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시험, '노동경제학'에 몰빵

2010-10-08     법률저널


평균점수 30점 높고 합격자 비율도 3배
필수과목보다 선택과목이 당락 좌우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전문자격시험인 2010년도 공인노무사 제2차시험에서 특정 선택과목의 응시자가 대량으로 합격하면서 시험의 공정성 문제에 논란이 일고 있다.


수험생들은 공정성을 담보로 하는 시험에서 그것도 국가가 주관하는 전문자격사 주관식 시험에서 선택과목의 난이도 조절 실패로 노동경제법에서 대량 합격자가 나왔다며 제도적인 개선과 피해자들의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2차시험 합격자가 발표된 뒤 일부 불합격자들이 제기해 온 선택과목의 공정성 논란이 실제로 특정 선택과목의 평균점수가 다른 선택과목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아 시험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의 불만이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한 응시자는 "주관식 특성상 특정과목에서 다른 응시자보다 30~40점을 높게 부여해준다면 이는 상대적으로 다른 이들은 극복할 수 없는 점수가 된다"면서 "이는 시험의 본질인 공정성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라며 제도적인 개선과 구제를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이미경(민주당) 의원이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차시험 선택과목인 '노동경제학'의 응시자 평균점수는 65.04점인데 반해 경영조직론과 민사소송법은 각각 36.42점, 45.73점에 그쳐 선택과목간 편차가 심했다.


특히 노동경제학과 경영조직론은 무려 30점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선택과목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 시험에서 과목간의 평균점수가 30점 안팎의 편차를 보이는 것은 제3자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것은 난이도 조절의 실패가 아니라 선택과목의 제도를 두면서도 난이도 편차를 줄이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응시자수 대비 합격률에서도 선택과목에 따라 큰 차이가 났다.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한 '경영조직론'의 경우 합격률이 10.6%, 민사소송법 10.4%에 불과했지만 노동경제학의 경우 합격률이 무려 33.7%로 다른 선택과목에서 3배 이상 높아 현저하게 공정성을 상실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제도적인 미비가 주된 원인이다. 우선 공인노무사 2차시험은 필수과목(노동법·인사노무관리론·행정쟁송법)과 선택과목 1과목(경영조직론·노동경제학·민사소송법 중 택 1)의 취득득점을 가중치 없이 단순 합산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따라서 선택과목 간 점수 불균형이 실제 시험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점을 항시 내포하고 있다.


이미경 의원실에서 조사한 실제 사례를 보면, 노동경제학을 선택한 A씨의 경우 필수과목의 점수 합계가 171점이었고, 다른 과목을 선택한 B씨의 경우 필수과목 점수 합계가 198점으로 무려 27점이 높았다. 그러나 선택과목에서 A씨는 86.33점, B씨는 41.33점으로 45점이나 차이 나면서 총점수가 뒤집혀 당락이 바뀌었다.  


반면 사법시험이나 행정고시 등 선택과목 제도를 두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고시의 경우 선택과목의 배점을 필수과목의 5할로 낮추고, 사법시험 1차시험의 경우 표준점수까지 도입하면서 과목간의 편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출제방식과 채점에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처럼 하나의 문항에도 여러 개의 쟁점을 나눠 3∼4개의 문제로 세분화하고 배점도 3점·5점·10점 등으로 다양화하고, 세밀한 채점기준표를 만들어 채점위원의 재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인력공단도 선택과목의 난이도 조절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제도적인 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선방안으로는 선택과목 표준점수제 도입, 선택과목의 반영비율 축소, 선택과목 Pass/Fail제, 선택과목 폐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시험제도 개선은 법령개정 사항이므로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해결책을 모색할 방침"이라며 "하지만 수험생들이 요구하는 추가합격 조치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