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취업대란 막자

2011-12-09     김현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법률서비스의 수요나 변호사의 직역은 늘지 않는데 변호사는 급증하니 변호사 취업문제가 심각하다. 내년 2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는 1,000명 중 법원 검찰에 가는 200명을 제외한 800명, 법무관을 마치는 100명,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로스쿨 졸업생 1,500명 중 로클럭과 검찰에 가는 100명을 제외한 1,400명 총 2,300여명이 새내기 변호사가 될 전망이다. 시장이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변호사 활용책이 절실하다.


첫째, 26개 중앙부서와 240개 지방자치단체의 법무담당관을 즉시 변호사로 임명해야 한다. 현재 법무담당관의 직무는 법령안 심사, 소원심사, 소송, 법규의 편찬 등 사후적·의례적 업무가 대부분이며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초임 과장급 일반직이 순환보직으로 맡고 있다.  정책 시행과정에서 법적·정치적 문제와 시행착오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소송이 급증함을 감안할 때, 법치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법률전문가가 법무담당관의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정책입안과 입법 초기단계부터 법률전문가가 참여하여 조언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고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둘째, 2009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앞장서서 발의하여 2011년 국회를 통과한 개정상법은 상장회사가 준법통제기준의 준수를 담당하는 준법지원인을 1인 이상 두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횡령이나 배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기업 임직원이 2009년에 무려 1,728명이나 되고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 부패인식지수는 2년 연속 하락했는데 기업부조리가 주원인이다. 상장회사에는 주주, 채권자, 고객 등 이해관계자가 많으므로 이들을 보호하고 준법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준법지원인 제도가 시행되는 2012년 4월에는 상장회사 1,708개의 54%인 자산 1천억 이상 915개 회사에 변호사 자격을 가진 준법지원인을 둘 것을 제안한다. 2013년에는 자산규모 500억 이상 상장회사 1,315개에, 2014년에 자산규모 100억 이상 상장회사 1,696개에 확대함이 바람직하다. 2015년부터는 상장 여부를 심사할 때 준법지원인이 있는지를 고려하여야 한다.


그 동안 금융기관에 준법감시인 제도가 있었으나 일반직이 돌아가면서 맡았고 경영층이 일방적으로 임명했으므로 직무의 독립성이 없어 준법경영을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일부 금융기관은 법률전문가 아닌 소속직원을 지배인 등기하여 수백 건씩 소송을 수행하게 하는데, 금융기관의 법령준수를 통한 투명경영이라는 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소송은 법률전문가가 담당해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으며 고객의 이익을 충실하게 보호할 수 있다. 서민들의 눈물 속에 부패경영의 표본을 보여준 부산저축은행사태를 보더라도 금융기관에서 법률전문가의 준법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셋째, 사내변호사가 300개사에 약 800명인데 이를 대폭 늘려, 기업에 산재하는 법률문제를 빈틈없이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에는 계약서와 약관 작성, 상품개발, 특허, 소비자문제 등 각 단계마다 법적 문제가 무수하다. 이같은 광범위한 법적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유능한 사내변호사를 채용하여 사전에 리스크를 줄여야 하며, 이는 신기술개발이나 영업 확대에 못지않게 기업의 존립을 위해 꼭 필요하다. 사내변호사를 잘 활용함으로써 기업은 법적 위기상황을 헤쳐 나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넷째, 법원 검찰도 판사와 검사의 정원을 대폭 확대하여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를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과다한 사건 속에 파묻혀 있는 법원과 검찰의 모습은 건강한 것이 아니다.  방대한 국가예산의 극히 일부만 할애한다면 의욕적인 젊은 법조인들을 대거 채용하여 법원 검찰에 적체된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로스쿨 도입시 사회적 합의는 법률가를 많이 배출하여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에 변호사가 관여하게 함으로써 국민이 보다 쉽게 변호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호사의 수는 늘리면서 변호사의 역할 증대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정부는 책임을 각성하고 변호사가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하여야 한다. 행정고시를 폐지하여 공직에 정직하고 헌신적인 법률가들을 대폭 기용하여야 한다. 우리 선배 법조인들도 후배들이 마음 놓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자리라도 더 만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