보험을 들고 가족, 친척 할 것 없이 보험을 들게 해야 하며 예금 실적 때문에 대출을 받아 예금하는 일도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계리직이나 기능직과의 불화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일부 우체국 현직 공무원이나 우체국을 나온 사람들은 수험생들에게 우체국으로 오지 말라고 말한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들어왔으나 공무원 업무가 아닌 은행원, 보험판매사의 업무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이러한 악명 높은 소문에 우체국을 힘든 곳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안전빵’ 지원하면 괴리감 생길 수 밖에>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만난 이 주무관과 이 팀장은 각각 4년, 20년을 우정사업본부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지원과에 근무하고 있었지만 창구를 거쳤다. 수험생들이 가지고 있는 우체국 근무에 대한 이미지를 이야기하자 주무관과 팀장은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어느 부처나 그러하듯이 우체국 근무도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는 답변이 첫 답변이었다.

우정사업본부의 합격점은 일반 행정에 비해 다소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합격 확률이 높고 안전한 셈이다. 때문에 수험생들이 우정사업본부에 지원하는 이유 중 일단 합격하고자 하는 마음에 이른바 ‘안전빵’으로 지원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다. 합격만 보고 응시하는 탓에 부처를 제대로 살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주무관은 바로 그런 수험생들이 업무에 투입되었을 때 더욱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주무관은 “본인이 어느 부처에 지원할 때는 어느 정도 부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이해 과정 없이 무작정 지원을 하면 본인에게나 부처에게나 서로 좋지 않은 면이 많이 보일 수밖에 없다.”며 평생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공무원이니만큼 어떤 일을 하는 지 미리 알고 부처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대한 우체국 업무에 대해 알고 들어온다면 생각했던 공무원과 실제 업무간의 괴리감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좀 더 낮은 합격선으로 합격했다면 타 부처에 좀 더 높은 합격선으로 합격한 사람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도 있었다. 타 부처에서 사무직적으로 일하는 것과 비교를 계속 하다보면 스스로 힘들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우체국의 규모에 따라서 일의 힘듦이 달라진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인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변수에 대응할 인원이 있느냐 없느냐가 다른 것”이라고 답했다. 인원이 한정되어 있는데 동료가 연가나 병가를 쓰면 작은 곳은 그만큼 다른 사람이 일을 더 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우체국과 같이 인원이 많으면 분담이 가능해 연가나 병가를 쓰는 인원이 있어도 큰 타격을 입지 않게 된다.

이 팀장은 퇴사하면서 퇴사 사유를 설명하고 수험생에게 우체국을 비추천하는 전직 공무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본인이 극복하지 못해 나가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남기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일”이라며 그러한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므로 수험생들이 좌우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대학까지 나와 공무원 시험 준비 기간을 거쳐 임용 되었는데 손님 응대나 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승진에 초점을 맞추면 차차 마케팅 등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다. 처음 임용 후 힘든 그 순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 후 그 후의 업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우체국 업무를 힘들다고 판단해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계리직의 텃세가 심하다는 설도 입장의 차이일 뿐이라는 답변이다. 이 팀장의 답변에 의하면 계리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있기 때문에 요즘 들어오는 일반직 공무원과는 사고 방식 자체가 다르다. 현재 계리직에 있는 40대, 50대의 신규 임용 시절에는 선배들의 책상을 닦아주려 일찍 나오는 등 지금과 시대가 달랐다. 때문에 계리직의 입장에서는 그런 대접이 당연한 것이고 개인주의가 있는 20대의 일반직 공무원이 보기에는 그것이 텃세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이러한 세대 차이 때문에 서로 불만을 갖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계리직 대부분이 경력이 길고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행정직 임용이 되면 자신이 계리직보다 위라는 의식을 버리고 선배로서 배워 나간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일선 업무를 잘 알아야 추후 승진을 했을 때 관리직 일을 잘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청 업무 중 보험이나 예금이 있지만 그에 따른 보상도 있다. 이 주무관은 합격 후 적응이 안 되면 무엇이 싫은 지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체국만의 장점도 단점과 함께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을 스스로 드는 등의 이야기가 100% 거짓은 아니지만 근래에는 FC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보험관리사 비율을 높이고 있어 직원들에게 가는 부담이 덜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우체국의 경우 보험 업무의 50%를 전문가들이 하고 있으며 점점 직원들이 부담해야 할 량이 줄고 있다.

이 팀장은 수험생들이 우정사업본부를 지원할 때 ‘내가 공무원으로서 사업을 하는 부서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자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가지는 두려움이 가장 큰 것 같다.”며 “실제로 하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한 뒤 도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사기업적 성향이 있으므로 마케팅 쪽에 관심이 있다면 도전해보라는 추천도 있었다.

 

<우체국 공무원들의 실생활>

우체국 창구 업무는 우정사업본부 임용 공무원이라면 누구든 하게 된다. 창구 업무는 우편물 접수 등의 대민 업무와 예금, 보험, VIP관리 등 다양하다. 단순히 접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편물이 도착하는 것까지 시스템 체크를 통해 관리하게 된다. 한 부서에 3년간 근무 가능하며 전체적으로 돌아가면서 순환 근무를 한다. 전체를 순차적으로 도는 것은 아니고 두 부서를 왔다갔다 할 수도 있다. 연속해서 3년 이상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무원 업무를 하는 과는 지원과다. 지원과에서는 자기 일을 자신이 책임지고 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공부를 충분히 해야 한다. 직무 자격증을 권하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업무는 회계, 인사, 서무, 교육, 시설 등 전반적인 행정이다. 행사를 기획하거나 연도 계획 수립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전체적인 업무를 한다.

우편 쪽은 지원과에 비해 쾌활한 분위기다. 다 함께 협동해서 일을 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돈독해질 기회가 많고 자주 방문하는 고객과도 안면이 생겨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편이다. 직무 자격증은 물류관리사, 유통관리사, 자체적인 인증 등이 있다. 자체적 인증은 3급부터 1급까지로 차차 따나가는 방식이다. 인증은 과목이 많아 따기가 쉽지 않다. 우편업무 전반적인 것에 대한 시험으로 자체 내에서 인정되고 인사 상 혜택도 주어진다. 단, 내부에서만 인정이 된다. 가장 기본적인 자격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원과과 우편 중 어느 쪽이 쉽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주무관은 “지원과를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우편을 더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해봐야 어디가 더 좋은 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활동적이라면 지원과를 답답해한다.”고 설명했다.

업무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자 한다면 지원을 받아 자기 계발이 가능하다. 외국어도 강사를 초빙해 강의료의 50%를 지원해주고 사이트로 자격증 공부를 할 수 있게끔 책이나 강의를 지원해준다. 이 주무관은 우정청을 국가직과 지방직의 중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내가 들어온 이유는 국가직 이면서 지역 제한이 있어 멀리까지 전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운은 서울 안에서만 움직인다. 이런 부분은 지방직의 장점을 가지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대신 지방직과 같이 지역행사나 동원이 없다는 점에서는 국가직의 장점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조은지 기자 desk@l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